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지금 이대로가 맞을까?

by Simon de Cyrene
변호사 업계 이야기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그리고 합격률을 둘러싼 논란은 나날이 가열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오탈자, 즉 현행 법률에 의해서 5년 안에 5번으로 제한되어 있는 변호사시험 횟수를 다 채운 이들이 400명 넘게 나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제야 논의가 오가고 있다. 변호사 업계와 로스쿨은 이 문제를 갖고 엄청나게 대립하고 있고, 법무부는 그 가운데에서 어찌할 줄 몰라하는 분위기다.


변호사 업계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그 안에서도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변호사 업계가 레드오션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에 속하는 로펌이 중소기업들만 하던 일을, 중소기업에 속하던 로펌이 개인사업자들이 하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내가 전해 들은 한 이야기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서초동(교대역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이 워낙 많아서 '서초동'이 서울에 있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모 변호사님께서는 굉장히 의뢰인이 많으신 편인데 그 비법에 대해서 누군가 물어보자 본인은 세 가지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단다. 첫 번째로 그분은 사무장이 의뢰인 면담을 하도록 하지 않고, 두 번째로 의뢰인이 말을 할 때 팔짱을 끼지 않고 하는 얘기들을 받아 적으면서 세 번째로 지금까지 말한 것을 다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지 않으신다는 것이 비법이라고 하셨단다.


이는 생각보다 많은, 최소한 기성(?) 변호사들은 사무장에게 상담을 맡기고, 의뢰인의 이야기를 팔짱을 끼고 들으며, 상담 후에는 말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한단 이야기다. 물론 그렇지 않으신 변호사님들은 굉장히 많고,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찾아오는 의뢰인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용된 변호사들이 5년 차 정도 되면 최소한 받는다고 들은 금액은 대기업 10년 차 혹은 그보다 조금 안 되는 사람들의 수준이었다.


이처럼 변호사 시장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한 것은 기성 변호사들이 변시 합격자 숫자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시켜야 하는 이유를 본인들의 생계 위협을 이유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변호사들 중에서도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변호사 시장이 과거보다 레드오션인 것은 맞지만 변호사들이 먹고살기 힘들 정도로 그 시장이 포화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 치기 싫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자격증은 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화상태라고 치자. 정말 힘든 변호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변호사법이나 변호사 윤리장전 등 어디에 변호사의 생계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정하고 있나? 사실 로스쿨을 도입한 것 자체가 본래 변호사를 엄청나게 쏟아내서 그 안에서 경쟁이 일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변호사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만들 것이고,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것이 로스쿨 제도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였다. 세상에 자격증을 가졌다고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업계가 어디 있나? 의사들이 그런가? 약사들이 그런가? 그런 주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자신의 생계와 업계 상황에 대해서 힘들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건 변호사 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고성장을 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고도로 구조화되었고, 그 구조는 경직되었으며, 모든 시장은 포화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시장이 포화되었다는 이유로 배출되는 변호사의 숫자를 조절해야 한단 주장은 이해는 되지만 용납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변호사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변호사로서의 업무는 확장성이 무제한적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한번 묻자. 우리나라에서는 법치주의가 구현되고 있나?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만큼 소송이 많은 나라가 어디 있다고?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법치주의가 충분히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냐?'라고 물어볼지 모르겠다. 그런데 난 우리나라에서 소송이 많은 이유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송은 최후의 분쟁해결 수단이다. 이는 민사관계에 대한 법률과 교과서들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고, 형법에도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은, 법원으로 가는 소송은 적을수록 좋다. 그건 소송이 적다는 것은 법원으로 가기 전에 분쟁이 해결된다는 것, 혹은 애초에 법을 지키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송은 어떻게 줄어들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회사 안에 들어가서 아주 작은 기업들까지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돕고, 개인들도 자신들이 항상 상담할 수 있는 변호사와 계약을 해 놓고 수시로 상담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소송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변호사를 채용한 적이 없는 중소기업에 채용되어 일하는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들이 변호사를 어떻게 쓸지를 모른다고 한다. 변호사가 뭘 할 줄 알고 그들에게 뭘 맡겨야 할 줄 몰라서. 그렇다면 그것은 변호사가 그 안에서 법률 관련 영역을 찾아내고 자신의 업무를 그 안에서 만들어 갈 수 있단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크고 작은 문제를 상담할만한 변호사가 주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말하는 '포화'는 소송과 자문, 그중에서도 특히 소송과 관련된 얘기다. 이제는 업계가 바뀌어야 한다. 삼성은 로스쿨 졸업생들을 마케팅부문에서 채용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게 놀라운 일이지만 구글의 경우 각 국가별로 법무팀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큰 사업부문에는 그 안에 또 다른 법무팀이 있을 정도로 한 회사 안에서 변호사가 하는 업무도 세분화, 그리고 전문화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변호사 '시장'은 절대로 포화상태가 아니다.


