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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필 Jan 25. 2017

챗봇에 대한 짧은 메모

챗봇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히 적어본다

2017년 신년 전 세계 ICT 업계 화두가 바로 인공 지능이다. 물론 2016년 가장 핫했던 키워드도 인공지능(AI)이었다.


기억하는가? 우리가 아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이 또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가장 주목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란 게 어떤 건지 일반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이나 판단을 대신해주거나 도와준다 정도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 어떤 식으로 알려준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주목하고 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인 채팅에 인공지능인 로봇을 적용한 채팅 + 로봇의 합성어인 챗봇이 바로 그것이다.

말 그대로 기존의 채팅 환경에 인공지능을 입힌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챗봇 : 채팅 + 로봇의 합성어로 로봇의 인공지능(AI)을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접목시킨 기술
물론 이런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챗봇인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우리의 대화창구가 바뀌었다. 때로는 통화보다 메시지를 더 많이 이용한다. 목소리보다 텍스트가 익숙해졌다.

Source: BIA/Kelsey (2012)


모바일 환경이 성장하면서 사무실이나 집에 있는 PC에서 하던 채팅은 스마트폰 속 메신저로 진화하였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화와 채팅의 대중화

나는 인공지능을 실험할 환경은 아직 까지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위에 언급했듯이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이미 일상생활에 녹아 있다. 그만큼 대중화되어 있다. 새로운 환경을 개척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또한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스템, 프로그램이라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 그만큼 많은 비용,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채팅 인터페이스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다.


웹의 복잡한 기능들이 앱으로 녹아들면서 미니멀 라이즈 되는 과정을 거쳤다면. 앱의 기능이 또다시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녹아드는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여기에 인공지능이란 고도화된 기술이 접목된다면 채팅 하나로 모든 서비스가 풀릴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본다.


챗봇 생태계가 앞으로 웹과 앱의 생태계를 죽일 것이다 라는 강한 메시지들을 해외 뉴스에서 종종 들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나중에 이야기하겠다) https://chatbotsmagazine.com/how-bots-will-completely-kill-websites-and-mobile-apps-656db8e6fc03#.3xbwq94mp

주요 모바일 메신저 월간 이용자 현황(2014년 기준)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위챗과 페이스북, 라인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위한 기능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고 많은 기업들이 이것을 실제 채택할 확률이 높다.


텐센트의 마화텅 “우리는 위챗을 통해 앱 기능을 메신저로 다 소화 할 거다!! ”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우리도 그럴거다!! 우리도 메신저로 비즈니스 할 수 있게 할거야!”

위챗, 페이스북, 라인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판을 깔아주면 시장은 곧 별할 것이다.


챗봇은 새로운 기술 일까?


여기서 잠깐! 질문하나 하겠다. 과연 챗봇은 새로운 기술 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챗봇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다만 고도화된 AI(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다는 게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겠지만 아직까지 나온 것들은 보면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이전에도 지금의 형태의 챗봇들은 존재했다. DOS 시절에도 존재했다. 믿기 어렵다면 내가 찾은 유물을 한번 확인해보자.


혼자 놀기의 끝판왕 이었던 가상 채팅 프로그램 "맥스"

http://www.bloter.net/archives/238267

DOS 시절 ‘맥스’가 열어준 개발자의 삶 #박정만

“안녕?”이라고 말하면 “안녕!”이라고 대답해주던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어떤 연예인을 좋아해?”라고 물으면 “난 연예인에 별로 관심 없어”라며 요즘 말로 ‘시크함’이 뚝뚝 묻어나는 대답을 하던 소프트웨어였다. 요즘에야 이런 기술은 흔하다. 애플은 ‘시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코타나’를 만들었다. 자연어 처리 기술에 기반을 둔 지능형 서비스가 일반 사용자에게 소개된 것은 최근 일이다. 하지만 컴퓨터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그때, 투덜대면서도 매력적인 어투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던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혹시 ‘심심이’ 얘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틀렸다. ‘윈도우’보다 ‘도스’가 더 익숙했던 1993년의 일이다. 소프트웨어 추억 탐구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맥스(MAX)’를 개발한 박정만 개발자를 만났다. 박정만 개발자는 현재 게임 개발업체 젤리오아시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학생 손으로 빚은 대화형 소프트웨어 “전 컴퓨터를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이었어요. 대학 들어간 기념으로 부모님께서 286 컴퓨터를 사주셨거든요.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PC통신 ‘하이텔’을 접하게 됐고요. 자료실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내려받다 보니 개발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박정만 부장은 92학번이다. 대학에서는 기계설계를 전공했다. '동의대학교 기계설계학과.' 당시 그가 만든 맥스 창 밑에는 학교와 이름, 닉네임 등이 적혀 있었다. “그때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라는 게 박정만...

www.bloter.net

 


놀랍지 않은가? 이게 1993년에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맥스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일방적인 대화 인터페이스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지금 개발 중인 초기의 챗봇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좀 더 기억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한 보다 진보된 형태의 챗봇은 1998년에 있었다. 그해 나는 처음 IRC(Internet Relay Chat)라는 채팅 프로토콜을 접하게 되었다.

