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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짱 Feb 28. 2017

코워킹 스페이스를 복&붙 할 수 있을까?

CUASIA 2017 리포트 2회 

본 시리즈는 CUASIA(Coworking Unconference Asia) 코워킹 아시아 언컨퍼런스 2017을 참가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누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1일차 행사인 Spotlight Thailand 중 태국 코워킹 스페이스 대표들의 패널 토론 내용 리뷰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부가적인 내용과 감상도 더했습니다). 패널로는  Pun Space (치앙마이), StarWork (치앙마이), HUBBA (방콕), RPOD (파타야)의 대표들이 참여했습니다. (*메인 사진 출처: CAAP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여러분들은 왜 코워킹 스페이스를 시작하셨나요?

태국의 각기 다른 세 곳의 도시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네 명의 대표를 패널로 초대하여 이루어진 대담에서, 사회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그 시작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패널 중 한 명이었던 Hubba의 공동창업자 Amarit 입장에선 다소 쑥스러워지는, 또 동시에 자랑스럽게도 만드는 비슷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Hubba를 갔었는데..
방콕 에카마이 역 도보 15거리에 위치한 Hubba 본점

시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들 태국 최초의 코워킹 스페이스 Hubba를 방문하게 되었거나, 그 곳에서 코워커로서 일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너무나도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각자 현 위치인 파타야, 치앙마이 등지에 돌아왔을 때, 동일한 경험을 복제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Hubba 본점, Hubba-To, Discovery Hubba 이렇게 총 3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Hubba는 태국 최초이자(2012년 8월 1일 오픈) 최고령의 코워킹 스페이스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태국인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델이 된 곳이며, 태국내 후발주자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오픈하게 되는데에 큰 영감과 영향을 준 곳이다. 이 날 참가했던 패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Hubba를 복&붙(복사하기&붙여넣기)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어요.
파타야 소재의 rPOD 코워킹 스페이스의 Peerasak Chanchaiwittaya 대표 (사진 출처: CAAP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나 그 이후의 여정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었다. 건물의 외관적인 부분은 어떻게 따라한다고 해도, 커뮤니티는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콕이라는 한 도시 안에서도 각각의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다른 모양새로 발전하고 진화해가고 있을진데, 환경적 요소부터가 다른 다른 도시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로 인하여 처음 시작이 되었던 'Hubba와 같은 것'이라는 상(像)을 버리고, 새롭게 탄생해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각자가 있는 곳의 환경에 따라서, 그 곳에 오는 멤버들의 필요에 따라서, 각각의 미션의 원석을 다시 발견하고 다듬어가면서 유기적으로 커뮤니티의 자기다움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거쳐야 했다. 

Hubba의 Bar-crawl 이벤트 중 (출처: Hubba 페이스북 페이지)

예컨데, 로컬과 외국인 디지털노마드들의 멤버 구성 비율이 그렇다. Hubba를 처음 갔을 때 개인적으로 내가 매우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디지털노마드들과 태국 로컬들의 멤버 구성비가 절묘하게 반반의 발란스를 잘 맞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 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져도 다른 한쪽에게 불편하거나 덜 매력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는데 저희는 딱 좋은 지점을 운이 좋게 잘 맞춰가고 있지요." Amarit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 딱 좋은 발란스 위에서 태국인의 예의 그 밝은 미소, 싱그러운 젊은 에너지, 친절함, 정답게 챙겨주는 가족애적인 따뜻함과 디지털노마드들(주로 서양인인)의 자유로움, 독립성, 이국적, 다양함들이 잘 부딪치고 융합되면서 Hubba특유의 Vibe,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 발란스를 찾아가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서울로 상경을 하듯이, Hubba가 위치한 방콕 또한 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꿈과 성장기회를 찾아서 모여드는 수도이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소재의 코워킹 스페이스 Punspace

그에 반해서 치앙마이에 위치한 Punspace에는 디지털노마드들의 비중이 90퍼센트 이상을 넘는다. 그에 따른 특유의 문화와 그 필요에 응하는 공간으로 진화해가고 있으며, 세 번째 지점과 동시에 코리빙스페이스도 준비를 하는 중이다.  


동일하게 치앙마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디지털노마드들이 주로 모이는 님만해민이나 올드타운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Starwork는 태국 현지의 SME를 주 멤버로 삼으며, 그들의 필요에 맞게 hotdesk(예약없이 자리만 비어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유동적인 업무공간)뿐만 아니라 팀 단독의 사무실과 같은 Serviced Office(서비스 오피스)의 요소들을 더 많이 갖추고 있다. 또한 일과 삶의 발란스를 중요한 모토로 삼아 저녁에 멤버들이 편하게 자녀들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가족 친화적인 공간으로 변모해왔다고 한다. 


태국 남부의 섬 파타야에 위치한 rPOD 코워킹 스페이스의 경우엔 파타야 섬의 파티 문화와 기대에 상응해서, 맥주 한잔(+a) 걸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더 많이 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패널 토론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들 사이에서만 이런 일종의 진화과정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하여 여러 지점으로 확장한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도 각 지점마다 성격이 변화해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치앙마이의 Punspace를 예를 들어보자. 멤버들은 현재 운영 중인 두 지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용할 수 있는데, 친구들도 만나고 캐주얼하고 편한 마음으로 일하러 갈 때는 Punspace 1호점으로, 닥치고 생산적으로 일해야 할 때는 널찍한 공간을 자랑하는 Punspace 2호점으로 가는 식의 이용패턴이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Hubba 2호점이었던 Pah Creative Space

Hubba도 마찬가지였다. 한 골목에 대각선으로 위치하고 있던 Hubba 본점과 Hubba의 그 당시 2호점과 같았던 Pah Space는 분위기도 달랐고, 사람들의 취향도 갈렸다. 그렇게나 지척에 있으면 멤버들이 자주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Hubba와 같은 곳을 열고 싶었어요.


사실 어쩌면 이 대답은 같은 대답으로 보이지만 대답한 사람마다 'Hubba와 같은 곳'에 대한 정의부터 달랐을 지도 모른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모양새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참 다양하고 유기적이기 때문이다. 애초 다른 미션, 주어진 환경, 실제로 그 공간에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의 요구, 그 시점에 가능한 것들, 각자 운영자들의 매력과 방향성 등등이 화학적 결합을 하면서 진화해가는 과정을 보면 코워킹 커뮤니티 안에는 생명이 있다고도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붙도 불가능한 건 물론이거니와, 어디가 어디보다 낫다고 비교를 하려드는 것도 성립할 수 없는게 아닐까. 




CUASIA 2017 한국 대표 참가단 (하이브아레나헤이그라운드피치트리스페이스클라우드Bsalon네이버, 커뮤니티긱, MIST의 김현정님)이 보고, 듣고, 느낀 내용들은 CUASIA 2017 참가기 공동 브런치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앞으로 게시되는대로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팀들의 브런치 채널도 구독하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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