변호사시험과 변호사로서의 능력

이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워낙 많아서 나오지 않는 주장이지만, 과거에 변호사 숫자를 제한해야 하는 논리 중에 하나는 '3년 동안 교육받고 나와서 변호사로 일할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맞다. 개인적으로 그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6개월간 자신의 자격증을 갖고 독립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일정 연차 이상의 변호사가 있는 기관에서 6개월 이상 인턴처럼 일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변호사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그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 변호사로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학적 사고'를 하고 '대한민국 법률체계의 기본원리'를 모두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호사 실무는 기록형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고 소송을 진행해 봐야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90년대 초중반까지 사법 고사 문제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 당시에 주관식 시험은 마치 과거시험을 보듯이 문제가 한 줄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000에 대해서 논하시오'라는 식으로 말이다.


당시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신 법대 교수님들 중에는 무용담처럼 '모르는 문제가 나왔는데 비슷한 개념이 생각나서 거기를 출발점으로 잡고 답안을 써 나갔는데 합격했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다.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분들은 법학의 기초와 그 원리를 잘 이해하고 계셨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 원리에 입각해서 답안을 쓰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험에 합격하셨던 분들 중에는 훌륭한 변호사들도, 교수님들도 상당수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변호사시험이 사법고시보다 훨씬 쉬워서 로스쿨 출신이 실력이 없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우선 문제 하나, 하나만 보면 변호사시험이 난이도가 정점에 달했던 사법고시보다 쉬운 것은 맞다. 그런데 그건 사법고시는 1차는 객관식, 2차는 주관식을 따로 본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은 객관식, 주관식에 더해서 기록형까지 5일 안에 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법이라고 해도 객관식, 주관식, 기록형을 대비해서 공부해야 할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그 각각의 난이도는 완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시험과 변호사로서의 실력에는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을까? 80-90년대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셨던 한 변호사님께서는 '요즘에 사법고시를 본 변호사들은 법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서 문제야. 대법원 판례가 있으면 이 사건 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라고 하시더라. 변호사시험이 아니라 사법고시를 합격한 변호사에 대한 평가다. 이는 아마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비슷할 것이다.


그건 2000년대 사시 합격자들과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은 '법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이 아니라 '판례의 결론'을 암기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훈련받게 되는 것은 시험이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고, 시험이 그런 것을 요구하게 된 것은 사시와 변시가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 아니라 '불합격자를 걸러내는' 시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험은 더 지엽적인 곳에서, 그리고 많은 정보를 암기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고 그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그 '시험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췄겠지만 그 능력을 갖춘 것이 변호사로 일할 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2000년대에 사시와 변호사시험은 능력을 검증하고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위한 시험이 아니라 행정처리하고 합격자 선을 긋는 담당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험이 된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 정말 그런 시험이 필요한가? 사실 사시를 본 변호사들과 변시를 본 이들은 공통적으로 '시험을 보고 나서 1주일이 지나면 내용을 잊어버린다'라고 말한다. 그게 문제인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때 답안에 쓴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있는 세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법학적 사고를 통해서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이지 '최신 판례와 지엽적인 곳에 있는 법률의 디테일한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기까지 그런 기준을 둬야 하나?'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법은 한 사람의 사회적인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의사와 약사는 어떤가? 의사와 약사는 한 사람의 생명, '사회적인' 생명이 아닌 실제 삶과 죽음에,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종이다. 그 직종들도 자격증을 절대평가를 통해서 부여한다. 변호사는 왜 달라야 하는걸까?


어떤 이들은 또 미국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하기도 했는데, 미국의 변호사시험은 정말 다양한 수준의 로스쿨을 나온 사람들이 시험을 본다. 내가 아는 지인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에 로스쿨 수업을 듣고 나서 변호사시험을 보더라. 이는 미국에서는 시험에 올인하지 않은, 그리고 조금 덜 좋은 학교를 다닌, 공부를 하는 게 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변호사시험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합격률과 수험생 모두가 최소 반년은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버려가면서 시험을 준비해도 절반만 합격하는 시험을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 로스쿨의 14%는 야간이라는 통계도 존재한다.)


그리고 변론으로, 5년 안에 5번으로 변시 응시 횟수를 제한해 놓은 것도 이상하고 우스꽝스럽다. 그러면 그 5년 안에 5번을 봐서 합격하지 못한 사람은 졸업할 때보다 5살 많은 상태에서 뭘 하고 먹고살란 얘기인가? 5번은 그렇다고 치자. 5년 안이라는 요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의 시험은 1년 내내 변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개인적인 상황이 있어서 보기 힘든 사람들은 그러면 그 기회를 그냥 버리라는 것인가? 사실 로스쿨 제도가 돈 있는 사람들의 제도인 것은 학비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부분의 영향이 크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떨어지고 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경제적인 부분과 시험 사이에서 압박을 느끼면서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변시는 2000년대 사시와 비슷해져서 현실적으로 학원 수업이나 인강, 자료 없이는 합격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 이게 변호사시험의 취지와 맞는 것일까?


