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 엄마도, 선수들도 쉬었다 다시 전진할 뿐 멈춤은 없다
'아아악~~~'
새벽 한시, 오늘 시청한 '여자 역도 국가 대표 김수현 선수의 아령을 들어 올릴 때의 포효보다도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분명 티브이는 껐는데... '김수현 선수의 경기가 다시 열릴 일은 없는데...' 하며 놀래서 허둥지둥 깨서 사태의 진위와 심각성을 확인했다. 잘 익은 과일에 달라붙는 날파리떼들처럼 쉬이 잠을 쫓지 못했던 것은 안(?) 비밀이다.
아기였다. 9개월 아기. 아기가 소리를 지르며 깬 것이었다. 그러고는 눈도 뜨지 못한 채, 울고 있었다. 요새 들어 이런 일이 한 번씩은 있었기에 까무러치듯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고성을 지르며 일어난 적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안고 품에서 한참을 우는 아기를 달래었다.
아기는 10월생이다. 뱃속에서 '엄마의 양수에서 자유형'을 하고 있었던 지난해는 이렇게 더움에도 더위를 직접 만나지 못했을 터다. 일정한 온도 내에서 그나마 '자기의 별에서 가져온 초능력 카드'들을 세고 있었을 아기이다.
폭염의 연속, 궂은 날씨, 수많은 변수에도 지금,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주말마다 비가 오고 날이 매일 폭염 주의보를 연일 갱신하고 열대야가 찾아 오자 아기는 밤과 낮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물론 아기의 방과 거실에는 에어컨을 항시 틀지만 하루 종일 아기에게 에어컨을 틀어 줄 수도 없는 요량이었고 주방과 거실, 아기의 방까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은 '안산 선수의 세 개의 금메달을 모두 훔쳐 오는 것이 차라리 쉬울 일'이었다.
아기는 위이와 아랫니를 벌써 꿈속에 자기별에서 가지고 와서 장착을 하고 나머지 이들을 불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면 밤낮으로 더위 말고도 아기가 하루 종일 싸우는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 오기만 했다.
올림픽과 육아는 참 닮았다.
1시에 기상한 부부와 아기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아기는 갑자기 놀라서 깨서 그런지 잠을 자다가도 뒤척이고 뒤척이다가도 금세 울고불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너무 안쓰러웠다. 지난번 앞니가 날 때도 이런 쓰린 마음을 달래었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 그 일련의 과정을 반복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짜증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신기한 일'들을 해오고 있었다. '엄마라는 인생의 코치'와 함께 말이다.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다르게 가지고 놀았다. 게다가 매일 뒹구는 아기의 침대에서 누워만 있다가 뒤집고 기다가 이제는 물건을 잡고 선다. 그리고 성공 후에 '엄마와 아빠에게 날리는 미소는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포효'와 맞먹는 세리머니였다.
선수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채찍질'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자신을 넘어 하루하루 자신을 스스로 이겨낸다. 그 모습이 아기의 지금까지의 발달과정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쉬었다 다시 전진할 뿐, 멈춤은 없다. 아기도,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지금까지 현장에서 수고를 하고 계실 선수들도 말이다.
지금의 육아는 선수촌의 선수들의 모습처럼 지겨운 반복과 반복을 거쳐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능력치를 향상하며 새로운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선수들의 그 땀방울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종목도 다양하다. 잡고 설수 있는 물건을 잡고 균형까지 잡아야 하는 체조 종목에 진심인 아기의 요새 모습부터 폭염일 때 아기의 '베터 파크 (베란다+워터파크, 베이비+워터파크)에서 열리는 '자유형, 배영 등의 수영 종목'부터 원하는 것을 정하면 '아빠가 치우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돌진'해야 얻을 수 있는 육상,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최대한 멀리 던지는 데'에 점수가 달려 '장난감을 교체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포환 등이 이에 속한다.
아기의 엄마는 '훌륭한 코치'였다. 아기의 그림책은 아마 책의 개수에 만 번씩을 곱해 주면 될 정도로 많이 읽어 줬다. 그만큼 '지루한 코칭'의 연속을 엄마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퇴근길이나 출근길에 한 소절을 듣고 나오면 그다음 내용들이 반칙 후에 '심판에게 받는 옐로카드'처럼 따라와서 이어폰의 노래가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태극 마크로 대변되는 '코치님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선수들을 '애정과 사랑'으로 훈련시키는 그 마음이 엄마들의 '육아에 임하는 자세'와 너무 나도 닮아있다.
일본의 어느 일러스트레이터가 육아와 엄마들의 모습을 비교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을 했다. 평소 아기의 엄마의 육아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반복의 연속, 새로운 기술의 습득, 지겨움 넘어의 결과를 바라보기 위해서 엄마는 아기에게 정말 지겨울 수도 있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아기 선수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 아기에게 최고의 식품과 환경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이 시기라 더욱 한정된 공간과 지루할 시간을 이렇게 아기와 엄마들은 초인적인 '올림픽 정신'으로 이겨가고 있다. 그 면면과 모습을 보면 금메달도 부족하다. 아기와 엄마를 선수로 보고 복식이나 단체전 금메달도 드리고 싶다.
'아기가 심판이라면 엄마들에게 금메달'을 줄 것이다. 감사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기꺼이 담에서다. 오늘 이 시간에도 '그들만의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실 이 시대의 아기들과 엄마들께 저도 금메달을 드린다. 존경과 위로의 은메달과 격려의 동메달도 함께.
지난 1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금메달을 놓쳤지만 평소 팬이었던 가수 창모를 만나는 꿈을 이룬 -76킬로 급 인천시청 소속 역도 국가대표팀의 김수현 선수에게도 오늘은 특별히, 이 응원들과 메달을 함께 바친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당신 존재 자체가 금메달이라는 진심 어린 말씀과 함께 드리는 바이다.
'엄마들의 마음과 진심'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마음'과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던 여자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 선수의 출전 소감과 출사표를 이 시대의 엄마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내가 좋아하는 역도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 매일 꿈꾸는 기분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함께 든다고 생각하고 다 들어버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