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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에센스가 뭐예요?

브랜딩 용어 정의 #1. 브랜드 에센스(Brand Essence)

by PINCH

PINCH.DICTIONARY

"이건 브랜드 에센스가 아니라 슬로건이잖아!"
'대체 뭐가 브랜드 에센스고, 뭐가 브랜드 슬로건이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처음 브랜딩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브랜딩 문외한이었다. 브랜딩이 제대로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수많은 건강식품 브랜드의 '브랜드 에센스'를 정리해 오라니.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특정 브랜드의 브랜드 에센스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브랜드 에센스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언어와 메시지, 디자인, 제품, 서비스, 모든 행동에서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브랜드 에센스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읽는 법

마치 어떤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사람의 행동, 옷 스타일, 좋아하는 브랜드, 말투, 특정 상황에서의 선택 등을 다양한 방면으로 살펴봐야 하듯. 브랜드의 본질을 읽으려면, 브랜드의 '행동'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에센스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례 1) 애플

브랜드 정체성이 잘 정의되고 표현된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의 브랜드 에센스를 추론하자면,

Innovation for Creativity
기술의 진보는 오직 창의성을 위하여.

애플은 단순히 제품의 기술적인 혁신이나 진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항상 사용자 관점에서, 창의적인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애플의 제품을 통해 얼마나 더 창의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궁극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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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슬로건 Think different는 애플의 브랜드 에센스를 소비자 언어로 전달한다.

애플의 유명한 캠페인 슬로건* 'Think different'는 브랜드 에센스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행동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것이다. 애플은 브랜드 에센스를 기준으로 모든 제품 개발, 광고, 스토어 디자인, 서비스 방식까지 일관되게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애플에 강한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 팬이 되어 브랜드를 응원한다.


같은 업종, 다른 영혼: 브랜드의 행동이 달라진다.


브랜드 에센스는 같은 분야에서도 브랜드를 전혀 다르게 만든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BMW와 볼보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례 2, 3) 나이키 vs 아디다스

나이키의 브랜드 에센스는 'Power to Act' - 행동을 일으키는 영감과 자신감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을 운동선수(Athletes)로 표현하고, 내면을 자극하는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태그라인* 'Just do it'을 사용한다.

아디다스는 'Changing lives through sport' - 스포츠를 통한 삶의 변화를 지향하며, 스포츠 자체보다는 스포츠가 바꾸는 삶에 초점을 둔다. 운동뿐 아니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태그라인은 스포츠가 삶을 바꾸는 힘을 응축한 표현이다.


*슬로건(Slogan)과 태그라인(Tagline)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말해 브랜드 에센스는 내부의 기준, 태그라인/슬로건은 외부로 노출되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태그라인은 브랜드 정체성과 맞닿아 오랜 시간 사용되고, 슬로건은 일정 기간 동안 캠페인성 메시지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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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Just do it과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

사례 4, 5) BMW vs 볼보

BMW는 'Driving Pleasure' - 운전의 즐거움을 브랜드 에센스로, 몰입과 자율, 나답게 달리는 쾌감을 추구한다. 볼보는 'Protecting What Matters' - 안전성을 가장 중시하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술을 추구한다. 그에 따라 태그라인도 각각 'Sheer Driving Pleasure', 'For Life'로 달라진다.


사례 정리) 브랜드-브랜드 에센스- 태그라인/슬로건
1) APPLE - Innovation for Creativity - Think different
2) NIKE - Power to Act - Just do it
3) ADIDAS - Changing lives through sport - Impossible is nothing
4) BMW - Driving Pleasure - Sheer Driving Pleasure
5) VOLVO - Protecting What Matters - For Life


브랜드를 살아있게 하는 영혼, 심장


브랜드 에센스는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지만, 브랜드의 철학, 존재 이유, 브랜드가 시장에서 독보적일 수 있게 하는 것,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변하지 않는 브랜드 행동의 기준이 된다.

