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Naming-단어가 아닌, 브랜드 사고방식을 설계하다.
PINCH.POINT
Pinterest(핀터레스트) / Spotify(스포티파이) / Airbnb(에어비앤비) / Netflix(넷플릭스)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이 이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름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입으로 직접 발음해 보자.
어떤 느낌이 드는가?
부드럽게 흘러가는가?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데도 한 번에 기억되는가?
아마 이런 질문도 떠오를지 모른다.
이 기업들이 네이밍을 시작할 때,
이 이름들은 과연 후보 리스트에서 처음부터 좋아 보였을까?
'더 좋은 이름이 있을 텐데..' 하면서도 상표권 등록 문제로 고민하지는 않았을까?
그럼 이번엔 이 브랜드들의 로고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듣지 않고 심볼만 봐도 곧바로
그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세계관을 떠올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름들이 짧지도 않고,
그렇다고 의미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단어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잘 잊히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 들으면 오래 남는다.
왜일까?
이름이 기억되는 이유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단순하지 않다.
그 안에는 브랜드의 본질, 기능, 사용자 경험이
정교하게 조합된 전략적 장치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Pinterest → 관심사(Interest)를 핀(Pin)으로 꽂아두는 서비스 > Pin + Interest
Spotify → 음악을 발견하고(Spot) 찾는(Identify) 경험 > Spot + Identify
Airbnb → 에어매트리스(Airbed)로 시작한 호스트 경험 > Airbed + BnB
Netflix → 인터넷(Net)에서 보는 영화(Flix) > Net + Flix
이 이름들은 단순히 예쁘고 감각적이라 선택된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탄생 배경, 핵심 기능, 차별적 가치,
그리고 이후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적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상표권 등록이 점점 어려워지고,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네이밍 방식이다.
오늘날 네이밍은 센스 있는 단어 하나를 찾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만의 세계를 단어 하나에 논리적으로 담아내는 일,
즉 전략적 설계에 가까워졌다.
네이밍이 성공하려면 “멋있다”라고 느껴지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 기능, 감정,
그리고 시장에서의 역할까지
이름 하나로 예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네임은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조각들을 치밀하게 조합하며 만들어진다.
단어를 만들기 전에, 방향을 설계하는 일
브랜드 네이밍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신조어, 합성어, 감성적인 영어 단어 같은 '단어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실제 네이밍 작업에서
단어를 바로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면 메모해 두지만,
기본적으로는 방향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떠오르는 단어를 네이밍으로 밀어붙여서는
상사와 그 상사, 그리고 동료까지 끝까지 설득하기 어렵다.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 또한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구체화되어 있어도 뉘앙스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네이밍은
'이름을 짓는 과정'이라기보다
브랜드가 어떤 언어로 세상에 등장할지를 정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이름이 언어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PINCH의 Naming 10 Steps를 정의해 보자면,
Step 1. 브랜드의 본질을 먼저 정리한다.
네이밍의 출발점은 언제나 브랜드의 본질이다.
이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시장에서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고 싶은지.
그간 PINCH. DICTIONARY를 통해 다뤄온
브랜드 에센스, 브랜드 아이덴티티모델, 톤앤매너 등이
모두 이 브랜드 본질을 정의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이름도 결국 '어디선가 본 이름'이 되기 쉽다.
그리고 당신의 팀원, 상사, 그리고 미래의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이 단계는 사실상 네이밍의 절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간략하게라도 사업을 제대로 정의하고 짚어가는 것이 네이밍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이다.
Step 2. 사업 전략을 다시 바라본다.
다음으로는 사업 자체를 다시 본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뿐 아니라,
앞으로 이 브랜드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이름이 특정 제품이나 기능에 너무 강하게 묶여 있지는 않은지,
향후 사업 확장 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없는지.
네이밍은 현재를 설명하는 동시에
미래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지금의 정체성'과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언어의 범위를 설정하게 된다.
Step 3. 유사 비즈니스와 시장을 리서치한다.
그다음은 브랜드를 시장 안에 놓고 바라보는 단계다.
유사한 비즈니스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의 영역이 이미 포화 상태인지,
반대로 아직 비어 있는 의미의 공간은 어디인지.
이 리서치는 단순히 '겹치지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브랜드가 설 자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Step 4. (1-3을 종합해) 네이밍 디렉션을 도출한다.
