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의 글을 읽은 적이 언제인가?
독서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독서의 필요성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신년 초에 올해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에서 '독서'이다.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그 어느 것보다도 어렵게 느껴지고 잘 안 되는 것이 독서이다. 우리나라 성인 1년 평균 독서량이 8권에 진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독서를 하지 않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 단적인 예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독서 강국이었다. 독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신을 보존하고 기르고 유지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근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우리의 독서 문화를 지속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수천 년간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독서의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니다. 독서라는 것은 우리에게 힘이었다. 우리의 철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고 우리의 가치를 세우는 과정이었다.
우리 국가와 각 개인은 현재 상당히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기적 같은 경제 발전으로 중진국의 최상단에 포진하고 있다. 독서를 잃은 대신 우리는 경험과 기술이라는 즉각적이고 실리적인 목표 하에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과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발전을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험을 넘어선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철학이고 이념이고 사상이며 가치이다. 작게는 개인의 철학을 만들고 가치를 찾는 것이고 크게는 국가의 이념과 사상 그리고 철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 독서는 우리가 지금 그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하는 우리가 찾던 바로 그것이다.
독서를 잃어버린 사회
조선시대에만 해도 기술은 천시받고 글과 철학이 인정받는 사회였다. 흔히들 서양의 근대사회의 경제체제가 들어오면서 책 읽는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유럽, 미국의 서양 사회는 우리보다 평균 독서량이 훨씬 높으며, 독서는 취미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삶 속에 녹아들어 가 있다. 오히려 일제 치하와 전쟁을 겪으며 우리는 거의 모든 사회 기반 시설을 잃어버린 것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생존과 경제성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면서 글을 중시하던 사회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전쟁 후 아무 기반도 없이 의식주를 걱정하는 사회에서는 오늘 먹고 살아가는 것이 책을 읽고 철학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철학은 밥 빌어먹기 딱 좋은 학문으로 취급되었으며, 기술을 배워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제는 생존의 시대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가 된 현시점에서도 우리는 아직도 책을 읽는 문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독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 우리의 독서 방법과 문화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독서는 왜 어려울까?
독서가 어려운 이유는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사회적 발전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독서는 어렵지만 우리에게 글은 익숙하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이고, 그중 대부분은 글자를 읽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신문기사, 블로그를 읽는 것이 글자를 소비하는 것이고, 유튜브를 보면서도 자연스레 자막을 보게 된다. 글자를 읽는 것이 힘들기 때문은 아니다는 뜻이다. 독서를 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호흡의 길이에 있다. 일반적으로 책 한 권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6~7시간 정도이다. 지금같이 빠른 속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 가지에 6~7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은 정말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책이라는 매체는 책 전반에 걸쳐 흥미와 재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시대에는 책 외에 접할 수 있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으며 그 대부분의 매체들은 호흡이 책보다는 훨씬 짧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책 전반에 걸쳐 흐르는 작가의 주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때로는 재미없는 내용도 포함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호흡이 길고 재미없는 부분을 거쳐가야만 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짧은 호흡과 재미 위주의 가벼운 매체에 익숙한 우리 현재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 독서여야 하는가?
이렇게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는 그 어떤 매체도 제공해 줄 수 없는 깊이 있는 지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거의 대부분을 글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른 매체보다 호흡이 긴 이유로 길이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심도 깊게 다룰 수 있다. 또한 타 매체와 달리 책은 1인 창작물이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 주제가 타인의 검열로 수정되는 않고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제작비로 인하여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 나올 수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존재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읽어야 한다
독서는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심도 깊은 지혜를 다양한 관점에서 직접적인 전달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그 어떤 매체나 지식 전달 방법으로서 탁월하다. 처음 시작함에 있어서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그 어떤 매체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희열은 동시에 우리를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