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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님을 만나고 온 날, 2026년이 선명해졌다

<트렌드코리아2026>, PINCH의 시선으로 다시 읽다(1)

by PINCH

PINCH.POINT


과천시민회관에서 김난도 교수님이 트렌드 강의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없이 광클해서 얻어낸 귀한 청강의 자리였다. 역시나 전석 만석을 채운 인기 특강이었다.


브랜드 컨설팅에 임했던 약 9년 동안 그의 책은 늘 내 책상 위에 있었다.

그런 인사이트를 떠먹여준 교수님에게 직접 트렌드를 듣는 시간은 얼마나 좋을까!

신나는 팬심 가득 교수님을 맞이했다.


벌써 18번째 트렌드코리아를 집필하셨다는 김난도 작가님.

IMG_6965.HEIC 2025년 김난도 교수님 <트렌드코리아2026> 특강(과천시민회관)

2007년부터 쭉 늘어진 트렌드 키워드를 보니, 시간이 흐를 수록 교수님의 시대를 읽는 인사이트는 강해지실 수 밖에 없겠구나, 하며 감탄했다.


"이 AI 대전환의 시대, 트렌드는 어떻게 전개되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교수님이 던진 첫 질문.

올 한 해 수없이 들었던, 그러나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었다.


1시간 30분.

2026년을 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밀도 있었다.

열 개의 키워드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강의장을 나오면서 문득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다.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시그널이다.


그래서 다시 정리했다.

PINCH의 시선으로, 브랜딩의 언어로.


"이 AI 대전환의 시대에 브랜딩 전문가 PINCH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1. Human in the Loop - 인간이 마지막 한 끗을 결정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그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는 '인간'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키워드,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많은 사람들이 AI가 사람을 앞지른다고 생각해 마냥 두려워하지만,

진짜 두려워해야 할 일은 AI를 잘 쓰는 '사람'이 AI를 못 쓰는 '사람'을 앞지른다는 사실이다.


545390_662332_2356.jpg 켄타우로스(image:Pixabay)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를 아는가?

반인반수 중 유일하게 악하지 않은 존재. 현명한 멘토의 상징.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기계의 속도에 인간의 판단을 더하는 협업이 필요하다.


결국 AI는 '도구'일뿐이며, '방향'은 인간이 정하기 때문이다.


PINCH Insight

AI에게 브랜딩을 전적으로 맡기지 말 것.

ChatGPT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몇 초만에 뚝딱 만들어준다.

그런데 전적으로 중요한건?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
"무엇이 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가?"라는 감각적 판단.

이건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AI에게 던지는 질문의 깊이가 결과물의 깊이를 결정한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 그것이 AI 시대 브랜딩의 핵심 역량이다.




2. 기분경제·필코노미 - 감정이 곧 경제다


우리 고객은 나에게 '좋은 기분'을 얻어갈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인간과의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감정 문해력(Emotional Literacy)이 약해진 세대가 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을 읽는 능력이 떨어질수록 감정을 관리하고 싶은 욕구는 더 강해진다.

자신의 기분을 진단하고, 관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소비.

그것이 필코노미(Feel+Economy)의 핵심이다.


올해 5월, 도쿄 시부야의 산토리 팝업바가 화제였다.

모히토, 마티니, 롱아일랜드 티 같은 뻔한 메뉴는 없었다.

대신 '설렘' '짜증' '그리움' 등 기분 키워드가 적힌 코스터를 고르면,

그 감정에 맞는 칵테일이 나온다.


suntory-glassandwords.jpg Suntory’s ‘Glass and Words’ pop-up bar(Trendwatching)

코스터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強がってるんじゃないの、強いの
센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강한 거야.

술 한 잔에 위로를 담는 것.

그것이 필코노미 시대의 브랜딩이다.


PINCH Insight

브랜드는 감정의 건축이다.

브랜딩은 결국 '이 브랜드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들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문을 여는 순간의 설렘부터, 제품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 사용하면서 느끼는 안도감까지.


늘 해오던 일이지만, 필코노미 시대엔 더 정교해져야 한다.

감정의 레이어를 얼만큼 세심하게 쌓을 것인가.

그것이 2026년 브랜딩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3. 제로클릭 커머스 - 검색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


앞으로 사람들은 검색하지 않는다. AI가 먼저 제안한다.


소비자 여정(Customer Journey)에서 검색 단계가 사라지고 있다!

- Before: '인지/노출' → '관심/고려' → '검색' → '구매'

- After: '인지/노출' → '관심/고려' → '검색' → '구매'


SEO(검색엔진최적화)에서 AEO(답변엔진최적화)로의 전환.

이제 중요한 건 '검색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선택되는 것'이다.

h53ik7281zy2jz48gkr9tdw3wwt7 답변엔진 최적화(Answer Engineering Optimization) 전략 (image: 대니의 라이즈모먼트)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관심사를 알아서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다. 클릭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제로클릭(Zero-Click).

