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 라이브 문학의 밤 N행시 교실에서
현실은 세이브가 없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실수한 사람은 더 얼어붙고 '죄송합니다'만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더 위축이 돼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병재는 그렇지 않다. 실수를 할 때면 이번에 소개하는 마법의 문장을 꺼내 보인다.
다시다시. 하나~ 둘~ 셋.
편집된 영상이 아니고 라이브임에도 그냥 뻔뻔하게 다시다시. 하나~둘~ 셋 하더니 실수한 적 없었던 것 마냥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한다. 덕분에 실수한 사람도 얼어붙지 않고, 시청자들도 데자뷰로 여기며 모두가 웃을 수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바웃 타임 주인공이 야외 결혼식을 하는데, 영국 날씨를 증명하듯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그럼에도 주인공인 신랑신부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결혼식 장면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어바웃 타임 이야기를 더 하자면, 주인공인 팀 가문 남자들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영화 막바지에 팀의 아버지는 팀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I should just get on with ordinary life, living it day by day, like anyone else. Then came part two of Dad’s plan. He told me to live every day again almost exactly the same. The first time with all the tensions and worries that stop us noticing how sweet the world can be, but the second time noticing.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평범한 삶을 살아라. 그리고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에 느껴보아라.
팀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진짜로 하루를 거의 똑같이 한번 더 산다. 처음엔 직장 동료가 상사에게 혼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지만, 두 번째엔 상사에게 혼난 직장 동료에게 몰래 노트에 적은 상사 욕을 보여주며 웃음으로 그를 위로한다. 결국, 같은 사건이어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팀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팀의 아버지 조언처럼 하루를 똑같이 다시 살아볼 수는 있다. 일기를 쓰면 된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긴장과 걱정 때문에 놓쳤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친구의 실수에 모난 말 하지 말고 웃고 넘어갈 걸, 시간에 쫓겨 집을 나서면서도 짜증 내지 말고 웃으며 인사할걸. 실수에 너무 위축되지 말걸.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더 나은 내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