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설명해 보시오.
PINCH.STORY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설명할 수 없을 때,
정말 좋은 브랜드일수록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브랜딩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깨달았다.
마치 연인이 "나 왜 사랑해?" 할 때 대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 브랜드가 왜 좋아?
친구의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분명히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려니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음... 그냥... 뭔가 좋아."
결국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뭔가 더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어리바리 모호한 한 줄이다.
오목조목 좋아하는 이유를 다 설명하자면 한 시간도 모자랄지도.
브랜딩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이런 순간은 더욱 당황스럽다.
차별점, 포지셔닝, 브랜드 메시지... 이런 단어들을 달고 사는 내가 왜 설명을 못 하고 있을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그랬다.
명확한 이유 없이 자꾸 찾게 되고, 왜 좋은지 설명하라고 하면 막막해지는.
우리 집 근처 작은 카페가 그렇다. 스타벅스가 더 가깝고, 이디야가 더 저렴한데도 자꾸 그곳을 찾는다. 커피가 특별히 맛있다고 할 수도 없고, 인테리어가 화려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인지 그 공간에 있으면 편하다.
가끔 쓰는 핸드크림도 마찬가지다. 성분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향이 독특한 것도 아니다. 그냥... 손에 발랐을 때의 느낌이 좋다. 질감? 흡수감? 뭔가 있는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심지어 로고만 봐도 왠지 좋은 브랜드들이 있다. 별다른 경험도 없는데, 그 브랜드의 색감이나 폰트만 봐도 호감이 간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
클라이언트가 묻는다. "우리 브랜드의 차별점을 한 줄로 정리해 주세요."
그 순간 우리도 당황한다. 분명히 뭔가 특별한 게 있는데, 한 줄로 설명하려니 다 뻔해 보인다.
"자연에서 찾은 순수함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맞춤형 브랜드 경험"
"일상의 작은 사치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브랜드"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말들만 나온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설명을 들은 고객들의 반응이다.
"아, 그렇구나" 하고 끝. 기억에 남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가 자신만의 차별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기억하고 다시 찾는 브랜드들을 보면, 그 매력은 설명 영역 밖에 있다.
마치 연인이 "나 왜 사랑해?" 할 때 대답하기 어려운 것처럼.
진짜 매력은 설명되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워하는 순간이 바로 이것이다. 모든 요소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정작 그 브랜드만의 '결정적인 한 끗'은 설명 영역을 넘어선 곳에 있다.
그 한 끗은 아마도 이런 것들의 총합일 것이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 조명의 온도감, 음악의 볼륨, 직원의 목소리 톤, 심지어 공기의 밀도까지. 하나하나는 사소하지만 모여서 만드는 분위기.
제품을 만졌을 때의 질감. 포장을 뜯을 때의 소리, 사용할 때의 무게감, 마감의 정교함.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신뢰감.
브랜드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결'. 웹사이트의 여백, 패키지의 색감, 서비스의 리듬감까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브랜드만의 결.
이 모든 게 맞아떨어질 때, 사람들은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브랜드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PINCH가 추구하는 건 설명 가능한 차별점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조율된 경험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개별 악기는 평범해도 함께 연주할 때 웅장한 하모니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브랜딩도 그렇다. 로고, 컬러, 톤앤매너, 공간, 서비스... 하나하나는 특별할 것 없어도 전체가 조율될 때 특별한 경험이 된다.
우리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 바로 이 '조율'이다. 논리로는 설명 안 되지만 감각적으로 '맞다'는 순간을 찾는 것. 모든 터치포인트가 같은 결로 이어지도록 세밀하게 맞춰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우리도 자주 말문이 막힌다. "왜 이 색이어야 하나요?" "왜 이 톤이어야 하나요?"
대답은 늘 비슷하다. "그냥... 맞아서요."
논리적 설명보다는 감각적 확신. 그것이 우리가 찾는 브랜딩의 정점이다.
결국 브랜딩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 것.
대신 느껴지도록 조율하는 것.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다"는 말. 이 말 안에 브랜딩의 모든 비밀이 숨어 있다.
명확한 논리보다 미묘한 감각이 승리하는 순간.
설명 가능한 차별점보다 설명 불가능한 매력이 더 강력한 순간.
그 순간이야말로 브랜드가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당신의 브랜드도 누군가에게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은" 브랜드가 되고 있는가?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다"는 말. 이 말 안에 브랜딩의 모든 비밀이 숨어 있다.
차별화 포인트가 '설명'의 메시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어'의 메시지로 조율됐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로 느껴지는 것이다.
고객은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몸으로는 안다. 왜 좋은지 모르겠다면, 그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다만 잘 조율된 상태로 전달된 것뿐.
PINCH는 이 과정이 재밌다.
정답은 있을 수 있어도 꼭꼭 숨어있는 그들만의 '브랜드 에센스'를 찾아나가고 예상해 보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브랜드의 진짜 의도를 발견하는 순간의 짜릿함.
우리는 이런 여실한 과정들을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려 한다.
P.S. 혹시 당신의 브랜드가 아직 설명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라면? PINCH.와 함께 설명 너머의 감각을 찾아보자.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한 끗을 위해서.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