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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Dec 17. 2021

미라클 모닝을 350일째 강제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기야 넌 다 계획이 있구나.

                                                        

▲ 아기 끝까지 놀다가 잠이든 아기. 사진 한 장이 기사를 대변한다.






새벽 5시. 어김없이 부부의 아침에 알람이 울린다. 알람의 소리는 시계 소리가 아니다. 일정한 아기의 울음소리이다. 일어난 아기를 챙기는 일들은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다. 일단 제일 먼저 아기의 기저귀를 살핀다. 그다음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을 아기에게 우유를 수혈하고 아기 방의 온도와 습도를 다시 체크한다. 겨울이라 아기가 잠을 잘 때 춥지는 않았는지, 방의 온도는 적절하고 일정했는지 등을 아기 잠자리를 통해 살피는 일들의 연속이다.




비로소 핫 하다는 이 미라클 모닝을 강제적으로 실천하게 된 것이다. 이제 기상 시간은 정해졌다. 정확히 새벽 다섯 시다. 그리고 취침 시간도 정해져 버렸다. 10시 반이다. 늦어도 아기가 10시 반 안에는 잠이 들기 때문이다. 



수면 교육을 아기에게 하고 나서 아기는 오후 10시 반 안에는 꼭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 4시나 5시까지 수면을 하는 일명 '통잠'을 잤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자연스럽게 굳어지게 되었다. 아기 엄마와 아빠의 하루의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아기가 스스로 결정하게 된 셈이다. 






아기가 12월 14일을 맞아 생후 450여 일에 가까워졌다. 100일 이 되던 시점부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이 미라클 모닝을 아침에 강제적으로 해 온 것이 벌써 350일 정도가 된다. 아침에 부부를 깨운 아기는 이제 15개월 차에 접어드는데 요즘, 낮잠을 하루에 많이 자면 2시간 정도 잔다. 끝까지 체력을 소진하고 나서야 엄마 등에 업혀서 잠이 든다. 






▲ 업히자마자 뻗은 아기  끝까지 놀다 잠이 오지 않자 엄마에게 업혀 잠이 든 아기






아기가 낮잠을 자는 순간은 예상할 수가 없다. 언급했듯이 정말 방전이 되면 잠이 드는 거다. 아기가 낮잠이 드는 이유도 알 수가 없다. 짧게는 30분이나 1시간, 때론 그 이상 원하는 만큼 자고 일어나 아침에 일어날 때처럼 엄마, 아빠를 찾는다.



이 환장할 미라클 모닝의 클라이맥스는 주말이다. 아기는 아빠가 쉬는 주말마다 보기 좋게 낮잠을 거부했다. 아기가 낮잠을 자지 않는 경우, 맙소사. 주말이면 17시간을 꼬박 육아를 해야 했다.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해서 아기가 낮잠을 두 시간을 잔다고 가정했을 경우를 보면 이렇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자기 전 시간, 저녁 10시까지의 시간에서 낮잠을 자는 시간인 두 시간을 뺀 계산을 하면 15시간이다. 평일이라면 아기의 뜻대로 아내는 하루 평균 열다섯 시간을 깨어 있어야 하고 아기를 돌봐야 하는 셈이다.



평균 15시간의 육아가 비로소 시작이 된 것이다. 이 15시간 동안 아내는 쉴 새 없이 놀아주며 아기가 궁금하다고 가리키는 물건들을 말해 줘야 했다. 문제는 아내의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이고 내 나이가 마흔 줄이라는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내와 함께 저녁 10시까지 이렇게 아기를 육아한다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 소모를 요구했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정말 녹초가 될 때가 많았다.



나도 힘든데 아내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는 아내 혼자 집 콕 육아와 독박 육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기들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하기도 했다. 아기가 하루 종일 기고, 잡고 일어서고, 걷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늦게 까지 노력을 하는 아기도 대단해 보였다. 



아내와 나는 이렇게 핫 하다는 미라클 모닝을 350여 일째 강제로 실천하고 있다. 아기 덕분에 하게 된 미라클 모닝을 아내와 함께 기쁘게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이유로 평소 아내에게 아기가 엄마 아빠의 건강을 위해 효도하려는 마음으로 일찍 깨워 주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말을 한다.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길고 보람 있게 쓰면서 그 시간에 아기를 더 사랑하며 기쁘게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자라고 요즘, 아내에게 자주 말을 한다.






▲ 아기의 기저귀 맙소사.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평소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 아내가 아기에게 사준 기저귀의 이름이 미라클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다...





여러 분의 아기들의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은 언제이신지 궁금하다. 여러 분의 기상 시간이 부디 우리 가정처럼 이른 아침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랑으로 아기를 재우시고 일어난 아기를 달래 시고 계실 이 시국의 부모님들이 계실 테다. 그 부모님들께 아기가 사용하는 기저귀의 뽀송뽀송함을 닮은 응원과 격려를 드린다. 지쳐 잠들 때까지 놀다가 자는 아기의 미라클(?)한 열정을 담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드리는 바다.    




아기 덕분에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들이 있다. 그 구절들을 존경하는 독자 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별생각 없이 멈춤 버튼을 누른다(쉬운 일).

하지만 이 행동은 우리가 지키기로 한 약속들(옳은 일)을 실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잠재의식에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 순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절대 아니다.

큰 그림을 보게 되면 알람시계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고 본능적으로 알람을 끄려 할 때 머릿속에서는 ‘잠깐, 나는 아침에 침대에서 기어 나오지도 못할 만큼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 일어날 거야. 왜냐하면 나는 __을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맴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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