수입

우리는 돈을 어떻게 버는가?

by Simon de Cyrene
돈을 '잘 쓴다'는 것

크고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 내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무조건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난 '그 돈을 잘 통제하면서 사용할 줄 아는 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많을수록 좋지만, 그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은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 돈을 많이 벌고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돈을 '잘'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쏟아진 돈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복권으로 대박이 난 사람들 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이 망가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은 그걸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돈을 '잘' 쓴단 것은 무엇일까? 그냥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잘' 쓰는 것일까? 아니다. 돈을 그렇게 썼다가는 단기간에 자신이 가진 돈을 다 탕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고민을 꽤나 오래 했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돈이 어디에서 왔는 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향후에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지를 예측하면서 지금 처분해도 되는 소득을 처분하는 것>이 돈을 '잘 쓰는 것' 이란 것이다.


위와 같은 기준을 갖고 있으면 복권이 당첨되었다고 해서 당장 직업을 쉽게 그만두지는 못할 것이다. 100억 원이 당첨되었다고 해도 서울에 괜찮은 집, 괜찮은 차를 사고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의 소비를 하다 보면 그 돈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 테니 말이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회사 눈치를 조금 덜 보면서 세금 낼 돈, 자동차 운행하는데 드는 비용과 소소한 용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자신의 수입을 넘어서는 부분은 당첨된 비용으로 충당한단 개념으로 사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돈을 잘 쓰기 위해서 미래에 대하여 예측가능성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그 예측가능성은 우리가, 아니 개인이 돈을 어떻게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크게 노동으로 버는 돈, 시스템으로 버는 돈과 광고로 버는 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현대사회는, 최소한 우리나라는 고도로 시스템화 되어 있는 사회여서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시스템 안에서 돈을 번다. 하지만 그중에서 어느 부분이 더 많이 작용하는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노동'으로 버는 돈

노동으로 버는 돈은 그 세 가지 중에 가장 정직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술을 가져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체계 안에서 자유롭게, 1차원적인 시장 안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로도 돈을 벌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마케팅이나 광고는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가진 사람들만 노동을 통해서 수입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 농사짓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등 대부분 사람들은 사실 본인의 노동력을 직접 투여함으로써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다만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 위에 노동력을 투여하며, 그 사람의 임금은 단순히 노동력이 아니라 그 시스템 상에서 돈의 흐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한 사람에게 허용된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인간은 누구나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벌기 위해서는 본인이 돈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없는 방향으로 '희소성'을 갖춰야 한다. 희소한 능력을 갖추면 그 사람을 고용하거나 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경쟁이 일어나면서 그 사람의 '몸값'이 늘어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경력'이라는 것은 결국 희소성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해보지 않은 조합의 경험들을 했고 그 안에서 성과를 냈다면 그건 그 사람의 경력이 된다. 그리고 시스템을 잘 다룬다면 그건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아서 높은 연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물려받을 사업이 없거나 아래에서 설명하는 '본인이 광고판이 되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택을 할 때 자신이 향하는 방향의 자금 흐름과 그 영역이 자신만이 갖게 되는, 혹은 소수만이 갖게 되는 경험과 이력을 줄 수 있는 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버는 돈

돈을 버는 두 번째 방식은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회사'라 함은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회사와 장사는 이 시스템의 존부에 의해서 구분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사람인 반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사람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것도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사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하게 된다.


시스템을 만든단 것은 결국 '남이 내 돈을 벌어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잘 만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개인의 시간이 훨씬 많이 확보된다. 그런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은 일을 더 열심히 해서도 아니고, 더 뛰어나서도 아니며, 그 시스템을 잘 만들었거나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그 시스템을 만들었거나 소유한 사람은 그 업계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그래도 그 시스템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가일 수 있지만 그걸 물려받은 사람은 사실 어느 것에서도 뛰어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스템 덕분에 상당한 수입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들이 그러한 돈을 버는 것은 '국가'라는 거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의 보호'를 목표로 형성된 보호단체의 성격을 갖는 국가는 그 안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 안에서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지 않나? 그렇다면 그 시스템 덕분에 만들어진 이윤은 그중 상당 부분이 국가에게 제공되는 것이 맞다. '세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또한 그 이유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주로 시스템에 의해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그 수익 중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물론 그 사람이 본인의 노력으로 시스템을 만들긴 했지만 사회가,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시스템에서 수익은 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로 버는 돈

