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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재 Jun 12. 2020

#2. 커머스썰 2편. 커머스 진화론

커머스는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가?

2) 경험을 판다.


수중에 있는 돈이라는 형태의 한정된 재화를 통해 우리는 최대한의 행복을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최대한의 행복에는 단순 물건, 서비스의 실제적인 효용성뿐만 아니라 가치와 경험이라는 주관적인 영역이 많은 작용을 하게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단순 기능으로 차별을 만들기 힘든 대량생산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경험과 가치에 방점을 둬야 하는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 스토어들은 온라인과 가격 전쟁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트렌드에 부응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을 새로이 정비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다양한 매장에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특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경험을 두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시에

글로시에 (Glossier)는 1.2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뷰티 D2C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보그(Vogue) 매거진을 다니며 인투 더 글로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에밀리 와이스가 창업한 브랜드이다. 글로시에는 뉴욕과 LA에 각각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씩 두고 있는데 현지인뿐 아니라 나를 포함하여 도시를 여행하는 여성들에게 꼭 방문해야 할 핫플레이스로 손꼽히고 있으며 실제로 매장 앞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길게 늘어선 줄과 줄에 서있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크림을 발라주고 향수를 뿌려주고 있는 직원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긴 기다림을 지나 입성한 매장은 연한 파스텔톤의 글로시에 핑크를 활용하여 유니폼, 제품 패키지, 조명, 인테리어 등 모든 곳에 일관성 있는 비주얼적 경험과 인스타그래머블한 순간을 선사한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맘껏 발라보고 주문하는 환경 역시 특별한데 국내의 속칭 인스타 힙플들이 5분만 앉아있어도 허리가 아파 일어나고 싶은 의자로 빠른 회전을 유도한다면 글로시에의 매장에는 눕고 싶을 정도로 편안한 소파가 여기저기 배치되어있으며 실제로 매장 내에서 수다를 떨며 긴 시간을 보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주문을 하고 싶다면 힘들게 숨겨져 있는 재고를 찾아 계산대로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점원이 건네주는 아이패드를 통해 주문하면 창고에서 이름이 적힌 핑크빛 패키지로 포장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픽업 카운터로 배달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내 이메일 정보와 개인 구매 기록이 수집이 되며 이는 Owned channel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는 글로시에에게 아주 중요한 자산인 통합 데이터로 남게 된다.



백산 안경점

백산 안경점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135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하이엔드 안경점 브랜드이며 국내에는 2016년에 오픈한 신사 단독 매장 그리고 본토인 일본 내에서도 5개의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다. 우선 매장에 들어서면 흔히 절간 냄새라고 불리는 고급 스러고 그윽한 우드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이솝(Aesop)과 러쉬가 향으로 행인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이 향이 매출로 직결되는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비교적 흔한 택틱이지만 패션 특히 안경점에서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안경전문점들이 이 정도 가격대의 안경이라면 손상 도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유리 너머로 보관하여 써보기 위해 따로 요청을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는 안경들이 자유롭게 진열이 되어있고 편안하게 써볼 수 있도록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나 손님이 찾는 것이 있어 보이거나 더 잘 어울릴만한 안경이 있다면 직원이 친절하게 몇 마디를 건넨다. 안경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감명을 받았던 것은 피팅 서비스인데 원칙인 ‘안경을 파는 순간 고객과의 인연이 시작된다'를 보여주듯이 잘 훈련된 직원이 세심하게 개인의 얼굴에 맞춰 미세 피팅을 조정해주고 평생 변화하는 얼굴형에 맞춰 조정해주는 A/S 서비스에 대해 안내를 해준다. 사실 안경이라는 것이 착용자가 한 번 얼굴에 올려보는 것으로는 착용감을 알기 어렵다 보니 막상 안경점에서는 착용감이 괜찮아도 다음날이면 불편함을 느껴 여러 번 안경점에 다시 발걸음을 하게 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직원이 노하우와 전문성에 기반하여 고객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고객이 불편해할 수 있을만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수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케이스까지 입장부터 퇴장에 이르는 기분 좋은 고객 경험의 여정을 완성한다.


이들의 공통점을 나열해보자면 1) 오감을 자극한다 2) 강요하지 않되 존재한다 3) 디테일을 통해 재미요소를 더한다 4)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를 꼽을 수 있는데 기존에 매장의 개념이 공급자의 단순 판매의 공간으로 회전율과 이익 극대화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공간을 브랜드이자 소비자 퍼스트 기반의 매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온라인 커머스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나?

