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에 육아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댓글들과 글쓴이의 경험이 이 동화의 창작에 담기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도화선이 된 댓글은 우리 부부가 아기를 어렵게 가졌던 과정과 닮은 아기를 기다리는 한 난임부부의 글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아기를 기다리며 기도를 한다는 댓글 내용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아기의 양육이 제일 힘들어진 코로나 19의 대유행의 이 시점에서, 아기의 부모님들과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부부들 그리고 자라나는 아기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화두들을 축소해서 악당들의 욕심과 공주가 만난 위기에 담아보았습니다. 당당하고 지혜로우며 용감한 엄지공주를 상상하며 동화를 지었습니다. 이 유행이 지나가도 이 글이 부디 작가의 의도처럼 많은 사람들께 희망이 되는 한줄기의 글이 되길 염원하며 글을 보냅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엄지 척 공주'는 오늘도 각지에서 날아든 진심 어린 기도들을 편지에 적어 삼신할머니께 드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부부의 편지가 요즘 들어 유독 엄지 척 공주를 슬프게 했어요.
엄지 척 공주는 할머니께서 예쁘고 일을 잘해서 지어 준 이름이랍니다.
"우리 부부는 10여 년간 아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험관을 해도, 자연 임신을 노력해도 아기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매일을 당신께 기도했습니다. 아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제발 아기를 보내주세요. 아기를 주신다면 정말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겠습니다."
엄지 척 공주는 편지를 보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그리고 삼신할머니께 물었어요.
"왜 이 착한 부부의 매일 같은 꾸준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거죠?"
"공주야. 모든 이들의 소원을 다 들어 줄만큼, 아기들의 생명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거란다."
다음 날도 이 부부의 기도가 삼신할머니께 도착했어요.
"포기하라고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제 저희 부부도 영원히 아기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요?"
엄지 척 공주 결심하다.
이 부부의 기도를 편지에 적던 엄지 척 공주는 삼신할머니께 말했어요.
"이 집의 부부를 내 엄마 아빠로 정했어요. 내가 이 집의 아기로 가서 사랑도 받고 사랑도 드릴래요."
삼신할머니는 엄지 척 공주를 말렸어요.
"공주야 네가 할머니 곁을 떠나서 부부에게 가려면 많은 난관들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단다. 정말 힘든 일들을 겪어야 한단다. 부부에게 가지도 못하고 많이 다치기만 하거나 행방불명이 되기도 한단다. 그래도 괜찮겠니?"
"네. 상관없어요. 매일 보던 이 부부의 기도는 진심이었어요. 저는 이 부부를 엄마 아빠로 정했어요."
그렇게 엄지 척 공주는 삼신할머니를 떠났어요. 엄지 공주는 평소에 타고 다니던 '오색빛깔의 아기 백조'에게 말했어요.
"백조야 나 할머니를 떠나서 엄마 아빠를 찾으러 세상으로 갈 거야."
"그래. 내가 세상의 입구까지 데려다줄게. 세상의 입구를 지나면 출생의 입구가 나오는데
세상의 입구부터 출생의 입구는 네가 혼자서 가야 하는 곳이야. 네가 만약 세상의 입구를 무사히 통과해서
출생의 입구에서 휘파람을 불면 내가 다시 그리로 날아갈게."
그렇게 백조는 세상의 입구까지 공주를 데려다주었어요.
황소개구리와 물고기 오일.
세상에 입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큰 문하나가 보였어요. 문을 여니 그곳은 황소개구리들이 사는 집이었어요. 제일 우두머리로 보이는 황소개구리가 말했어요.
"여기는 함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여기에 어떻게 온 건지 설명해봐."
"나는 세상에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가는 거야 비켜줘."
황소개구리가 비아냥대듯 말했어요.
"그 작은 몸으로 세상까지 가겠다고 웃기는 군. 너는 여기서 나가지 못해. 여기를 통과할 수 없어. 지난번에 어느 별에서 잡아온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너에게 잡일을 시킬 거야. 잡일을 하다가 여기 있는 개구리들과 결혼을 해야 할 거야."
그렇게 황소개구리에게 잡힌 엄지 척 공주는 황소개구리들이 시키는 일을 하며 도망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어요. 함께 일을 하던 작은 물고기들이 말했어요.
"황소개구리가 다 같이 울며 노래하는 시간이 있어. 넌 다리가 있으니 그때 도망을 갈 수 있을 거야. 우리 몸에 있는 미끄러운 오일들을 모아서 줄게. 네가 몸에 바르고 도망을 가면 만약 잡혀도 미끄러워 놓쳐 버릴 거야. 대신 약속해. 꼭 예쁜 아가로 태어 나서 우리들을 기억해 줘."
"응. 그래. 약속할게. 난 꼭 내가 정한 엄마 아빠를 찾아갈 거야. 너희를 잊지 않을게 걱정 마. 고마워. 물고기들아."
대장 황소개구리가 먼저 크게 소 같은 울음소리를 냈어요. 그다음 다른 개구리들도 함께 우는 것을 확인하자 엄지공주는 물고기의 오일을 몸에 바르고 뛰기 시작했어요. 문지기 황소개구리에게 잡혔지만 물고기의 오일이 미끄러워서 도망 칠 수 있었어요.
