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도 커리큘럼이 있다
어떤 책을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는가?
다른 사람에 의해 책을 고르고 있지는 않는가?
보통 책을 고르는 방법은 서점에서 신간 코너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고르게 되거나, 인터넷, 신문, 잡지 등에서 자주 거론되는 마케팅이 잘 된 책을 고르게 된다. 이렇게 나의 선택이 아닌, 출판사의 마케팅이나, 서점의 추천 코너에서 책을 읽는 커리큘럼 없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우선 답은 물론 그렇다. 하지만 공부에도 효율적인 공부방법이 있고, 커리큘럼이 있듯이 독서도 커리큘럼을 가지고 읽는다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의한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커리큘럼은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상하게도 퍼즐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과 함께 퍼즐을 맞추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퍼즐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하나씩 맞춰가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면 뭔지 모를 희열을 맛보곤 했다. 성인 대상 500피스나 1,000 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면서도 느끼게 되는 희열이 있다. 처음에는 '이 퍼즐을 과연 맞출 수 있기는 한 건가?'라는 의문점이 든다. 아무리 쳐다봐도 다 똑같은 색인 것 같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막막함을 이겨내고 첫 퍼즐을 맞추고 다시 두 번째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면 '어! 좀 더 하면 할 수 있겠는데?'라는 기대감으로 바뀐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퍼즐 속으로 빠져들어 퍼즐을 맞추다 보면 언젠가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몇 시간, 며칠이 지나고 나면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퍼즐인 완성되어 간다. 이제는 퍼즐의 그림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어 보이던 작은 퍼즐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독서는 인생의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도 퍼즐을 맞추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독서에는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한 권을 잘 읽고 다음 한 권 또다시 한 권 그렇게 지속적으로 책을 읽다 보면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방법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나의 인생에 조금씩 도움이 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잘 모르고 불명확하게 넘어갔던 것들이 명확해지고 '어! 나도 좀 더 읽으면 뭔가 할 수 있겠는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렇게 다시 계속해서 다음 책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이 연결되고 큰 그림이 보이는 시점이 있다. 독서는 그 어떤 것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큰 퍼즐의 거의 모든 것은 책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꼬리에 꼬리물기
퍼즐을 맞출 때 가장 먼저 맞추는 것은 모소리 부분의 퍼즐이다 가장자리의 퍼즐이 가장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모소리의 퍼즐을 맞추고 나서는 끝면에 있는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 부분이 그다음으로 쉽기 때문이다. 퍼즐 속 사진들을 보며 옆면과 잘 맞닿아 있는 그림을 맞추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도 우선은 가장 쉬운 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 쉬운 한 권을 읽고 그다음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첫 책과 연결점이 있는 책이다. 이런 연결점이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독서의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평 독서
수평 독서란 동일한 주제에 있는 책을 연이어 여러 권을 읽는 것을 말한다. 수평 독서가 주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생각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어떤 생각들은 쉽게 결론을 낼 수도 있지만 무거운 주제는 자신의 생각이 영그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럴 때 수평 독서를 통해 여러 권을 책을 읽으며, 책에서 주는 질문들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둘째는, 동일한 주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라고 할지라도 저자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하나의 책만을 읽었을 때는 그 저자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저자마다의 다른 생각을 접하게 되고 서로 상반되는 입장의 글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 자신의 생각은 어느 저자의 생각과 비슷한지, 어떤 생각이 더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고, 더 좋은 결론을 찾을 수 있다.
셋째는, 저자가 범한 오류를 그대로 수용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읽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그 책에 있는 내용이 모두 옳은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책이라는 것은 보통은 한 사람이 쓰기 마련이다. 그리고 저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책을 쓰기 위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조사한 것이 아니기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습관을 들이는데 30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66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30일이 걸린다는 것은 신체 절단자가 자신의 절단된 신체를 인지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일 뿐이고, 66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습관 관련 심리 실험에서 다양한 결과가 나왔는데 평균적으로 66일이 걸린다는 걸로부터 나왔다.
넷째는, 독서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의 책을 읽다 보면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고, 때론 같은 참고자료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비슷한 내용을 여러 번 접하다 보면 그 부분은 이미 자신의 아는 내용이기에 빨리 읽고 넘길 수 있다.
수직 독서
첫 째, 빠른 시간에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을 고르다 보면 왠지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고 싶어 진다. 하지만 막상 어려운 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하면 처음 얼마간 읽다가 이해도 잘 안 되고 재미도 없어서 금방 지치고 책은 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이런 이유는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책을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니 재미가 없고, 당연히 흥미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난이도가 낮은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가능하면 쉬운 책을 선택해 기본적인 지식을 쌓고 그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어려운 책으로 나아가면 이해도가 높아져 좀 더 어려운 책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둘째, 디테일이 강해진다. 수직 독서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자신이 더 알고 싶어 지는 분야가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성공하는 법을 알고 싶어서 성공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성공하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노력, 마인드, 창의성 등 세부적인 관심사가 생기게 된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그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서 생기지 않았던 관심도가 조금씩 명확해지고, 내가 필요한 분야가 어떤 것인지 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 분야와 정확히 일치하는 책을 찾게 되고, 점점 더 디테일한 지식이 자리 잡게 된다. 마치 대학교 1~2학년 때는 기초 전공을 배우다 3~4학년이 되면 상세 전공을 공부하게 되는 것과 같다.
셋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나의 분야의 책을 점차 난이도가 있는 책으로 옮겨가다 보면 지식의 깊이가 갈수록 깊어진다. 필자의 경우,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수십 권의 책을 읽었고, 이제는 준전문가 수준이라고 자부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내용은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주제의 확장
위의 두 가지, 수평 독서와 수직 독서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연속적인 책을 읽는 것을 기본으로 주제를 확장시키며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학생 때는 교과의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그 커리큘럼을 따라갔다면 독서를 통한 배움은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자신이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왜 책을 읽는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는 목적을 알고,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독서계획을 짠다. 처음에는 그렇게 대단한 계획을 짤 필요는 없다. 우선 한두 가지 주제를 정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관심 있는 주제나, 좀 더 세분화된 주제에 관심이 생기고 자연히 읽고 싶은 주제가 생긴다. 이때 다시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읽고 싶은 주제보다는 읽고 싶은 책이 우선해서 생기게 되는데, 그 책을 바로 읽어서 주제와 계획과는 상관없는 책을 읽기보다는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넣어 놓고 나중에 그 주제에 대해 깊이 읽게 될 때 함께 읽는 것이 좋다. 필자는 항상 30~50 권여의 읽어야 할 책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데 가능하면 주제를 정해 몰아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주제를 정해 읽는 시작은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우선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 필자의 경우 제일 먼저 시작했던 책들은 카메라 관련 책이었다. 카메라 사용법부터 시작해서 사진을 잘 찍는 법, 스마트 폰으로 멋진 사진 찍는 법에 대한 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지만 첫 시작은 누구나 똑같다.
어떤 일이든 결과를 알고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시작점의 중요성을 알게 될 뿐이다. 그 길에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길을 가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