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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킹 정식매장, 오래갈 수 있을까

보틀벙커 기획자의 와인킹 팝업 분석과 브랜딩 전략 제안

by PINCH

PINCH.POINT

용산아이파크몰 3층. 평소라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망해나가는 자리'가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했다. 67만 구독자를 보유한 와인 전문 유튜버 와인킹의 팝업스토어 때문이다. 와인 전문가도 와알못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와인 경험 공간. 지금은 팝업이지만, 정식 매장이 된다면 어떤 브랜드 정체성을 설계해야 할까? 공간 브랜딩 기획자의 시선으로, 브랜드가 되기 위한 구조와 가능성을 분석해 봤다.


보틀벙커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매번 다른 산업분야의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그때그때 디깅하는 분야가 생기는데, 안 그래도 술을 좋아하는데 보틀벙커를 만들고 난 뒤엔 와인에 빠졌다. 동네에 생긴 보틀샵, 길을 걷다가 만나는 와인축제, 고속도로 휴게소 와인샵, 마트 와인코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큐레이션 방식, 다루는 와인의 가격대, 와인 스태킹 방식, 결제 배송 시스템, 직원의 응대 서비스까지. 나도 모르게 훑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한 와인킹의 팝업스토어.


킹 받는데, 끌린다

킹(?) 받는 홍보 포스터.

근데 뭔가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평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가고는 못 배길 만한 곳.

2024.12.6~2025.22 용산아이파크몰 3층에서 열린 와인킹 윈터랜드 팝업 홍보 이미지 (이미지 출처: @jay.wineking)

처음에는 와인킹이라는 유튜버를 알지도 못했을 때라, 그 킹 받는 홍보물과 영상을 보고 '킹 받아서 와인킹이라는 건가...?' 생각했다. 그런데도 가고 싶었던 건, 수많은 와인을 무료로 시음해 볼 수 있다는 매력에 홀라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평소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들이 우수수 팝업에 함께 참여했다. 그것만으로도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024년 8월 코엑스 추석 팝업에서의 강렬했던 첫 만남의 기억으로, 그해 겨울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팝업에도 당연히 방문했다. 용산아이파크몰에서의 팝업을 경험하고, '아 이건 리테일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정식 매장으로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유튜버의 와인매장, 어떤 브랜드로 다가가면 오래갈 수 있을까? 팝업에서 얻은 경험치를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내가 브랜딩 담당자라면 어떻게 할지 용산아이파크몰에서의 와인킹 팝업 2회 방문자로서 강점을 분석하고, 리테일 브랜드가 되었을 때 브랜드 정체성을 고민해 봤다.


팝업의 성공 요인:
'킹 받는' 마케팅부터 '킹 같은' 경험까지
와인킹의 팝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유튜브에서 쌓아온 '접근 가능한 와인 전문성'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그대로 재현해 냈기 때문이다. 와인킹은 기존 와인업계의 엘리트적 톤앤매너를 완전히 뒤집었다. 어려운 와인 용어 대신 일상 언어로, 고급스러운 분위기 대신 친근한 접근성으로 무장했다. 와인킹 팝업이 흥미로운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1. 무료 시음이라는 경험설계

와인을 고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마셔보는 것.

전 세계에는 수많은 와인 종류가 있고, 모든 와인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1초에 3개씩 새로운 와인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먹어보지 않고서야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와인킹의 팝업스토어는 마치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무료 시음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알못부터 전문가까지 이 장소에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주는 첫 번째 장점이다.

단순히 와인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맛보고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와인 구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동시게 와인킹의 전문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성인 인증을 하면 팔찌를 주고, 각 부스마다 비치되어있는 작은 잔을 사용하여 시음할 수 있다. 플라스틱 와인잔도 유료로 제공하는데, 미리 잔을 챙겨가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2. 전문적인데 쉬운, 믿고 마시는 와인 큐레이션

설명은 늘 쉬운 언어로, 유쾌하게.

와인킹은 와인 관련 석사학위만 3개, 그리고 2017년부터 꾸준히 와인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 소개해온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와인 전문가다.

특히 꾸준히 와인 수입사로부터 출품받은 와인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시음하고 평가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며, 믿고 마실 수 있는 맛성비 와인들을 소개해왔다.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솔직한 평가를 기재해 와인을 고르는 재미를 높였다.

각 와인마다 와인킹의 시음노트가 적혀있다. 욕 나오게 맛있는 화이트 와인이라는 말에 2병이나 구매했는데, 소름 돋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맛이었다. 무조건 사야 함.


3. 축제 같은 분위기와 먹거리 큐레이션

맛집 탐방과 시음이 공존하는 공간.

한국은 자고로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꼭 먹어야 하는 안주의 민족이다.

와인킹은 와인과 어울리는 한국 음식을 함께 소개하면서, 와인을 좀 더 쉽게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글지글 굽는 냄새, 눈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겨울 제철 통영굴과 이북 음식(수육, 만두국) 판매 부스. 이외에도 소세지 플래터, 타코, 쏨땀 등 다양한 음식을 소개한다.


4. 누구나 올 수 있는 편안한 매장

고급스러운 와인샵에 들어갈 때의 그 ‘주눅’, 와인킹 팝업엔 없다.