한참을 뛰어 오다 보니 물고기의 오일과 땀이 뒤섞여 끈적끈적했어요. 씻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먼발치에 집이 하나 보였어요.
집주인 두더지와 세입자인 들쥐 할머니, 들쥐들
그곳에는 들쥐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엄지 척 공주는 들쥐 할머니께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어요. 황소개구리들에게 도망친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들쥐 할머니는 착한 사람이었어요. 친절하게 씻을 수 있게 해 주고 쉴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때 갑자기 옆방에 사는 험상궂은 집주인 두더지가 들어왔어요.
"웬 작은 아이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 아이 소리였군. 귀엽군... 밀린 월세로 이 아이를 받아가야겠어."
"안 돼요. 이 공주는 세상에 예쁜 아기로 태어나려고 여행 중이란 말이에요."
"상관없어. 내가 데려갈 거야."
그렇게 이번에는 두더지에게 납치되었어요. 두더지의 소굴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어요. 그리고 옆에 방들에는 들 쥐들이 살고 있었는데 두더지는 흙을 파서 들 쥐들에게 임대를 하고 임대료를 과하게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넌 나와 결혼해서 여기서 살아야 할걸."
"두더지님. 저는 태양을 좋아해서 어두운 이곳에서 햇볕을 보지 못하면 우울해져서 죽고 말 거예요."
"그래? 그럼 창문을 하나 만들어 주지."
두더지는 창문을 만들러 밖으로 나갔어요.
엄지 척 공주는 똑똑하고 벽을 두드려 보았어요. 옆 방에서 들쥐 할머니가 마침 엄지공주의 소리를 들었어요.
엄지 공주가 들쥐 할머니에게 속삭이듯 말했어요.
"제가 조금 있다 문을 열고 먹을 것들을 마구 던질 테니 쥐들을 많이 모아주세요. 제가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찍찍. 안 그래도 두더지의 횡포에 일주일을 굶은 쥐들도 있단다.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줄 테니, 대신 먹을 것 많이 던져 줘야 해."
그때 '펑'하고 두더지의 손이 들어오고 공주에게 드디어 햇볕이 들어왔어요.
공주는 괴성을 질러서 쥐들에게 알리고 문을 열어 먹을 것들을 던졌어요.
금방 두더지의 집이 아수라장이 되고 공주는 두더지가 만든 창문으로 도망쳤어요.
아기가 제일 먼저 보았을 불빛과 반딧불이의 빛.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출생의 입구의 근처에 다다랐어요. 그때 갑자기 밝은 빛이 번쩍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가만 보니 반딧불이가 있었어요.
"안녕 나는 반딧불이라고 해. 아기가 응애 하고 태어나서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을 위해 살아가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 아기의 눈에 빛이 보일 때 보는 빛이 내 몸의 빛이야. 반짝하고 이 세상에서 제일 밝은 빛을 보여주지."
"그렇구나. 나는 엄지 척 공주라고 해. 엄마 아빠에게 가려고 여행 중이야. 출생의 입구로 가서 백조를 불러야 해. 내게 출생의 입구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겠니?"
"응. 근데 너의 노력이 필요하단다. 내 몸에 불이 반짝하고 들어오면 불빛이 꺼지기 전에 그 빛의 열린 통로를 향해 재빨리 뛰어가야 해."
잠시 후 반딧불이의 불빛이 저 멀리에서 반짝하고 빛났어요. 공주는 이 순간은 놓칠세라 빛의 열린 통로를 향해 힘껏 뛰었어요.
다행히도 반딧불이의 불빛이 꺼지기 전에 열린 통로를 지나와 출생의 문에 도착했어요.
출생의 문에서 휘파람을 불자 약속대로 '오색빛깔의 아기 백조'가 날아왔어요.
백조는 공주를 태우고 하늘을 날았어요. 그리고는 백조가 공주에게 말했어요.
"수고 많았다. 공주야.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이 많았어. 대단한 걸.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어. 내가 여기서 너를 떨어 뜨리면 너는 이제 세상에 아기로 태어나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네가 원하던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은 많이 아프단다. 잘 가."
"그래 백조야. 안녕. 잘 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아기 '한 엄지'의 탄생
"응애~~~~"
반딧불이 불빛이 아기의 눈앞에 번쩍하고 터졌어요.
간호사가 말했어요.
"2021년 8월 15일 12시 예쁜 공주님이 태어났어요."
부부는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아기를 만났어요.
"여보 수고했어. 아기가 자기의 별에서 우리에게 작은 물고기처럼 천천히 헤엄쳐 온다고 10년이나 걸렸나 봐."
"그러게요. 너무 예쁜 아기네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부부는 아기를 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여보. 이 아기의 이름은 작지만 최고라는 뜻의 엄지로 합시다. 왠지 그 이름이 아기에게 어울리는 걸요?"
"네. 좋아요. 당신의 성이 한 씨니.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나의 공주님, 한 엄지가 되겠네요?"
그렇게 '엄지 척 공주'는 세상으로 내려와 '한 엄지 공주'가 되어 원하던 부모님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