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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Jun 22. 2023

공장 지키는 공냥이 시절 세 마리

고양이는 원래 꼬질꼬질한 맛에 키우지

 우리 신입, 초바, 요뜨의 공냥이(공장+야옹이) 시절 하루 일과는 이랬다. 8시 반쯤 우리 부모님이 제일 먼저 출근해서, 아빠가 보안 장치를 해제하기 위해 철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현장에서 각자 흩어져서 자던 공냥이들이 하나씩 달려 나왔다.


 “오우, 요뜨! 일어났나? (궁둥이팡팡) 산책 갈라고? 어. 다녀와라. 아저씨가 열어줄게.”


 아빠는 현장 셔터가 열리길 기다리는 요뜨를 잠깐이라도 예뻐해 주다가 셔터 스위치를 눌렀다. 현장 어둠에 햇볕이 서서히 스며들면, 진열된 재고 사이에서 자던 초바가 기지개를 켜며 요뜨를 따라갔다.


 “초바! 잘 잤나?”


 물론 초바는 그때도 사람이든 고양이든 별로 안 좋아했다. 엄마냥, 동생냥과 교류는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고양이. 요뜨랑 나가는 시간은 비슷한데, 각자 들어오는 시간이 겹치진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맨날 같이 노는 것 같진 않았다. 각자 구역을 순찰하듯이 겨울에도 수십 번씩 다녀오던 산책은 우리 세 마리의 냥생 최고 행복이었다.


 아빠가 보안을 해제하고 사무실 유리문을 열어주면, 엄마는 가방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근무 준비를 했다. 컴퓨터를 켜고, 계절에 맞게 냉난방을 빵빵하게 돌리고, 사무실에 방문하시는 거래처 손님들을 위한 원두커피를 내리고, 아빠는 현장에 불을 켜기 위해 다시 나갔을 때… 마지막 한 마리는 어디 있었냐면,


 (엄마가 깔아준 아빠의 헌 작업복. 보시다시피 털이 매우 꼬질꼬질한 자브종 시절이다.)


 “신입이! 자나?”


 “…냐!”


 “아줌마가 히터 틀었다. 안에 가가 더 자자.”


 “움먀!”


 현장과 사무실이 연결된 철문 앞에 놓인 선반에 자고 있었다. 겨울에는 분리수거 박스 안에 들어가서 폐지를 이불처럼 쓰고는 했다…


(폐지 모으는 박스 옆에 종이집을 놔주자 자고 있는 요뜨. 외삼촌 No.4의 노묘가 살아있던 시절이라 사료 사면서 받았다고 우리한테 보내줬다.)


 그래. 이게 우리 공냥이들이었지… 오죽하면 우리 엄마는 아직까지도 우리 세 마리를 ‘길표’라고 할까? 풀옵션 목재 캣타워보다 공구가 진열된 현장 선반을 좋아하고, 여름에 에어컨 틀어주는 가정집보다 바닥이 좀 후덥지근해도 탁 트인 현장을 좋아하는 공냥이…


 아빠가 철문을 잡아주면 신입이도 그제야 바닥으로 폴짝 내려와서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신입, 초바, 요뜨가 자는 의자를 따로 놔줬었다.




 아빠 책상 옆에 안 쓰는 의자를 하나 뒀더니, 그 비좁은 틈에 세 마리가 서로를 꼭 안고 사이좋게 잤다. 초바와 요뜨가 돌아오기 전에 신입이는 혼자 거기에 앉아 여유롭게 잤다.


 다른 직원분들도 출근하시고 한창 일하고 계실 때쯤, 한 10시는 되었을까? 유리문 앞에 요뜨가 돌아왔다. 고양이도 유리문이 투명해서 집사들이 자신을 볼 수 있고, 조금만 기다리면 열어준다는 사실을 습득했다. 생각보다 영리하다니까…




 태생부터 공냥이로 적응해서 잘 살겠다 싶었던 그때, 우리 부모님이 갑자기 한 달 만에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재고 파악, 대출 심사, 사업자 등록 등의 공장 이전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던 와중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다.


 “ㅇㅇㅇ(필명25), 고양이들 어디서 키울 거고?”


 “당연히 집에 데려와야지. 드디어 나도 우리 신입, 초바, 요뜨랑 맨날 같이 잔다!”


 “집에? 엄마랑 아빠는 새 공장에서 키울라 생각했는데? ㅇ여사, 세 마리 집에 놔둬도 괜찮겠나?”


 “정말 재수 없는 소리다.”


 “거기는 우리 전용 마당이 없잖아. 애들한테 위험할지도 몰라.”


 “위험하기는 무슨! 지금도 잘만 돌아다니는구먼. 쟈들이 마당에만 있었나? 여기저기 돌아댕기던 애들 잡아다 집에 놔두면 되나? 털 날린다. 상상만 해도 진짜 싫다.”


 “엄마 너무해…”


 “뭐, 어쩔 수 있나. 일단 집으로 데려와보자. ㅇㅇㅇ, 필요한 거 사라.”


 “진짜? 그럼 캣타워랑 매트랑 화장실 다 산다?”


 아빠가 엄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웃었다.


 “어. 그래. ㅇ여사? 뭐 키워봅시다.”


 “벌써부터 돈 까먹는 소리 들리니까 짜증 난다. 둘이 알아서 해라.”


 “그럼 그럼. 화장실 이제 내가 다 치워야지.”


 “게으른 ㅇ씨들끼리 얼마나 잘 키우나 보자.”


 공냥이 세 마리를 어떻게 집냥이로 만들었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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