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원으로 살았던 오너
외삼촌 No.3 집에 다녀와서 엄마 아빠와 고기를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줬다.
나 : 돌봄 교실이 여러 반이 있는데, 5시 이후에는 남아 있는 애들을 한 반으로 합쳐서 봐준다고 하더라고. 삼촌이 3학년까지는 학원을 안 보내려다가, 혹시 늦게까지 ㅇㅇ(사촌동생) 혼자 남아서 불편할까 봐 결국 보내게 된 거야.
엄마 : 우리한테는 그런 일 있었다는 건 얘기 안 하고, 그냥 퇴근시간이 애매해서 체육관 알아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학원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어. 아빠도 ㅇㅇ(사촌동생) 혼자 학원차에서 내리고 집에 들어와야 된다고 하니까 불안해서 삼촌 일찍 퇴근시켜주고 있어. 일 없을 때만이라도 30분 일찍. 요즘 일이 많이 없어서 삼촌만 계속 일찍 보내주고 있어.
나 : 아, 그래서 삼촌이 수요일에 6시 20분에 집에 도착했구나. 원래 6시 50분~7시에 들어오는데, 어쩐지 일찍 오더라. 근데 학원비가 매달 15만 원인데 챙겨주기로 했어?
아빠 : 응. 그냥 삼촌 빠듯할 것 같아서.
엄마 : ㅇㅇ아, 엄마 아빠도 직원으로 있어봤지만, 어느 회사를 가도 이렇게 못 다닌다. 학원비 지원도 그렇고, 매일 30~40분 일찍 퇴근에, 출근 시간도 9시 간당간당한 것도 그렇고. 옛날 사장님 같았으면 칼 같이 임금에서 깠을 거야.
나 : 그런 걸 생각하면 타이밍 좋게 엄마 아빠가 사업 시작했네. 안 그랬으면 애 어린이집 처음 다닐 때처럼 싸움 났을 거 아니야. 삼촌 말로는 엄마 아빠가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 4년 동안 임금 동결이었다면서?
아빠 : ㅇ여사, 우리가 그때 4년이나 동결됐었나?
엄마 : 그랬지. 물가는 오르는데… 우리가 시작하면서 그동안 밀린 4년 치에다가 업계 수준 맞춰서 인당 몇백을 한꺼번에 올렸다이가. 보너스도 그렇고.
나 : 그거 지금 생각하면 노동 착취야. 명절 전에 늦게까지 물건 찾아가시는 손님을 엄마랑 아빠가 매번 기다렸잖아. 추가 근무 수당을 챙겨준 것도 아니고.
아빠 : 우리도 저번 회식 자리에서 아저씨들한테 양해 구했어. 작년에 한꺼번에 많이 올린 여파도 있고, 올해는 일이 많이 없어서 동결로 가기로 했어.
나 : 건설 업계 불황 때문에 그래?
아빠 : 응. 다 연결돼 있어서 우리도 일이 없어. 아저씨들도 상황을 아니까 다 동의했어. 참 고맙지. 잘 되면 아저씨들부터 많이 챙겨주려고. 근데… 삼촌 임금 수준이 적은 편이 아닌데… 우리나라가 아직 혼자 벌어서 애 키우기는 힘든 것 같아. 대기업이나 전문직은 소수니까.
사무실에 아기 침대를 놓고 나를 맞벌이로 키운 우리 엄마와 아빠는 50이 넘어서야 자영업자가 되었고, 그때 경험을 토대로 싱글대디 삼촌을 배려하고 있다. 삼촌도 그 마음을 알고, 내가 집에 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누나가 하니까 더 마음이 쓰이더라. 기계도 더 잘 봐주고 싶고. 원래 부품을 자주 갈면 내가 편하지만, 누나 돈이니까 내 힘이 더 들더라도 아끼고 있어.”
고통을 겪어본 자가 먼저 극복하고 나서 그 고통을 잊지 않고, 지금 겪고 있는 자를 배려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