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의 딸, 인어 용 공주님과 용감한 어부의 사랑.
기획 의도
안데르센의 나라에 인어 공주에 전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인어에 관한 전설이 있습니다. 바로 해양의 도시 부산의 거북섬이라는 곳에 내려오는 '인어 용 공주'님의 사랑의 내용의 전설입니다. 매번 어느 나라의 어떤 시간의...라고 시작하는 동화의 틀을 깨고 우리나라의 전설들을 동화로 해외에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각성에서 동화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구전으로 전해지는 훌륭한 이야깃거리들이 많다는 것을 이 동화를 각색하며 알리고 싶었습니다. 동화에서 남녀의 역할이나 신분의 갈등을 배제하려 노력했습니다. 용감한 어부와 용왕의 딸의 동등한 사랑 얘기로 그려 내고 싶었습니다. 부디 아이들의 앞으로의 삶과 사랑이 신분이나 역할이 아닌 사랑의 본질만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으며 글을 마쳤습니다.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에는 바다를 품은 부산이라는 도시에 거북섬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을 찾으면 사랑을 했던 인어 용 공주님과 용감한 어부님, 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의 힘으로 연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사랑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어요.)
어느 날씨가 궂은날이었어요.
용감한 어부는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에도 상관하지 않고 고기를 잡으러 나왔어요.
그러다 배가 바람과 파도에 휩쓸리기 시작했어요.
바다 괴물의 짓이었어요. 배고픈 바다 괴물은 비가 오는 핑계를 대어 어부를 잡아먹을 계획이었어요.
어부는 바다에 빠졌어요. 숨이 차오르고 금방이라도 몸이 가라앉을 것 같던 그 순간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며 기도를 했어요.
"용왕님 제발 살려 주세요. 저는 아직 사랑도 못해봤다고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요..."
그때 식사를 하러 가신 용왕님 대신에 바다를 보고 있던 '인어 용 공주'님이 그 소리를 들었어요.
평소에도 궂은날을 마다 앉고 고기를 잡으러 나오는 어부라 공주님도 어부를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자주 보아서 알고 있었거든요. 열심히 일하고 멋진 외모의 어부라서 공주님도 일부러 자주 어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공주와 어부의 만남
공주님은 다급히 헤엄쳐 어부에게로 향했어요.
공주님은 기절한 어부를 등에 업고 어부 마을의 바닷가로 향했어요.
어부는 쉽게 깨어나지 못했어요.
공주님이 두 손으로 어부의 심장을 누르자 그제야 어부는 머금었던 물을 뱉고 깨어났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누구신지라도 알 수 있을까요? 생명의 은인이신데..."
"나는 용왕님의 딸인 인어 용 공주예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요?"
"만약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면 배의 맨 앞에 서서 휘파람을 불어 보세요. 그러면 다시 당신을 찾아올게요."
공주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바다로 돌아갔어요. 어부는 공주님의 꼬리에서 떨어진 비늘 조각 하나를 발견했어요. 공주님처럼 떨어진 조각도 아름답게 빛이 났어요. 어부는 자신을 구해준 공주님의 용감함과 아름다움에 반해 버렸어요.
돌아간 바다에서 공주님은 용왕님께 크게 혼이 났어요.
"사람의 생명을 네 맘대로 살리고 한다면 바다 괴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절대 그러지 말거라."
"저도 알아요. 하지만 바다 괴물에게 잡아먹히도록 그냥 두고만 볼 수가 없었어요..."
바다 괴물이 화가 나다.
그때였어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바다의 괴물은 크게 화가 났어요.
당장 저 젊은 어부를 데려다가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다음 날 어부는 어김없이 바다로 나왔어요. 손에는 공주님의 비늘 조각을 함께 지니고 나왔지요.
그 모습을 본 바다괴물은 '오늘은 꼭 잡아먹겠다' 생각하며 당장 어부에게로 향했어요.
'공주님을 불러서 이 비늘 조각을 빨리 돌려 드려야겠어.'
배 머리에 서서 공주님의 비늘을 안고 어부는 휘파람을 불었어요.
공주님은 휘파람 소리를 들고 바다를 들여다보았어요.
그런데 바다괴물이 어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마음이 급해진 공주님은 당장 어부에게로 향했어요.
