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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레옹이 Feb 12. 2024

에피1. 두 번째 레옹, 레옹2

강아지에게 제발 잠 좀 자라고 들려주는 쫌 동화같은 이야기 비긴즈

레옹2야, 이제 새 나라의 반려견이 잘 시간이야. 그렇게 삑삑 소리 나는 장난감 한 시간째 계속 물어대면 재밌는 옛날이야기 들으며 잠자리에 들 수 없을 텐데, 너 괜찮겠니? 왜냐면 이대로 가다간 아마 오 분쯤 후에는 경비실 인터폰이 울릴 테고 난 층간소음 문제로 실랑이를 해야 할 거야. 그러다 기분이 언짢아지면 네 녀석 잠자리 따위는 신경도 안 쓴 채 보란 듯이 혼술을 할 거거든. 그러니 좋은 말할 때 장난감일랑 내려놓고 이리 와 누우렴. 대체 무슨 옛날이야기냐고? 그나저나 이 나라가 새 나라 맞느냐고? 자, 심통 그만 부리고 일단 들어봐. 그러고 보니 니 이름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겠구나.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가 축구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쓴 적이 있었단다. 당시 나라가 온통 축구로 시끌벅적했지. 심지어 나는 키우던 개가 축구공 닮은 새끼를 출산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너 그렇게 심드렁한 표정 할래?) 너처럼 흰 바탕에 까만색 점이 여러 개 박힌 천사였는데 눈도 못 뜬 채 데굴데굴 구르는 꼴이 영락없는 축구공이었어. 하긴 너도 갓 태어났을 때는 결코 다르지 않았을 텐데, 내가 직접 못 본 게 이제와 새삼 분하구나. 어쨌든, 그래서 이름을 축구공이라고 지을까 어쩔까 고민하는데, 며칠 후 그 축구공 녀석이 한꺼번에 양쪽 눈을 번쩍 뜨더니 아기똥아기똥 걸음마로 나에게 걸어오는 거야. 두 눈 언저리부터 이마, 정수리, 그리고 처진 양쪽 귀까지 마치 까만색 털로 된 이각뿔 모자를 쓴 것 같은, 지금도 가슴 아프게 눈에 선한 모습으로 말이야. 순간 왜 나는 모자 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얼굴이 떠올랐을까?(그렇다고 내가 세계사 공부를 잘했다거나, 특별히 유럽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야. 그저 ‘운명적’이었다고 할밖에.) 아묻따 축구공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된 녀석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나폴레옹’의 ‘레옹’이라는 꽤 근사한 이름을 갖게 됐단다.


혹시 눈치챘니, 레옹2? 바로 네 엄마 얘기라는 거. 그리고 니 이름은 ‘레옹이’가 아니라 ‘레옹2’라는 거. 새끼 얼굴도 못 보고 무지개다리 건넌 네 엄마의 이름 ‘레옹’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고 내가 대를 이어 너에게 전한 거란다. 나의 두 번째 레옹, 레옹2야!


#반려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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