명확한 브랜드 에센스는 네이밍, 로고, 브랜드 공간, 브랜드 캠페인, 새로운 제품 확장, 브랜드 리뉴얼, 브랜드 콘텐츠 등 모든 브랜드 활동의 기준이 되어 길을 잃지 않고 브랜드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브랜드를 살아있게 하는 영혼이자, 심장인 셈이다.

브랜드 지속성을 지키는 일은 시장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되, 브랜드 에센스라는 뿌리를 잃지 않는 것이다. 에센스가 없거나 내부적인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소통되지 않는다면, 매번 새롭게 고민하고, 결정피로에 빠지고, 디자이너와 마케터, 기획자의 의견이 충돌하여 결과적으로 명확한 하나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 브랜드 에센스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당연한 것에 던지는 '왜(Why)?'


정답은 없지만, 보통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Why)?

고착화된 어떤 인식에 대해 '왜?'를 던지는 것. 왜 컴퓨터는 예쁘지 않지? 왜 컴퓨터는 이렇게 복잡한 선들로 연결되어 있을까? 왜 기술은 복잡하고 어려워야만 할까?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에 불편함을 느끼고 '왜'를 던지며, 이를 해결한 일체형의, 아름다운 컬러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왜 이건 항상 이런 방식으로 팔려야 하죠?

왜 이 제품은 예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왜 이 경험은 늘 피곤하거나 지루해야 하죠?

왜 이건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거죠?

당연한 개념에 '왜?'를 던지는 것만으로 사업의 기회를 발견하고, 이것은 브랜드 에센스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런 질문들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 브랜드를 계속해야 할까?

우리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아쉬워할 이유는 뭘까?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으면 할까?

가장 우리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키워드는?


PINCH.WORK) Why를 통해 브랜드 에센스 찾기-보틀벙커 기획 비하인드

와알못도 즐거운 매장 전략

2021년 Director S는 롯데마트의 와인 및 주류 전문 브랜드 '보틀벙커(Bottle Bunker)'의 브랜드 및 공간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의 Why?는"와알못도, 와인 애호가도, 와인 전문가도 와인을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에센스는 'Art & Play of Wine Curation'. 친절한 전문성과 쿨한 재미가 있는 와인 큐레이션이다. 여기서 Art는 와인을 고르는 전문성과 큐레이션의 기술, Play는 즐거운 와인 쇼핑을 의미한다. 전문적인데 어렵지 않고, 다양한 큐레이션으로 즐겁게 와인을 쇼핑할 수 있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브랜드 에센스를 공간과 서비스로 구현했다.

보틀벙커의 공간은 초보자도 쉽게 나라별로, 마을별로, 품종별로 와인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고, 소믈리에의 추천 노트, 좋은 가격과 품평이 있는 와인 추천, 상황별 와인 추천까지 매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잠실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오픈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방문하셔서 브랜드 에센스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한번 느껴보시면 좋겠다. 보틀벙커의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에 더 자세히 풀 예정이다. 와인 리테일 브랜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기획자가 살펴봐야 하는 수많은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 할 말이 참 많다.


브랜드의 영혼이자 나침반

지금도 브랜드 에센스를 잡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의 관점과 가치를 내부적으로 소통하기 쉽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언어로 정제해서 응축하는 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고려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에센스를 쉽게 정의 내리자면, 브랜드의 영혼이자 나침반이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를 담고 있으면서, 브랜드가 행동하는 기준이 되어 사람들과 일관되게 브랜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브랜드 에센스를 정의하는 일은 브랜딩의 출발점이자, 브랜딩을 이끌어가는 기준이며, 고객의 마음속에 남을 브랜드의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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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Aaker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모델 / 브랜딩이라는 긴 여정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브랜드 에센스


PINCH.DICTIONARY #1.

Brand Essece
브랜드 에센스

브랜드의 영혼이자 나침반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단 하나의 기준.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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