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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피바이러스 Aug 23. 2022

동물을 너무 좋아했던 아이는 결국 자라서,,,,

동물을 너무 좋아해도 너무 좋아했다. 초딩 시절 만든 아이디에는 죄다 'avvlg'가 들어가 있었는데, 무려 'animal very very love girl'의 약자이다. 그나마 다른 아이디에는 'bingo'가 들어가 있는데, 이건 그 당시 열심히 봤던 비디오에 등장한 강아지의 이름이었더랜다.  

어느 1990년대의 4월 1일 금요일에는 선생님한테 신나게 우리 집 강아지 자랑을 하기도 했다. 나는 어렸을 때 꽤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엄마는 종종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듣곤 했다. '동물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하고 목소리가 커져서 다른 아이인 줄 알았다'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1월 16일 목요일에는 제법 자유분방해진 글씨체로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데,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 멸종되어야 한다'며 야생동물이 받는 고통을 밀렵꾼들도 똑같이 돌려받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후에는, '돈 잘 벌고 남 잘 돕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며 야무지게 장래희망을 정의 내린다. 하지만 결국 이 아이는 수의사가 되지는 못한다. 불과 몇 년 후, 세상은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문과적 기질에 몰빵 된 인간이라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수의사의 꿈은 곱게 접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검사, 번역가, 뭐 그런 장래희망들이 차례대로 왔다 갔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양한 직종의 회사원이 되기도 하고, 자영업자가 되기도, 프리랜서가 되기도 하며 직업의 세계를 마음껏 탐방한다. 인생에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줄어들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동물에 관련된 영화를 보고, 백과사전을 탐닉하고, 동물단체 소식지를 받아보며 엄마 돈으로 후원금을 보냈으나 다소 그런 것들과 멀어진, 흐리멍덩한 사회인이 된 것이다. 그 당시 내가 신경 쓰는 동물은 10여 년 넘게 우리 가족과 함께해 온 강아지 모모와 고양이 호동이가 다였다. 그들은 어느새 내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해오고 있었고 공기처럼 물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당연해져서, 그들을 잊게 되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시간은 길지 못했다. 모모는 15살쯤, 호동이는 19살쯤 세상을 떠났으니까. 그러고 나니 정말로 새삼스럽게, 이제야 다른 동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간은 동물들에게 한결같이 가혹했으니까. 


텅 빈 집을 견디지 못해 구조된 고양이들의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그렇게 2년 간 입양처를 찾아 준 아이들이 일곱 마리. 예전부터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지금은 100여 명이 함께하는 봉사 단체를 이끈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인간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동물은 넘쳐나니까. 그러면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인 내가 평생 동물들과 함께하며 누렸던 그 행복과 사랑을, 어떻게든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수의사가 되어 생명을 구하는 건 이미 글렀는데..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 끝에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본다. 


소셜벤처,
동물을 돕는 소셜벤처를 만들 테야.  

같은 생명이니까 존중해주고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것. 서로가 서로를, 서로가 서로를. 


까맣게 잊힌 과거의 어느 날, 종이에 꾹꾹 눌러 써내려갔던 그 마음을 되짚어보며 제대로 시작해보기로 한다. 결국에는 인간도 동물이니까.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 한 번 같이, 이 지구 안에서 행복해져 보자. 




그래서 뜻을 같이 할 팀원들은 어떻게 모았을까?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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