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아웃도어 열풍이 엄청 났다. 광고를 전공했기에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를 기획하는 과제도 종종하게 됐다. 노스페이스, 코오롱, K2,블랙야크, 네파, 몽벨, 라푸마, 파타고니아, 캐나다구스. 이 외에 더 있을 브랜드들... 이 많은 브랜드 안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맡은 브랜드만의 특장점을 이리저리 고민해보지만 '아웃도어'안에서 색다른 것을 찾아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게다가 이미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비슷비슷했다. 자연풍경, 환경보호, 아웃도어 활동. 또는 고어텍스처럼 기능성을 어필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맡은 브랜드를 봤을 때, 내세울 강점이 '가격' 밖에 보이지 않으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차피 아무리 성능이 좋아봤자 오르는 건 동네 뒷산인데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야?', '가성비는 우리 브랜드가 제일 좋네! 스마트한 소비 컨셉으로 간다!'
대학생 때까지는 여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브랜드 관점으로 봤을 때, 약간 부족한 생각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동네 뒷산에 오르는데 왜 저렇게 고기능성 옷을 입지?' '정말 돈이 많은 것을 뽐내려고 입는건가?' 나는 이 답을 런닝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됐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런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나이키 런클럽 사진을 본 이후부터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를 입고 뛰는 모습, 여러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런닝을 하는 모습, 나이키가 주최하는 달리기 대회에서 메달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 이런 것들을 보며 나도 같은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엔 무턱대고 뛰었다. ‘뭘 입든 달리면 됐지’ 했던 내 생각은 한번 달리고 나서 달라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진 속 사람들처럼 풀세팅을 하고 뛰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이키 런닝화를 구하고 헤어밴드와 함께 손목 아대를 샀다. 그 뒤로도 뛰면 뛸수록 갖추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만 갔다.
이렇게 직접 뛰어보니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부터가 우사인 볼트는 커녕 체육인도 아니지만 뛸 때 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뛰고 싶다. 이런 나에게 '고작 동네에서 뛰는데 너무 사치부리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본다면 마음가짐만큼은 나이키 급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배를 만들게 하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 생텍쥐페리
아웃도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웃도어 활동을 진짜 시작하게 된 것은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서에 자주 인용하는 저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말이다. (정작 '가성비'가 떠오르는 브랜드의 광고를 맡게 되면 고이 접어두게 되는 말이다.) 그러므로 브랜딩을 하는 사람은 계속 동경의 대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히말라야 급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