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한번 냈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아
앞에서 우는 아이가 어떻게 부모를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했는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육아를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한두 번 화내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가지고 육아 전반이 평가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에요. 육아는 당사자가 제일 힘든 싸움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의 아이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순둥이라 화낼 일이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 마음을 돌리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미운 3살이 되면 ‘누굴 닮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변하죠.
좋고 싫고 가 분명해지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울거나 또는 애교를 부리거나)’를 알아갑니다. 결국 지금까지 알고 있는 아이는 사라지고, 부모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말썽꾸러기만 남게 되죠. 이런 아이를 보다 보면 부모는 한계에 다다르며, 결국 화를 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정적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화를 내게 됩니다’라는 말은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선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대며, 저를 나무라고 싶은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가 긴장상태에 빠지면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하여 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뇌의 시상으로 가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정상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라는 논리적인 설명을 들면서 말이죠. 저 역시 이 말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지극히 맞는 말이고, 저 역시 이러한 이유로 최대한 화를 억누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설사 지금까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할지라도, 정말 단 한 번이라도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대비해야 해요. 그래서 우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아야 하죠. 저의 실수처럼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볼게요.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의 존 카트맨 박사는 “아이를 훈육할 때 약 40%만 감정코칭을 해 주어도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설령 부모가 화를 내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때에도, 이미 신뢰가 구축된 관계에서는 아이가 크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라고 조언합니다.
감정코칭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두면 좋겠지만, 지금 굳이 책을 찾아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간단하게 ‘흥분상태의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행위’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아이와 충분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었다면, 순간적인 화가 아이를 크게 망치거나 지금까지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다는 것만 기억하시면 돼요.
한편, 제 글을 읽었다고 “이제 아이에게 마음껏 화내도 되겠네!”라고 생각할 부모는 없을 거예요. 그 순간엔 아무리 화가 나도, 지나고 나면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만 남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아이에게 화낸 자기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고, 부모 이전에 감정에 반응하는 한 명의 ‘인간’ 이기 때문이죠. 화를 낸 것도 잘하려다 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