바다 괴물과 맞닥뜨린 인어 용 공주님이 말했어요.
"이 말썽꾸러기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왜 잡아먹으려는 거야?"
"난 말이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심통이 나고 눈에 거슬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크응."
마음도 괴물의 못생긴 생김새처럼 흉측한 바다 괴물과 공주는 한 참을 싸웠어요.
공주님과 바다괴물은 많이 다쳤지만 어부는 다친 곳 없이 무사히 살아남았어요.
어부는 두 번씩이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공주님을 고마워하다 못해 많이 사랑하게 되었어요.
용왕님과의 만남과 공주의 회복의 조건과 둘의 그리움.
그때 화가 난 용왕님이 둘의 앞에 나타나셨어요.
"내가 그렇게 경고를 했건만, 너는 비늘 조각을 잃고 몸이 망가질 정도로 사람에게 사사롭게 마음을 주었구나. 바다 괴물과 싸우다 비늘이 빠지고 이제는 꼬리까지 망가졌으니 이제 더 이상 바다를 지킬 수 없다. 쯧쯧."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어부가 말했어요.
"용왕님 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공주님을 회복시켜 드릴 방법이 있을까요?"
용왕은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했어요.
"물이 따뜻해지고 달이 동그랗게 차오르는 자정이 되면 바다 괴물의 힘이 약해진단다. 그때 바다 괴물의 심장에 공주의 비늘 조각을 꽂으면 바다괴물에게 잡아먹힌 영혼들이 되살아나 공주를 치료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할 수 있겠느냐?"
용왕은 공주님을 데리고 바다로 돌아갔어요.
어부는 집에 돌아와 공주님을 그리워했어요. 그리고 하늘에 달이 동그랗게 차는 날만 기다렸지요.
공주님도 다친 몸으로 어부를 그리워했지요.
바다 괴물의 심장에 칼을 꽂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 동그랗게 달이 떴어요. 그리고 자정이 되자 신기하게 바다가 조용해졌어요.
"이때다. 바다괴물의 심장에 공주님의 비늘 조각을 꽂고 말겠어!"
어부는 배를 몰아 바다의 한가운데로 향했어요. 이를 보던 바다 괴물은 영문도 모른 채 흥분 하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어부를 꼭 잡아먹어야겠어. 크응."
오랫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배고픈 바다 괴물은 어부를 만나자마자 허겁지겁 삼켰어요.
바다 괴물의 뱃속은 고약한 냄새로 진동했어요. 어부는 정신을 잃을 거 같았지만 이내 바짝 정신을 차리고 쿵쾅쿵쾅 소리가 들리는 괴물의 심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어요.
괴물의 심장엔 괴물에게 잡아먹힌 영혼들이 갇혀있었어요.
어부는 공주의 비늘 조각을 괴물의 심장, 정중앙에 깊숙이 꽂고 정신을 잃었어요.
괴물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토하며 죽었어요.
그때 괴물에게 잡아먹혔던 어부와 영혼들이 바다로 풀려났고 영혼들은 달려가 공주님을 치료했어요.
용왕의 딸이 아닌 어부의 아내를 결심하다.
건강해진 공주님은 어부를 찾아갔어요. 어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어요.
일어나지 못하는 어부에게 나지막이 공주가 말했어요.
"고마워요. 당신의 용기 덕분에 내가 나았어요."
그런데 공주는 아파하는 어부를 보며 고민이 깊어졌어요.
그토록 원하던 바다를 다스리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어부를 바라보기만 하며 살아가는 것이 망설여졌지요.
어부의 곁에서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어요.
이제는 어부를 바라보는 삶이 아닌 함께하는 삶을 꿈꿨어요. 그래서 용왕님을 찾아가 간청했어요.
"백번, 천 번 생각했는데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바다를 지키는 대신에 어부랑 같이 살고 싶어요."
용왕님은 어리석어하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하지만 공주님의 마음은 정해진 듯했어요. 용왕님은 크게 실망했지만 딸이자, 오랫동안 곁에서 고생한 공주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 대신 거북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 바다로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데 괜찮겠느냐?"
공주는 그래도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공주님은 바다를 지키는 대신에 사람이 되어 거북섬에서 어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