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는 강요받아선 안됩니다
저는 운동을 매우 좋아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잠을 줄여서라도 운동을 하곤 하죠. 그런데 아무리 운동을 좋아하는 저조차,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아플 때예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프면 무조건 쉽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좋아하던 운동도 하기가 싫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런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일 거예요. 몸이 아프고 식욕이 없어지면, 그저 침대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고 싶어 집니다. 몸이 아파 한껏 예민해진 탓에 좋아하던 음악도 귀에 거슬려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억지로 아픈 나를 몰아세운다면 어떨까요. 전 당장이라도 그 사람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이 글을 보며 “나는 아픈 사람을 몰아세우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나 육아에서 대부분이 위와 같은 실수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죠. 바로 ‘모유수유’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모유수유는 ‘선택’이지 강요받을 문제가 아닙니다. 이 고통스러운 일은 그저 응원만 받으면 충분합니다. 누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본인도 충분히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도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는 것은 압니다. WHO의 권고사항도 알고 있고, 모유를 뛰어넘는 분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공부했어요. 여기에 더해 ‘내 자식인데 완모도 못 해주냐’는 논리를 펼치며, 저 역시 아내를 몰아세울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분유처럼 물 끓이고, 온도를 맞추고, 분유를 섞고, 분유통을 준비하느니 차라리 모유가 편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 편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방송에서 모 연예인이 모유수유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말까지 더하면, 완벽한 논리처럼 보이겠네요. 그러나 여기에 아내가 겪는 고통은 고려되지 않았다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 모유가 여성의 몸에 생기면, 젖몸살이라는 통과의례가 시작됩니다. 유방이 부풀어 오르고 가슴 전체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하죠. 잘 풀어주지 못하면 근육이 뭉친 것 마냥 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이 고통은 모유가 너무 많이 나올 때도 수시로 찾아오죠. 젖몸살이 생기기 전 빨리 아이에게 수유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신생아의 입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지와 같은 감상을 떠나, 그 크기가 얼마나 작은 지를 말합니다. 크게 벌려도 조그마한 입, 그 덕에 수유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게다가 처음 해보는 일이고, 모유로 부푼 가슴은 아이 얼굴의 절반 정도는 가리게 되니 모유수유는 이제 보이지 않는 ‘감’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배고픔에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려, 급한 마음에 억지로 수유를 하다 보면 유방에 가해진 힘 때문에 모유가 뿜어져 아이의 얼굴에 묻습니다. 행여 코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어대죠. 우여곡절 끝에 모유수유에 성공하면 이제 끝일까요?
바늘로 몸을 찌르는 고통, 상처가 끊임없이 덧나며 생기는 통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모유를 탐하는 아이의 입은, 가슴에 상처를 만들어요. 붓기도 하며 심할 경우 피가 나오기도 하죠. 지금까지도 고통스러웠지만 이빨이 나기 시작하면 고통은 배가 됩니다.
아이가 수시로 깨물어대는 통에 ‘악’ 소리를 낼 정도가 돼요. 그러나 아프다고 쉴 수 없기 때문에 상처는 아물 새가 없고, 옷깃만 스쳐도 찾아오는 통증은, 당장이라도 수유를 포기하고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직 모유수유의 힘듦을 논하기엔 부족해요.
누군가 모유를 먹이는 죄, 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모유를 먹이는 죄로,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못 먹어요. 밤만 되면 수시로 일어나 배고픈 아이에게 수유해야 하며, 외출이라도 할 때면 가까운 수유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직된 자세로 수유를 하다 보니 목은 결리고 손목은 시리고 허리는 마디마디가 아픕니다. 더운 여름 모유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축축해진 수유패드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자, 좋은 것은 알지만 이 정도 되면 계속하라고 하기에도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사랑도, 내가 힘들며 하는 건 사랑이 아닐지 모릅니다. 내가 지금 아프고 죽겠는데, 아이에게 모유가 좋으니 네가 희생해라,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는 오롯이 내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사랑과 고통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상처 받는 게 우리란 것을 알려야 해요.
남편은, 아내가 모유수유를 힘들어하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말한다고 해도 그저 응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는 아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부족한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죠.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고, 아내에게 따듯한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주세요. 그렇게 한다면 아내는 누구보다 현명한 결정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