와인을 구매하기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막연히 비쌀 것 같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와인 매장들이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연출해서 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을 만들곤 한다.

와인킹의 팝업은 정반대다. 와인을 진열하는 방식부터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 그리고 결제 매대까지... 가장 저렴한 소재, 그냥 박스로 진열해 두기까지. 친근하기 이를 데 없다.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이케아와 콜라보까지. 박수가 절로 나왔다. 스웨덴 국민 가구 브랜드이자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퀄리티를 제공하는 이케아 브랜드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5. 친절한 에너지와 편의성

“이건 진짜 한번 드셔보셔야 해요.”
강요 없이, 위트 있게. 판매가 아니라 대화다.
마셔보다 마음에 들면, 잔으로도 사고 병으로도 사고, 배송까지.

시음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특히 좋았다. 각 수입상들에서 대표 혹은 직원이 직접 나와서 자신이 추천하는 와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부담 없이 시음할 수 있도록 권한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 잔으로 사서 마실 수 있고, 병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를 소개하는 직원들까지도 매우 즐거워 보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재미랄까.


정식 매장으로의 전환:
브랜드 정체성 설계 방향
팝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식 매장을 준비하는 와인킹. 하지만 팝업과 정식 매장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팝업은 화제성과 한정성으로 승부하지만, 정식 매장은 지속가능성과 브랜드 정체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1. 브랜드 포지셔닝: '와인계의 올리브영?'

와인킹 팝업은 주류박람회와 페스티벌, 그리고 와인샵 그 사이 어딘가에 포지셔닝한다.

박람회처럼 다양한 수입사 참여

와인샵처럼 실제 구매 가능

페스티벌처럼 시음과 먹거리가 어우러진 생동감

그리고 와인킹이라는 믿을 수 있는 큐레이터

흥미로운 와인 경험과 전문적이지만 쉬운 큐레이션이라는 뚜렷한 포지셔닝과 와인킹이라는 파급력 있는 유튜버의 결합으로 사람이 없기 힘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팝업에서 정식 매장으로 포지셔닝할 때, 정식 매장으로서 와인킹의 가장 큰 강점은 '와인의 민주화'에 있다. 기존 와인샵들이 전문성을 앞세워 진입장벽을 높였다면, 와인킹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누구나 쉽게 와인을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마치 올리브영이 화장품을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처럼, 와인킹도 와인 선택의 허들을 낮추고 기존 매장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객에 전달해야 한다.


2. 브랜드 정체성: 축제 같은 와인 경험

팝업은 화제성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정식 매장은 다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려면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고객이 "와인킹하면 이거지!"라고 떠올릴 수 있는 일관된 경험과 가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Brand Essence

Festivalized Wine Culture
"누구나 와인 경험을 즐겁게. 축제처럼 즐기는 와인"

와인킹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는 '와인 문화의 축제화'다. 무겁고 격식 있는 와인 문화를 벗어나, 누구나 웃으며 참여할 수 있는 축제 같은 경험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Core Identity

Friendly Expertise – 유쾌한 전문성
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와 신뢰도 높은 큐레이션을 와인킹 특유의 유쾌한 감성으로 쉽고 캐주얼하게 전달. 전문성은 유지하되, 누구나 웃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Accessible – 편안한 접근성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 고급스럽고 어려운 분위기 대신,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친근하고 편안한 무드

Festival-like – 생동감 있는 경험형 공간
안주와 시음이 어우러진 축제 같은 쇼핑 경험. 와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맛보며 발견’하게 되는 구조.

Engaging – 고객과의 유쾌한 관계 맺기
와인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과 유쾌하게 대화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태도. 친절하고 능동적인 서비스, 매끄러운 구매 플로우를 통해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


*물론 구체적인 사업 비전과 방향성, 구현 가능성을 고려해서 핵심 가치는 재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팝업을 경험했다는 것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3. 브랜드 네이밍: '와인킹' 브랜드 인지도 활용법

'와인킹'은 이미 유튜버로서, 그리고 팝업으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정식 매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브랜드로서 독립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브랜드 에센스를 담고, 쉽게 기억하고 발음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네이밍은 키프리스를 통한 상표등록 가능성까지 거쳐야 하기에, 굉장히 머리 아픈 작업이다.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막 던지는 게 때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막 던진다면... 와인킹덤..?

핵심은 '와인킹'이라는 브랜드 자산을 살리면서도, 매장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과는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네이밍에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좋은 경험이 브랜드가 되려면, 판매를 넘어 정체성을 설계해야 한다.

물론 아직 미완성이다. 결제 시스템은 불편했고, 동선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브랜드 톤도 공간 전체에 완전히 녹아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이건 단순한 팝업이 아니라,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는 원형이라는 것을.

좋은 경험은 많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브랜드가 되려면, 팔기만 해서는 안 된다. 판매를 넘어,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정체성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 이 팝업이 가진 요소들— 시음이라는 접점, 믿을 수 있는 큐레이션, 친근한 공간, 사람의 온기— 이 모든 건 훌륭한 구성 요소다. 이걸 하나의 방향성으로 묶어 브랜드 정체성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이건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리테일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브랜드는 결국,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기억되느냐의 문제니까.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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