정말 능력 있는 변호사는 어떤 변호사일까? 단순히 법률만 잘 아는 변호사일까? 아니다. 자신이 다루는 업계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서 법제도에 대한 이해도 깊은 변호사다. 지금의 변시와 로스쿨제도는 그런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에 대한 부연설명은 아래에 더 이어가도록 하겠다.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비용

비용과 관련된 로스쿨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우선 비용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사시는 돈이 덜 드는 구조였나는 것이다. 나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사촌 형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잘 안되어서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 다시 몇 년을 준비하고 나서 30대 초중반에 사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찬 장사를 하시던 우리 이모가 그 형의 고시 준비에 사용한 돈은 1억이 넘는다. 그 1억은 지금 기준의 1억이 아니라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1억이다. 그건 그 형의 학원비, 생활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사법고시가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가 되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에서 설명한 '불합격자를 걸러내는 시험'으로 사법고시가 변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불합격자를 걸러내기 위한 시험이 되면서 사시는 시험 보는 요령과 예상 문제를 뽑아내는 게 중요해지면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는 합격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렸고, 그에 따라 200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대부분 사람들은 사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물론 그중에서는 예외들도 있다. 그런데 예외는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그러한 예외를 기준으로 이러한 논의를 하다 보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으니까.


두 번째로 로스쿨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우선 나 같은 경우 2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고 모은 돈만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그건 내가 졸업한 학교의 학비가 상대적으로 덜 비쌌기 때문이기는 한데, 학비가 어느 수준 이상 되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변시 합격률이 너무 낮지 않았을 때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학자금 대출이 높지 않은 이자로 가능했었다.


그런데 로스쿨 비용과 관련된 부분은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1) 로스쿨 정원을 2천 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2) 합격자 숫자를 정해놓고 잘라내는 합격자 산정 방식이 바뀌면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된다. 이는 로스쿨 숫자가 늘어나면 로스쿨 간의 경쟁으로 인해 학비가 일정 부분 조정이 일어나서 학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합격자가 늘어나면 변호사가 되어서 대출을 받았더라도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지금의 로스쿨 제도로 인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고졸이어서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첫 번째로 우리나라는 곧 대학교 정원이 수험생의 수를 넘어서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사실 방송통신대학교 등을 통해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데, 사실 지금과 같이 로스쿨 정원이 2천 명인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이나 로스쿨이 있는 학교 졸업생이 아니면 로스쿨에 진학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사실 그 문제는 로스쿨 정원을 늘리고 변호사시험을 절대평가로 돌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더 근본적으로 '변호사가 용인가?' 또는 '용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아니다. 변호사는 용 이어서는 안된다. 로스쿨은 변호사를 용이 아니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다. 그리고 사실 용이 되어야만 우리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용이 될 수 있는 통로를 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용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닐까? 그리고 냉정하게 얘기해서 변호사라는 직역은 이미 사법고시 합격자가 1천 명을 넘은 순간부터 용은 아니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호사시험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면 로스쿨들은 필연적으로 갓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만' 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대외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게 주된 홍보수단이 되어있기 때문이고, 지금의 변호사시험은 단순 암기와 체력에서 승패가 갈리는데 갓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그에 대해서는 더 탁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벌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집안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로스쿨에 진학하게 된다.


만약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지면 어떨까?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변호사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뽑을 것이다. 동문이 성공을 하면 그 사람이 다시 학교에 기여할 수 있게 되고, 자교 출신 000이라고 로스쿨들이 홍보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리고 내 주위를 보면 변호사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은 이미 사회생활을 해서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법률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내 지인들 중에는 그런 배경을 갖고 그 영역에서 인정받아 대형로펌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개인 사무실을 차려서 대형로펌에서 일하던 것보다 여유있게 일하면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로스쿨 변호사도 있다.) 또 그들은 어느 정도 돈을 모아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갓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보다는 적을 수 있고, 금전적으로 조금 덜 넉넉한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다가 돈을 모아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지금과 같은 로스쿨과 변시 체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생존권을 얘기하면서 배출되는 변호사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변호사 직역에 용으로서의 지위를 일정 부분은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생존권을 생각해야 한다면 변시에 올인한 학생들의 생존권도 생각해야 하는건 아닐까? 그런데 과연 그러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더 좋은 것일까? 우리는 그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