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에서 경험으로, 브랜드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장소’의 언어
예쁘게 만드는 일과, ‘경험’을 설계하는 일의 차이
요즘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공간을 만든다.
카페, 쇼룸, 팝업스토어까지 — 모두가 ‘공간’을 통해 자신을 말하려 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경우, 그 출발점은 이렇게 단순하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서 예쁘게, 힙하게, 요즘 세대가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가 이렇게 요청하면, 딱 그 정도의 결과물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진정으로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이를 넘어서야 한다.
공간을 ‘예쁘게, 힙하게’ 만드는 일과 ‘의도된 경험’을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르다.
공간 브랜딩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 경험이 브랜드의 철학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그 공간은 브랜드의 일부로 작동한다.
조명 하나, 재질 하나, 향기 한 줄기까지도 브랜드의 언어다.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의 흐름, 시선이 닿는 방향,
사진을 찍는 위치까지 세심히 계획될 때
사람들은 브랜드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스며들게 된다.
공간 브랜딩은 결국 이런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남기고 싶은가?”
예쁜 공간은 많다.
하지만 브랜드의 세계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공간은,
의도를 가진 곳에서만 탄생한다.
같은 철학을, 다른 언어로 말하는 일
공간 브랜딩은 일반적인 브랜딩과 완전히 다른 영역은 아니다.
둘 다 브랜드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 철학을 일관되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다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다.
일반적인 브랜딩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브랜드를 자리 잡게 하는 과정이다.
언어, 이미지, 콘텐츠를 활용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언어적으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에센스와 아이덴티티, 비전과 미션을 정립하고
그 방향에 맞춰 색채·폰트·로고·카피·콘텐츠 등 다양한 표현을 입혀나간다.
공간 브랜딩의 목적 역시 다르지 않다.
브랜드의 철학을 고객이 감각적으로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
차이가 있다면, 그 표현 매체가 공간과 사람의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공간, 동선, 재질, 조명, 향기, 소리 등 오감을 통해 느끼는 체험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대체하는 언어가 된다.
공간 브랜딩은 브랜드의 ‘Why’를 물리적인 세계로 옮겨놓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공간 브랜딩은 시각적 아름다움보다
그 안에 녹아 있는 의도와 맥락이 더 강하게 기억된다.
전략에서 경험으로
공간 브랜딩은 디자인 이전에, 전략의 언어로 시작된다.
브랜드의 철학이 감각적 경험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tep 1. Space Strategy
공간 브랜딩의 출발점은 브랜드 경험 전략을 구축하는 일이다.
즉, 이 공간이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먼저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소비자, 트렌드, 시장, 그리고 지역의 상권 및 문화적 특성을 분석한다.
누가 이 공간을 방문하는지, 그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 분석을 토대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의 목적(Purpose)과 역할(Role)을 명확히 설정한다.
예를 들어,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체험하게 할 것인지,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될 플랫폼이 될 것인지,
혹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상징적 플래그십으로 작동할 것인지 등이다.
그 위에 제품, 콘텐츠, 프로그램, 사람(운영 인력)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전략을 설계한다.
Step 2. Space Concept
Space Strategy에서 도출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공간 컨셉은 단순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공간적 언어로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즉, 이 공간이 고객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어떤 경험을 중심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핵심 메시지(Key Message)와 함께
공간의 매크로 조닝(Macro Zoning), 타깃 명확화(Target Definition),
그리고 Space Identity를 개발한다.
공간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설계하고,
톤 앤 매너, 감정의 흐름, 재질과 조명 같은 감각 요소까지
브랜드의 언어와 일관되게 조율한다.
이 단계에서 정의된 메시지와 감각은 이후의 Experience Design으로 확장되어,
공간이 전달해야 할 경험의 뼈대를 이룬다.
3. Experience Design
이 단계는 브랜드 철학과 공간 콘셉트를 실제 경험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공간의 매크로 조닝을 세분화하면서,
각 존(zone)마다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그것을 표현할 것인지를 설계한다.
경험 디자인은 단순히 오감의 자극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공간 전체의 맥락과 세부적인 맥락을 함께 살펴보며,
모든 존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연결되도록 조율한다.
각 존의 톤 앤 매너, 체류 시간, 프로그램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이 결과물은 이후 인테리어·건축 파트너와 협업 시
공간을 구성하는 실행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결국 이 단계의 핵심은,
공간이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각 세부 공간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발화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4. Execution & Operation
이 단계는 브랜드 공간이 실제 디자인으로 구현되는 실행 단계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인테리어·건축 파트너사가 기본·실시설계와 감리를 담당하고,
공간 내 POP나 사이니지, 브랜드 그래픽 요소 제작을 위해
BI 디자인팀 혹은 전문 사이니지 디자인 파트너가 함께한다.
또한 실질적인 공간 구현을 맡는 시공 전문 업체까지 합류하면서,
수많은 파트너가 협업하게 된다.
이때 기획자의 역할은 단순한 조율을 넘어,
초기 기획 방향성과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중심축이 되는 일이다.
실제 설계 단계에 들어가면
예산, 일정, 자재, 구조적 제약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의 전략적 의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각 파트너 간 해석의 간극을 조율하는 것이다.
하나의 기획서를 두고도 각 파트너가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전체 맥락을 가장 깊이 이해한 사람으로서,
브랜드의 철학과 공간의 목적을 일관된 언어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Execution & Operation은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복합적 과정 속에서
브랜드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도록 방향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그래서, 공간 브랜딩은 결국 '의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공간 브랜딩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전략적 설계 과정이다.
좋은 공간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브랜드의 방향, 고객의 행동, 지역의 특성, 시장의 흐름,
그리고 운영자의 태도까지 —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있다.
공간은 그 모든 생각이 ‘형태’로 드러나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면,
무턱대고 인테리어 업체부터 찾기 전에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디자인은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공간은 단 한 번만 만들어지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경험은 브랜드를 오래 기억되게 한다.
기획 없는 디자인은 일시적인 주목은 얻을 수 있어도,
브랜드의 메시지를 지속시키지 못한다.
만약 팀 내부에 공간 기획과 브랜딩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면,
처음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공간 브랜딩은 디자인 이전에 방향을 세우는 일,
즉, 브랜드가 어떤 경험을 남길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결국 공간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공간은 브랜드의 철학이 사람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