IRC에 대한 설명은 위키로 대체하겠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D%84%B0%EB%84%B7_%EB%A6%B4%EB%A0%88%EC%9D%B4_%EC%B1%97


IRC에서는 사용자가 간단히 스크립트를 적용할 수가 있었다. 스크립트를 작성하여 채팅 내에 또 다른 기능을 개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간단한 스크립트를 통해 날씨를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이 내가 처음 채팅에 기능을 입힌 첫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되새겨 보면 그 과정들은 지금의 챗봇 개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기술적 스펙이 아니라 방법을 의미한다.)

실제로 IRC에서도 BOT 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 설명 또한 위키로 대체하겠다.
https://en.wikipedia.org/wiki/IRC_bot


그래서 내가 유물을 하나 또 찾았다. 왠지 반가워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추억을 곱씹어 보자.(그 추억..나만일까..설마.…)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간단한 명령어로 IRC 에서 날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0년 전 IRC에 적용한 기술과 현재 챗봇에 적용한 기능과 비교해 보자. 다음은 가장 대표적인 날씨 봇인 Poncho라는 챗봇이다.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 Poncho http://poncho.is/

어떤가? 기능은 10년 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는가?


사실 뜯어보면 별거 없다. 날씨 API를 이용하거나 직접 크롤링을 통해 자료를 수집 후 출력해주는 방법이다. 아무튼 뭔지 모르겠지만 내 물음에 반응을 해주니 신기할 뿐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작년에 다녀온 국제 콘퍼런스에서 강연자로 강단에 올라가셨던 박사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사실 그거 우리가 10년도 더 전부터 연구하던 분야예요.”


맞다 기술적으로 봤을 땐 이분들에겐 신기한 게 아니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이게 다시 이슈가 되는 걸까?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미 있던 기술을 왜 이제야 다시 꺼내는가?


나의 생각은 이렇다. 구글이 그것의 포문을 열어 줬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이슈를 만들었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 국내외 반응들이 갑자기 알파고에 쏠렸다. 이세돌은 자신의 패배에 대해 인간의 패배가 아닌 자기 개인의 패배라며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이세돌의 한 번의 승리에 많은 이들이 동요했다. 인간의 승리에 많은 의미를 부여 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강력했다. 이미 그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은 분명했다.


“이세돌이 패했지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

그 후에도 많은 기사거리들이 쏟아졌고 그들은 단순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래에 인공지능에 사라질 직업군까지 정리돼서 돌아다닐 정도다.


인간은 두려워 하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이슈화에 성공했다. 구글의 빅 피쳐도 성공한 듯 보인다. 굉장히 큰 그림이었다.


지금 까지 구글의 행보를 보자면 스스로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 올라가는 형국이다.


10년 전보다 확실히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아니 무서울 정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이 구축해놓은 모바일 생태계에 그들의 기술로 또 다른 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10년 전과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래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챗봇을 어디에 활용해야지?


그래 이쯤 보니깐 챗봇이 이슈가 맞는 거 같다. 그럼 그걸 어디에 써먹어야 할까?

사실 일반적인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텍스트 기반이다 보니 많은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일반적인 텍스트 기반의 메신저 화면


하지만 이것 또한 변한다. 메신저 업체들이 그래픽을 입힌 UX 탬플릿을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아직까진 Facebook Messenger, Line Messenger.. 정도로 그래픽 탬플릿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래픽을 입힌 대화 인터페이스 (LINE Messenger)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뭔가 아직 많이 제한적이다.

챗봇의 대중화를 위해선 아무래도 탬플릿의 다양화, 지원 가능한 기능의 확대, 자연어 처리 등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까진 제한적인 기능으로 풀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조금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컨시어지 서비스, 상품 주문, 소개 , 추천 정도로 단순하고 제한적인 기능들에 챗봇이 활용되고 있다.


정보제공(회사 소개, 상품 추천, 큐레이트)

컨시어지 서비스 (사용자 맞춤형 편의 제공 서비스로 챗봇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마케팅(해외업체들을 보면 챗봇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모바일 커머스 (쇼핑몰 연동을 통환 대화형 커머스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미요소가 포함된 대화 기능(심심이와 같은 자동 응답형 채팅 봇)


사실 현재까지 나온 챗봇들을 봤을 때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아직 시작단계이다 보니 계속해서 보완 발전해 나갈 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데이터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쉽게 챗봇으로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냐가 챗봇 운영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챗봇은 아직 완벽하지가 않다.


아직 인공지능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기계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많은 부분들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챗봇에 호의적인 건 앞서 계속 거론했던 인공지능 때문이다. 챗봇을 좀 더 고도화 전문화시키는 과정이 바로 인공지능을 적용한 기계학습이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고도 한다. 지금 많은 곳에서 기계학습에 대한 연구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조만간 그 기술들이 고스란히 봇 환경에 적용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또 변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실험한다.


분명 챗봇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치 않은 것들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바로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 여행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면서 그 기능들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기능들을 챗봇으로도 풀어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기능을 먼저 웹으로 만들었고
그다음 앱으로도 만들었고
지금은 챗봇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쫓는 게 아니다. 순리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따르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변화가 없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해 본다.


긴 시간에 거쳐 첫 글을 썼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매번 보고서와 기획서 쓸 때 곤욕을 치른다. 한 번씩 생각을 정리하고 공개하면서 글 쓰는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이 곳을 통해 짧지만 내가 아는 기술과 정보에 대해 메모하고 공유해 볼까 한다.
그래서 말인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안 생겨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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