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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5개 브랜드를 품은 하나의 세계관

젠틀몬스터 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의 브랜드 경험 전략

by PINCH

PINCH.TREND


미래 리테일, 어디에도 없는 공간


성수동에 착륙한 거대한 우주정거장 같은 건물.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이름처럼 정말 ‘어디에도 없던’ 공간이다. 사옥도 아니고,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 무대다.


첫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기대를 배신한다. 익숙한 쇼핑몰도, 전형적인 편집숍도 아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들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방문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복합적인 브랜드 우주를 탐험하는 여행자가 된다.


젠틀몬스터의 새로운 컬렉션 캠페인 영상. 틸다스윈튼이 뛰어오르는 건물이 하우스노웨어 서울이다.



다섯 개의 우주가 만나는 대서사


안경을 매개로 실험적인 설치미술을 선보여온 젠틀몬스터, 감각적인 향과 오브제 같은 디자인으로 독보적 이미지를 구축한 탬버린즈, 디저트를 예술적 경험으로 바꾼 누데이크,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까지.

이들의 개성을 단순히 나열했다면, 공간은 잡다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오히려 이들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일관성을 만들어낸다.


꿈꾸는 닥스훈트.png 1층은 탬버린즈의 신제품 '선샤인'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은빛 갑옷을 입은 닥스훈트가 꿈속에서 자유로이 숲 속을 질주하는 순간을 꿈꾸는 장면로 스토리의 문을 연다.



차이를 묶는 건축의 힘, 비일상적 감각 공간


그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건축과 공간 언어다.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이어지는 노출 콘크리트와 브루탈리즘적 양식은 낯설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방문객은 층을 오가며 전혀 다른 브랜드 경험을 하지만, 그 경험을 받쳐주는 무대 장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생긴다.


브랜드별 감각 자극도 흥미롭다. 젠틀몬스터는 거대한 시각적 설치미술로, 탬버린즈는 후각적 경험으로, 누데이크는 후각과 미각으로, 어티슈는 새로운 소재에서 비롯한 촉각으로, 누플랏은 일상적 테이블 웨어를 상징적 오브제로 변경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

각기 다른 제품과 스타일, 감각 영역을 담당하지만, 모두 “비일상적인 감각 실험”이라는 공통 축 위에서 움직인다.

방문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경험하지 못한 감각적 자극들을 차례로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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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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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즐거움,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젠틀몬스터의 설치미술과 어우러진 제품들


공간을 꿰뚫는 주제, 되돌아온 미래


전체 공간의 주제인 ‘되돌아온 미래(Returned Future)’는 마치 시간을 여행하듯 미래를 엿보고 돌아온 듯한 감각을 준다. 과거와 미래, 현실과 상상, 예술과 상업이 경계 없이 융합되며,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이 테마를 통해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경험하게 하는 극적인 장치가 된다.



디테일이 만드는 세계의 완성도


하우스 노웨어 서울의 서사를 강화하는 건 거대한 건축적 장치만이 아니다.

곳곳에 배치된 작은 디테일이 브랜드 경험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새로운 컬렉션을 상징하는 젠틀몬스터의 문양은 공간 곳곳에 적용되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 서사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눈에 띄는 설치물과 오브제뿐 아니라, 문양·패턴·재질 같은 세심한 요소들이 모여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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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각 공간을 연결하고, 자연스럽게 모든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 에스컬레이터 / (우)젠틀몬스터 새로운 라인업의 상징을 공간 곳곳에 설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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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데이크 티하우스의 그린 컬러가 카펫과 커튼으로, 레드 포인트가 제품 패키지와 집기, 화장실 바닥까지 연결된 모습



차이의 공존이 만들어낸 세계관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질성을 억지로 통일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각 브랜드의 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것들을 하나의 ‘세계관 집합체’로 묶어낸다.

각 브랜드는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하나의 공간에서 만날 때 ‘미래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총체적 제안이 탄생한다. 선글라스를 고르다가 향수를 발견하고, 디저트를 맛보다가 새로운 테이블웨어에 눈이 가는 순간들이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이어진다.


브랜드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때, 오히려 방문자는
“아, 이게 젠틀몬스터가 만드는 세계구나”라는 더 큰 스토리를 읽게 된다.


즉, 개별 브랜드가 아닌 아이아이컴바인(IICOMBINED) 전체의 내러티브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젠틀몬스터라는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다섯 개 브랜드가 합쳐져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순간,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브랜드 연합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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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사물들을 연결해 누플랏의 새로운 테이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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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데이크 티하우스에서 맛보는 새로운 티와 디저트의 페어링, 그리고 누플랏의 테이블웨어 사용 경험이 연결된다.


경험이 곧 브랜드가 되는 순간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걸어 나오는 길, 가장 또렷하게 남은 건 제품, 물건이 아니라 감각의 파편들이었다. 콘크리트의 차가운 질감, 공간을 지배하는 향, 디저트를 삼키며 느낀 짧은 환상, 손끝에 닿던 오브제의 무게감. 각각은 별개의 순간 같았지만, 모두가 한 세계관 속에서 이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경험의 매개체가 된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브랜드가 더 이상 ‘무엇을 파는가’에 머물지 않고, ‘어떤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들은 브랜드 세계관을 더 촘촘하게 엮어낸다. 새로운 컬렉션을 상징하는 문양, 컬러, 패턴, 재질 같은 작은 장치들이 모여 거대한 서사를 뒷받침한다. 결국 브랜드의 힘은 거대한 콘셉트뿐 아니라, 그 콘셉트를 일관되게 이어주는 디테일의 완성도에서 나온다.


성수동이라는 도시적 맥락 속에서, 이 건물은 하나의 설치 작품이자 미래 리테일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실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훨씬 더 단순하다. 우리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는 것.

방문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탐험가로 변모한다.


결국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다섯 개의 브랜드를 통해 하나의 진술을 하고 있다. “차이를 지우지 않고, 차이를 통해 세계관을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젠틀몬스터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가장 강력한 브랜딩 전략일 것이다.



PINCH.POINT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체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통해 배운 브랜드의 리테일 기획 세 가지.

1. 브랜드의 개별성은 지우지 말고, 차이를 드러낼 것. 그것이 모였을 때 더 큰 서사를 만든다.

2. 공간은 판매의 장이 아니라 세계관의 무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 감각적 경험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3. 디테일은 거대한 콘셉트를 지탱하는 가장 작은 언어다. 상징, 패턴, 재질 같은 요소들이 모여 브랜드 세계관을 실질적으로 체험 가능하게 만든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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