마지막으로 시장경제질서가 운영되는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시스템 중 하나는 '광고'다. 광고는 시장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누가 무엇을 만드는 지를 알기가 힘들게 되면서 '우리가 만든 제품은 믿어도 돼요'라는 표식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으며, 그런 브랜드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따지기보다 '이미지'로 구매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고, 그에 따라 광고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광고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건 광고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과 본인이 광고판이 되는 사람들이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광고란 것이 광고 그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고 수익을 내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을 하다 보니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서 엄청난 희소성을 갖지 않는 이상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기가 힘들다. 대기업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특히 소위 말하는 백오피스 또는 '돈 쓰는' 부서에 있는 부서들이 예산을 가장 적게 배정받는 편인데 그에 따라 그 부서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수입을 올리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적게 벌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 관여해야만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80년대까지만 해도 광고판에 그림을 하나 그리면 그 광고판이 최소한 몇 개월은 유지되었고, TV광고도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에 엄청난 시도를 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광고판은 매일 SNS에서 일정 개수 이상의 광고를 뿌리고, 영상은 일단 다양하게 찍고 나서 그중에 광고주가 좋아하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광고에 공수는 많이 들어가는데 기업들은 여전히 '돈을 쓰는' 부서에 돈을 많이 투여하지 않는데 광고업이란 것이 사람만 있으면 할 수는 있는 것이다 보니 그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들은 가격을 낮춰간다. 사람은 많이 소요되는데 말이다. 소위 말하는 '광고판'이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반대로 '본인이 광고판'이 되는 사람들은 가장 쉽게 돈을 번다. 그리고 특정 '인물'에 따라 대중이 쉽게 움직이는 사회일수록 광고판 자체에 투여되는 비용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 사람이 광고에 나오는 순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그에 따라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희소성'을 갖는 사람을 광고판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은 경쟁이 붙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몸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연예인들이, 유명인들이 광고를 찍으면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이 말도 안 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노동력을 투영했다고 하기에도 힘든 수준의 노동력만 투여하고 다른 사람들의 연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돈을 버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유명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사실 본인이 광고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자신이 일반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것과 자신이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힘과 노력보다도 사회적인 분위기와 흐름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연예인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갖는 사회가 아니라면 연예인들의 출연료도, 광고료도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 분명하지 않나?


사람들은 '광고'라고 하면 연예인만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광고판'이 되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사실 기업들이 광고목적이 아니라면 수익을 내지도 못하는 스포츠 구단들을 운영할 이유가 있을까?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

'광고'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길어진 것은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노력에 비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인식하는 영역은 대부분 본인이 광고판이 되어서 돈을 버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비해서 광고업계의 연봉은 너무 낮다는 것을 알기에.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왔어도 '종대사'로 불리는 메이저급 에이전시가 아니라면 초봉이 2천 초반인 반면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은 단발에 그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게 현실이니까.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벌고 누가 돈을 많이 버는지는 그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실 광고업계만 봐도 그렇다. 만약 사람들이 '유명인'이 아닌 광고의 '스토리'와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면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의 몸값은 훨씬 낮아지고,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광고를 만들 줄 아는 기획자나 제작자의 연봉은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서 살아남는 회사 또는 시스템도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수입'이었지만 사실 사람들은 돈만 보고 직업을 선택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가치 중심적인' 분야는 보통 돈과 직접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가난해진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인간의 삶은 가치지향적일 때 더 풍요로워진다는데 있다. 프랑스에서 예술가들에게 정부가 일정한 요건 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국가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도, 많은 국가들이 돈이 안 되는 분야에 장학금을 배정하고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는 그 지점에서 갈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돈의 흐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인간다운지를 고민하고, 그 인간다움을 위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보고 그 필요에 따라 자금의 흐름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가치 중심적인 분야에서 일하기로 선택할 때도 돈이 우선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노동이 아니라 시스템과 우연한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많은 돈을 벌게 된 사람들이 그걸 가능하게 한 사회에 그만큼을 돌려주지 않고 그것을 독차지하려는, 심지어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돈을 번 사람이 노력한 만큼 돈을 가져가는 사회'가 되려면 사실 시스템과 사회와 국가의 존재 덕분에 발생한 수익은 국가와 사회에 돌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말이다. 물론, 그게 세금을 통해 강제되기보다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개인들이 알아서 흘려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람들은 세금 얘기를 할 때 항상 '세율'만 보는데 세율과 함께 그 사회 또는 국가의 부자들이 자선사업을, 기부를 얼마나 하는지도 우리는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세율이 낮은 국가들 중 상당수는 개인이 사회에 이익을 흘려보내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세율이 높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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