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필 Jun 23. 2021

의견수렴의 함정

비범한 인재들의 의견수렴이 평범함에 머무르는 이유

"음... 아이디어의 완성도는 좋은데 결국 이건 구글이 지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 국내 리딩 IT 기업의 선행 컨셉을 개발하는 컨설팅 중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손꼽는 비범한 IT 인재들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의견수렴 끝에 내놓은 팀별 아이디어는 전문적이고 심지어 트렌드를 주도하지만 결국 구글이 지향하는 바와 거의 유사했다. 그리고 구글이 지향하는 바와 유사하다는 것은 업계의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것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범한 인재들의 의견수렴이
평범한 결과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컨설팅이나 코칭을 하게 되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워크샵은 필수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 워크샵은 늘 즐겁지만, 의견수렴을 위한 워크샵은 늘 조심스럽다. 조직의 구성원이 전문가이고 비범할수록 의견수렴 결과는 종종 비범한 개인의 아이디어보다 평범하기 십상이다. 의견수렴을 하다 보면 전체의 합이 부분보다 열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도대체 문제는 뭘까? 의견수렴 도구 자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도구이다. 그러나 의견수렴이 모든 문제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도구는 아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회사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고객과 직원의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내어 이를 통해 중요한 과제 선정할때 의견수렴은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브랜딩 또는 전략의 영역은 의견수렴 도구를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는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의견수렴은 보편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는 적합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는 적합하지 않기때문이다. 독특함과 차별함이 생명인 브랜딩과 전략은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라 파격적인 생각이 필요하기다.


아울러 조직의 구성원은 종종 의견수렴을 한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 원한다. 생각해보자 사실 구성원의 의견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반영한다. 그것은 자신의 독특한 생각이 아닌 업계가 요구하는 전문적 의견으로 포장된 누구나 알고 있는 업계의 기준일 뿐이다. 전문가일수록 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업계의 기준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문가가 많은 업계 1등이나 역사가 오래된 조직에서 흔하다. 누군가 독특한 의견을 내어도 이런 의견은 전문성이라는 의견수렴을 거처 소수의 의견이 되거나 전문적 식견에 못 미친다고 탈락하게 된다.


때때로 

비범한 전문가의 의견을 

의견수렴하면

예측 가능한 

평범한 의견이 된다


여기서 기성세대보다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지만 독특한 생각을 가진 비범한 MZ세대들은 좌절한다. 심한 경우 비범한 MZ세대들은 조직을 떠나버린다. 


MZ세대는 업계의 기준을 넘어선 

비범한 것을 찾지만

기성세대는 업계의 기준 안에서 

평범한 것을 찾는다.


의견수렴의 결과가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이 계속 행해지는 이유는 결과가 구성원의 현재 일을 잘 반영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즉 익숙하고 편안한 결과이기에 훌륭하지는 않지만 최종회의에서 거부하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의견수렴을 통해서 비범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통과되는 일은 흔하다. 


브랜딩 그리고 전략은 현재에 관한 일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일이기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가깝다. 따라서 편안하기보다는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을 수용해야 온전한 전략적 의견수렴에 이를 수 있다.


당신의 의견수렴은 비범함에서 평범함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만들고 있는가?

_

후기

거의 2년 만에 글을 씁니다. 왜냐구요? 직장을 옮겼는데 좀 바빳네요. 여전히 브랜드관련 컨설팅을 하지만 분야가 좀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의료관광 국가 브랜딩, 글로벌 축제 브랜딩, 임산물 국가 브랜딩 등 해외 브랜딩이나 국가 또는 공공기관 브랜딩을 좀더 다루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 주제는 이런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려고합니다. 이제 시간나는대로 글을 쓰겠습니다. 그럼 담에 또뵙죠.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 원형이 브랜드 컨셉을 정의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