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브랜딩을 맡기면 생기는 일
PINCH.POINT
"ChatGPT야, 우리 카페 브랜딩 전략 짜줘.
타겟은 20-30대, 위치는 대한민국 서울 합정, 컨셉은 미니멀."
결과물을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럴듯한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담컨대, 저 전략서에 몇백 줄이 더해진다 해도 막상 카페 창업은 힘들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재밌는건, 요즘 내 주변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된다는 것이다. 브랜딩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지만, 정작 '브랜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AI에게 답을 구하는 모습을.
"브랜딩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일단 AI한테 물어보니까 그럴듯하게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나온 전략들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빈틈없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그 '뭔가'가 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아쉬움이다.
AI는 정말 많은 것을 안다. 트렌드 키워드부터 타겟 페르소나(Persona) 설정, 심지어 컬러 팔레트(Palette) 추천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은 그 어떤 브랜딩 에이전시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ChatGPT는 완벽한 브랜드 전략 보고서를 작성한다.
Namelix는 브랜드명 수십 개를 제안한다.
Looka는 몇 초 만에 로고를 만들어준다.
위의 ChatGPT의 대략적인 전략 내용을 기반으로 Namelix와 Looka에게 브랜드명과 로고를 요청해 보았다:
어떻게, 마음에 드는가?(난 잘 모르겠다.) 이들은 저런 예시를 수백, 수천 페이지도 더 만들 수 있다.
결과물들을 보니 더 혼란스럽다고? 그 이유는 우리가 여기서 놓치는 게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모든 결과물들이 '왜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이다.
왜 이 로고여야 하는가? 왜 이 네이밍이어야 하는가? 왜 이 전략이어야 하는가?
AI는 '데이터상 완벽한 브랜드'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당신만의 브랜드'는 만들어주지 못한다.
더 구체적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맞다. 요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AI를 잘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실험해 본 '정교한 프롬프트'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20년 경력의 브랜드 컨설턴트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지셔닝으로 전환하는 전문가입니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감정적 연결점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해 주세요."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더 디테일하고, 더 전략적이고, 더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누구나 할 수 있는' 브랜딩이었다.
같은 프롬프트에 비슷한 정보를 입력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AI는 '최적화'는 잘하지만, '최초화'는 어렵다.
그럼 AI는 브랜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인가요?
아니다. 문제는 AI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AI에게 '결과물'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질문'이었다.
브랜딩의 시작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매출은 괜찮은데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한 동네 빵집을 예로 들어보자. 사장님이 리브랜딩을 위해 AI에게 물어봤다면 아마 이런 답을 받았을 것이다:
"로컬 베이커리의 핵심 가치는 신선함과 정성입니다. '따뜻한 동네 빵집'이라는 컨셉으로..."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빵집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뻔한 답변이다.
정작 중요한 건 그 사장님만의 이야기다. 그가 새벽 4시마다 일어나서 반죽을 하는 이유, 그가 10년간 지켜온 레시피에 담긴 철학, 단골손님들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
이런 것들이 진짜 브랜드의 DNA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적절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이 일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10년 후에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고객이 당신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었으면 하는 감정은?"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방향성, 톤앤매너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리고 나서야 AI가 제안하는 수많은 브랜드명과 로고 중에서도 '이거다!' 하는 선택이 명확해진다.
수많은 답변들 속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아내고,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로 연결하는 것. 이건 AI가 정말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연결의 '방향성'을 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레시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는 것처럼.
브랜드 전략이 먼저 서고 나서야, AI 생성이 의미를 갖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단순히 '그럴듯한' 브랜딩이 아니라, 전략적 맥락이 담긴 브랜딩이 나온다. 모든 결과물이 하나의 일관된 축을 중심으로 연결되고, 실제 실행 단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가 완성된다.
최근 PINCH에서도 이런 접근을 실험하고 있다. AI 도구에게 바로 "브랜딩 해줘"라고 하는 대신, 먼저 구조화된 질문 흐름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브랜딩의 본질은 '연결'이다.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감정적 연결.
그리고 그 연결은 논리가 아닌 감성에서, 데이터가 아닌 스토리에서 시작된다.
그럼 결국 혼자서는 안 된다는 얘기네요?
맞다. 다만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객관성이 필요해서이다.
내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하지만 내 브랜드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도 나다. 애정이 클수록, 집착이 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위에서도 느꼈겠지만, 브랜드 컨설팅의 핵심은 '질문'이다. 클라이언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친 부분에 대한 질문,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그런가요?"라는 질문. 핵심은 '올바른 질문'을 만나는 것이다. 그 질문이 인간 컨설턴트에게서 나오든, 잘 설계된 AI 시스템에서 나오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질문이 당신의 본질을 끄집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만 그 질문에 대한 최종 선택과 해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질문을 던져도, 그 답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그 순간에는 여전히 인간의 통찰과 직감이 필요하다. AI는 당신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기에.
P.S. 혹시 당신도 AI에게 브랜딩을 맡겨보고 "완벽한데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PINCH와 함께 그 '뭔가'를 찾아보자.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한 끗을 위해서.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