머지않아 '관심/고려' 단계도 사라질지 모른다.
AI가 "당신은 이게 필요합니다"라고 결정해버리는 시대가 왔다.


PINCH Insight

발견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검색되기'를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발견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한 문장으로 압축될 만큼 선명해야 한다.
AI가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해야 한다.

또한 이 브랜드가 '누구에게' 발견될지도 정확히 설계해야 한다.


모호한 포지셔닝과 타겟팅, 복잡한 메시지는 살아남지 못한다.
단순하고 강력한 한 가지. 그것만 남는다.




4. 레디코어 -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변화를 '준비'하는 시대


불확실성이 클수록 계획은 더 정교해진다.

한국의 노션 사용자가 전 세계에서 손에 꼽는다고 한다.

'엑셀 결혼'이라는 키워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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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플래너, 학생 맞춤 플래너 등 디지털 파일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image: Etsy)


레디코어(Ready-Core)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가장 중요한 핵심(Core)이라고 믿는 세대.

김난도 교수님은 제안하신다.

"이들의 불안감에 손 내밀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PINCH Insight

브랜드 리스크 관리가 핵심 역량이 된다.


어르신들은 말한다.
"계획대로 굴러가는 삶을 본 적이 없다."

투자자들도 말한다.
"사업계획서대로 흘러가는 사업을 본 적이 없다."


맞다. 우리 모두 안다. 계획대로 착착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불안하기에 계획하고, 계획을 통해 불안을 잠재우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필요하다. 브랜드 리스크 관리(Brand Risk Management).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기 전,

잠재적 위험요소를 검토하고 분석한다.

단기/중장기 마일스톤을 설계한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유연하게 대응한다.


브랜드가 계획대로 착착 굴러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통제 가능한 것에 대한 완벽한 준비와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유연한 대응.


마케팅, 경영, HR, 기업문화... 이런 내부 요소는 어떻게든 관리할 수 있다.

경제 위기, 정치 변동, 사회 트렌드의 급변... 이런 외부 충격은? 예측은 가능해도 통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되, 준비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시나리오를 그려두는 브랜드.

위기 신호를 미리 읽는 브랜드.

변화에 빠르게 피벗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브랜드.


이런 브랜드는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까지 이해하고 접근하며 방어하는 브랜딩은 다르다.
다각적 시각으로 브랜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파트너. 그것이 레디코어 시대의 필수 요소다.


준비된 유연함.

혼자서는 어렵다면, 함께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의: pinch.branding@gmail.com




5. 픽셀라이프 - 작은 순간이 전부를 결정한다


작고, 많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된다.


최근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인급동)' 탭이 폐지됐다.

왜일까?


예전엔 하나의 드라마, 하나의 예능이 전국민의 화제였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인 시대. 취향과 관심사가 완전히 파편화됐다.

하나의 콘텐츠를 전체에게 띄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픽셀처럼 작게 쪼개진 경험. 그래서 소비도 다층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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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메이크업 샘플러(MakeupSavvy) / 우: 2025 익산 NS푸드페스타(네이트뉴스)

화장품? 풀사이즈 대신 미니 샘플러로 여러 개.

음식? 하나의 메뉴보다 소량 다품종 페스티벌.

경험? 지금 아니면 못하는 한정판, 팝업, 시즌 이벤트.


작은 조각들을 모아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픽셀라이프다.


PINCH Insight

브랜딩은 디테일의 총합이다.

픽셀라이프 트렌드는 브랜딩에 중요한 체크리스트를 던진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편적인 경험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주 세밀하고 정교한 레이어를 거쳐가며 브랜드를 조금씩, 천천히, 깊게 경험하길 원한다.


'자극의 끝판왕'을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일으키고, 스스로 탐색하게 만드는 것.
작은 발견의 즐거움을 곳곳에 심어두는 것.


하나의 큰 경험보다

열 개의 작은 감동이 더 오래 기억된다.




절반의 지점에서


과천시민회관을 나오며 든 생각.

김난도 교수님이 던진 10개의 키워드 중 5개를 정리하는 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이 있었다.


AI 시대일수록 브랜드는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Human in the Loop에서 시작해 픽셀라이프까지 이어진 다섯 개의 키워드.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계가 빨라질수록 인간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감정을 읽는 능력이 약해질수록 감정 경험이 소중해지며,
선택이 자동화될수록 선명한 정체성이 필요하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준비의 가치가 올라가며,
경험이 파편화될수록 작은 순간의 밀도가 중요해진다.


역설적이다.
그리고 그 역설 속에 브랜딩의 미래가 보인다.


나머지 다섯 개의 키워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AX 조직, 프라이스 디코딩, 1.5가구, 건강지능 HQ, 근본이즘.

이름만 들어도 2026년이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해가 될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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