 소비자에게 오감만족을 시키는 경험에 있어 온라인 커머스는 오프라인에 비해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최근 성수동에 오픈한 공간 와디즈나 무신사 테라스처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나 쇼룸 등을 통해서 고객에게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나 본 편에서는 이러한 부분보다는 온라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전략들을 1) 배송 2) 결제 3) 개인화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배송의 진화: 식품부터 패션까지

바야흐로 라스트 마일(last mile) 딜리버리의 시대이다. 특히 신선식품 업계에서는 마켓컬리, 쿠팡, 배달의민족, SSG 등 내로라하는 커머스 기업들이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식품의 경우 국내 소매판매액의 25% 가까이를 차지하여 단일 가장 많은 소비가 발생하고 있는 상품군이며 구매주기가 짧아 재방문 유도에 유리하다 보니 유저를 유입시키는데 용이하다. 그러나 주기가 빠른만큼 구매에 있어 신선함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타 상품군 대비 온라인 침투율이 아직 15%선으로 가장 낮은 편이다.

미래 시장의 기회를 보고 이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선두업체들은 막대한 금액을 콜드체인에 투자하여 산지부터 보관 배송까지 이르는 과정을 저온 환경으로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고 동시에 품절률과 폐기율 사이에 스윗스팟을 찾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 예측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고객들의 선도와 배송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이러한 시스템이 마켓의 표준이 되어가니 기존에 점포 기반 배송을 하던 신세계, 롯데 등도 선도와 재고 관리를 위하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 투자하며 변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배송 시장의 혁신은 단순 식품 시장이 아니라 의류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쿠팡 로켓 배송뿐 아니라 여성 의류 서비스인 브랜디, W컨셉 역시 오늘 출발 서비스를 시작하며 패션 총알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신선식품과 비교했을 때 사실 의류의 경우 당일 배송이 꼭 필요한 영역은 아니고 선도와는 다른 의미지만 사이즈, 컬러 등 베리에이션이 많아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에도 가능했지만 투자하기 쉽지 않았던 영역이라면 코로나 이후로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는 새로운 커머스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결제의 진화: 커머스 비즈니스의 저변 확대

호랑이 담배 피우던 데스크톱 시절 맘에 드는 물건 하나 결제 한번 하려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를 포함한 수많은 보안 프로그램 설치에 영원히 고통받던 시기가 있었다.. 어쩔 때는 이 과정이 너무나도 수고스러워서 안 사!라고 소리 지르며 사이트를 닫아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는데 그만큼 쇼핑 플랫폼 이용에 있어 결제 서비스의 편리함은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이베이코리아, 쿠팡, 네이버, 카카오와 같이 커머스 기업들이 간편 결제 시장을 선두하고 있다.  간편 결제 시장의 확대는 결제의 편리성을 증진시켜 5-10% 정도의 이탈 유저를 방지해 거래액을 높이고 유저를 플랫폼에 락인시키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서비스의 영역을 커머스에서 축적된 고객 정보와 선수금을 바탕으로 한 투자 및 대출 등의 금융업으로의 확장 역시 가능해진다. 50종이 넘는 다양한 페이 업체들 속에서 온라인 결제시장의 주도권은 플랫폼 파워와 강력한 제휴 기반으로 유저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선도 플랫폼사 위주로 이미 형성되었으며 이들에게 열려있는 다음 과제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기에 네이버 통장을 포함하여 본격적인 금융상품들의 출시를 기대해본다.


개인화의 진화: 적용 영역의 다변화

AI를 통한 개인화된 서비스와 상품의 제공은 요즘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개인화의 영역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앱 내에서 상품 추천과 커뮤니케이션의 영역뿐만 아니라 유저가 인지하지 못하는 마케팅 전반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대부분의 마케팅 플랫폼에서는 광고를 보여줄 페르소나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아도 기존의 고가치 유저의 시그널에 기반하여 유사 유저가 타겟팅되며 이들에게 개인화된 광고 소재와 상품 추천이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으로 선택 및 제작되고 여기에 개인화된 페이지로의 랜딩을 통해 전환율을 개선한다. 이렇듯 개인화는 커머스 전반과 뗄 수 없는 영역이며 개인화 맛집이 되기 위해서는 퀄리티 있는 풍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보니 이 분야를 리딩 하는 것 역시 다양한 유저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대규모 플랫폼 업체들이다. 최근 초개인화 서비스를 표방하며 쇼핑의 전통 강자 롯데에서 롯데온이 야심 차게 출범되었다.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앱 구동과 단순하게 몰 간 데이터 통합 외에는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으나 데이터라는 귀한 원재료는 준비되었고 AI의 학습을 통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니 서비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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