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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전통시장을 벤치마킹한 이유

롯데마트 Grand Grocery, 장보기의 즐거움을 되돌리다

by PINCH

PINCH.WORK

요즘 누가 마트를 가?
온라인 주문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점점 장을 '보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일부러 시장을 찾는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서울의 구도심에서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흥미로운 공간이다. 롯데마트 Grand Grocery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장을 본다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일까? 왜 시장은 가면서, 마트는 가지 않을까?' 2023년 한 해 동안 치열하게 함께 고민한 흔적의 기록이다.



대형마트의 위기, 오프라인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제 식료품 쇼핑은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 비식품 영역은 이미 훨씬 전부터 그랬지만, 신선함이 생명인 식료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세상이 되었다.

앉은자리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면 필요한 것들을 고를 수 있고, 결제까지 끝나면 빠르면 한 시간 안에 문 앞에 도착한다. 요리조차 복잡하지 않다. 필요한 만큼 소분된 재료와 맛집의 소스까지 담긴 밀키트가 있으니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빠르게 일상화되었다.

2022년 말, 마켓컬리 외에도 쿠팡,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식료품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고, 대형마트들은 경쟁적으로 온라인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속도와 경험, 물류에서 이미 앞선 온라인 플랫폼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롯데마트가 마주한 질문은 명확했다.

‘이 시대에 오프라인 마트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짜 경쟁자는 더 이상 이마트가 아니었다.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배민 B마트 같은 퀵커머스까지 포함한 온라인 전체였다.



시장의 본질, 시장의 원형으로부터

dd36_1900.jpg?type=w800 마을의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19-20세기 시장

답을 찾기 위해 ‘시장’의 원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영국의 버로우 마켓, 서울의 광장시장이나 경동시장처럼, 멀지만 일부러 찾아가게 되는 공간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시장의 시작은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있는 장소였다.

상품을 사고파는 것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는 곳.
이런 교류와 생동감이 바로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la boqueria.png 바르셀로나 La Boquera의 도면


이런 맥락에서 공간의 구조(Layout)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전통시장은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크고 작은 가게들이 배치되어 있거나, 연관된 가게들이 모여 하나의 존이나 부스를 구성한다. 반면 현대의 마트는 제품을 많이 진열하기 위해 그리드형, 창고에 가까운 구조를 택했고, 빠른 쇼핑과 계산을 통한 효율에 집중하면서 경험은 줄어들었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는 이 구조를 다시 뒤집는 데서 출발했다.


핵심은 '고객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

사람들이 머물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공간. 그러면서도 효율은 놓치지 않는 균형을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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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와 신선제품을 연결해서 오늘 뭐먹지?를 제안하는 데일리 밀 솔루션 존

요즘 사람들의 식문화를 반영해, 밀키트 중심의 ‘데일리 밀 솔루션(오늘 뭐 먹지?)’를 핵심 경험으로 제안했다. 밀키트와 함께 넣으면 좋은 신선 식재료들을 바로 옆 코너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경험이 확장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매장을 돌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이끄는 앵커 포인트를 곳곳에 심었다.


시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감각적 쇼핑 경험

와르르 쏟아지듯 진열된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가 입구에서부터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방금 구운 빵과 갓 튀겨낸 치킨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브랜드별로 줄지어 선 라면과 곳곳의 시식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소스들과 건강을 생각한 유기농·로우푸드, 간편하게 즐기는 냉장냉동 제품들, 와인 & 주류 페어링 존까지. 식품에 관한 모든 것들을 매력적으로 그룹화하고, 고객의 쇼핑 동선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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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입구에서부터 컬러풀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쏟아지듯 진열한 모습


사람 냄새나는 공간

공간 디자인에서도 시장의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시장 천장의 철골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철제 프레임과 행잉 간판, 직접 쓴 듯한 코너명의 타이포그래피, 손으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 사람이 직접 적은 듯한 가격표까지. 사람 손길이 묻어나는 디자인 요소들로 공간을 채웠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는 식품 90%, 비식품 10%라는 과감한 포맷으로 은평점(2023년 12월)에 첫선을 보였고, 이듬해에는 도곡점 롯데슈퍼에도 소형 모델로 적용되었다. 단순한 리뉴얼이 아닌 대형마트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한 시도였다.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왜 가야 하는지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뿐이다.


이 프로젝트에 약 1년간 함께하며, 시장의 본질과 공간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보고, 고르고, 경험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오프라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이유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뿐이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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