브랜드 본질, 사업 전략, 시장 리서치를 종합하면
이제야 하나의 결론에 가까워진다.
이 브랜드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야 하는가?
여기서 도출되는 것이
네이밍의 '방향성' 즉 네이밍 디렉션이다.
이는 단어의 형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말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이름 안에 숨기고 싶은지에 대한
의미의 프레임이다.
보통 이 과정에서 3-5개의 네이밍 방향성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Bottle Bunker의 네이밍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방향성을 설정해 네이밍 후보를 제안했다.
-Mega, Archive: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공간
-Curation, Edition: 다품종 와인을 편집, 큐레이션
-Lifestyle, Culture: 와인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및 문화
-Wine 5 Sense: 와인을 경험하는 감각적인 표현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제품, 서비스, 운영 방식 등을 모두 고려해 방향성을 도출한다.
Step 5. 방향성에 따라 네이밍을 확장한다.
이제야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각 방향성마다 수십, 많게는 수백 개의 네이밍 옵션을 확장한다.
방향성 간 단어가 겹치거나 모호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향성별 그룹핑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관점에서 깊이 있게 바라보고,
네이밍을 입체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Tip. 단어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주로 쓰는 방법
-좋은 글귀가 담긴 책을 펼쳐 문장을 빠르게 훑으며 단어 단위로 스캔한다.
방향성에 맞게 쓰일 수 있는 단어가 있는 지를 살핀다. (영문, 국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흔하고 많이 쓰이는 단어에서 출발해 다른 단어와 조합하거나, 어감을 변형해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오히려 이미 등록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단어가 좋은 출발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방향성을 설정하며 도출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라틴어 어원, 연결어 등을 탐색하며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는다.
한국야구르트의 온라인 몰인 Fredit을 네이밍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잡았던 키워드는 Fresh였다. 브랜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한국야쿠르트가 전략적으로
꾸준히 가져가야 할 핵심 언어는 'Fresh'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몰의 방향성에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도록 선별해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Credit, Edit이라는 키워드를 연결했고,
그 결과 Fresh+Edit(Credit)의 구조를 가진 Fredit이 최종 네이밍으로 선정되었다.
Step 6. 이름에 브랜드 스토리를 입힌다.
네이밍 옵션은 단어만 던져졌을 때는 힘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각 이름에는 왜 이 이름인지,
어떤 분위기와 어감의 설명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브랜드 스토리를 함께 제안한다.
(어울리는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 설명이 있을 때 클라이언트는 '예쁜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이 브랜드에 맞는 이름'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Step 7. 1차 스크리닝을 거친다.
의미와 스토리가 설득력을 갖더라도
현실적인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표 등록 가능성 1차 확인(키프리스 검색)
구글 및 SNS 검색(유사 브랜드 존재 여부)
이 단계에서
명백한 리스크가 있는 이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네이밍을 수백 개씩 제안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이미 좋은 네이밍을 선점한 경우가 많다.)
Step 8. 클라이언트와 함께 좁혀간다.
네이밍은 정답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 아니다.
방향성과 의미를 공유하며
클라이언트와 함께 후보군을 줄여나간다.
이 과정 자체가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고,
이름에 대한 확신을 쌓아가는 중요한 단계가 된다.
Step 9. 최종 네이밍 후보군 변리사 검토
몇 개의 유력한 후보가 정리되면
그제야 변리사를 통해
실질적인 상표 등록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 단계는 이름이 '좋은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름이 '사용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 과정을 거쳐서 가장 유력한 네이밍의 상표등록가능성이 낮다면,
약간의 수정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다.
Step 10. 글로벌 사용성을 고려하는 경우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글로벌 관점을 포함해 진행된다.
발음, 언어적 뉘앙스, 문화적 오해,
그리고 글로벌 상표권까지.
글로벌 검토는 마지막에 덧붙이는 옵션이 아니라,
초기 스크리닝 단계부터 함께 고려되는 전제 조건이다.
네이밍은 단어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사고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름은 자칫 작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이고 예쁜 이름, 부르기 좋은 이름도 물론 좋다.
다만 브랜드 방향성과 맞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의 본질을 정리하고,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고,
시장의 언어를 이해한 뒤,
그 모든 것을 종합해 의미의 방향을 먼저 설계하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이름은 우연히 떠오르지 않는다.
구조와 논리,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브랜드가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기깔난 네이밍 하나 지어줘~ 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인 이유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