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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선 Feb 27. 2017

코워킹 스페이스란 무엇인가?

cuasia 2017, 코워킹 스페이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다

피치트리를 준비하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코워킹스페이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들을 해왔지만 아직도 어떠한 명쾌한 대답을 얻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에 대한 답은 없을 수도 있다. 코워킹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치앙마이에서 열린 CUAsia에 다녀오면서, 코워킹스페이스란 무엇인가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선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나눠보면 같이(Co) 일하는(Working) 공간(Space)이다.




1. 같이(Co)

 -협업만이 진정한 코워킹인가?


코워킹스페이스가 기존의 working space ( = office)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같이'일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존재하는 우리 팀 만의 독립된 사무실이 아닌, 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팀들이 모여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코워킹스페이스만의 다양한 특징들이 생겨난다.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 누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특징 있는 커뮤니티가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코워킹스페이스마다 내세우는 차별점이 그 공간만이 가진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경험해보고 익숙한 학교를 생각하면, 새로 생긴 학교들은 끝내주는 시설과 화려한 인테리어, 거대한 규모로 홍보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생긴 지 일정 기간이 지나 커뮤니티가 확고해지고 그 학교만의 아이덴티티가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하드웨어적인 면은 홍보의 대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직은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장 손쉬운 접근방법인 쾌적한 시설, 서비스, 입지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어필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공간의 매력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머문다면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해 다 다르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같이'라는 면에서 파생되는 협업, 코워킹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코워킹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한정해버리면 모든 코워킹스페이스는 구인구직, 재능거래 플랫폼이 되어야만 하고 공간에 오는 멤버들 역시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와야만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피치트리도 왜 멤버분들 사이에서 위와 같이 좁은 의미의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서 한 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코워킹을 서로에게 직간접적인 긍정적 외부효과를 줌으로써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보는 순간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한 많은 의문점들이 풀리고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코워킹은 단순히 밤에 혼자 일하는 외로움을 해소시켜주는 것일 수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같이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것, 새로 나온 로고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 취향이나 취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공유 등 계약으로 맺어져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형태로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같이 일한다는 것을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협업의 형태에만 국한시킨다면 코워킹스페이스의 장점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2. 공간(space)

 - 커뮤니티 vs 자본?


CUAsia에서 '커뮤니티'와 '자본'에 대해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전통적인 조직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 코워킹스페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를 해치지는 않을까, 자본을 가지고 대규모로 코워킹스페이스를 런칭하는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등 주로 '자본의 침투'에 대한 걱정이 중요 포인트였다. 


하지만 '자본'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보다는 커뮤니티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의 가치중립성'과 같은 맥락인데, 그 자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구조물을 만들 수도 있다. 주변만 둘러봐도 많은 건물들이 '토지 자본'을 바탕으로 하지만, 갖고 있는 의미나 가치는 모두 다르다.


실제로 CUAsia에서 만난 한 미국 회사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건물주가 모든 초기 자본을 제공하고, 본인들은 그 건물에 스토리를 입히고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켜 장기적으로 건물의 가치를 훨씬 높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 역시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모델이며, 실제로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트렌드가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3. 일하는(working)

 - '일'을 정의하는 방식은 공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일한다의 정의 역시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고 개인적인 특성에 따른 영역이기 때문에 코워킹스페이스마다 추구하는 업무환경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떤 코워킹스페이스는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는 분위기를 추구한다면, 어떤 코워킹스페이스는 웬만한 카페보다 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CU Asia에서는 일하는 환경에 대한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물론 다 큰 성인들이 일을 하는 것이고, 그 환경에 대해서는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업무환경에 대한 고민은 코워킹스페이스로서는 끊임없이 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코워킹스페이스의 본질에는 '일'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성격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트리는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개인이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그러기 위해 일은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한 공간에 있어도 질리지 않고, 일도 하고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재충전도 하고, 사색도 할 수 있으려면 그 공간은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면 얼마나 멋진가. 생각만 해도 설렌다. 피치트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금씩 이에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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