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LVE, 한국형 웰니스 그로서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판 Erewhon, 신세계가 말하는 한국형 웰니스는?

by PINCH

PINCH.TREND


웰니스 그로서리를 표방한 공간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 EREWHON이라면
그 공간은 이미 일정 수준의 감각에는 도달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EREWHON, TWELVE와 여러 측면에서 닮아있다. (출처: @erewhon)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마켓, TWELVE (출처: @twelve_shinsegae, 직접 촬영)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 지하 1층에 새롭게 들어선

‘트웰브(TWELVE)’는 분명히 ‘예쁘고 세련된 웰니스’라는 첫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하지만 공간을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남는다.



이곳은
웰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곳일까,
아니면 웰니스를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을 위한 곳일까?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

'장보기'에서 머무는 경험으로


기존 SSG 푸드마켓 청담점을 폐점한 뒤

약 2년 만에 리뉴얼 오픈한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신세계의 헤리티지와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잇는 자체 브랜드로, 강남·명동에 이어 청담에서도 또 다른 실험을 이어간다.


※ 하우스오브신세계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조↓


청담 상권의 주요 고객은
주변 직장인과 30–40대 젊은 주부, 그리고 비교적 높은 소득 수준을 가진 소비자들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구매 편의성’이 아니라,
트렌디하면서도 럭셔리하고,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프라이빗한 체험이다.


기존 SSG 푸드마켓이 ‘장보기’에 집중했다면,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그 위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더했다.


사케, 샴페인, 화이트와인 등 투명한 주류를 테마로 하는 편집숍 CLEAR, 컨셉에 맞는 인테리어 소재에 많이 신경썼다.

1층에는

‘투명한 술’을 테마로 한 주류 편집숍 CLEAR,

일식 오마카세 모노로그,

남성복 맨온더분, 여성복 자아 등이
주류–다이닝–패션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엮는다.

그리고 이 흐름의 연장선에, 지하 1층 TWELVE(트웰브)가 자리한다.



트웰브, 장보기를 넘어 ‘웰니스 큐레이션’으로


트웰브는 단순한 식료품 매장이 아니다.
‘웰니스’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체험형 그로서리에 가깝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이름 그대로 광장을 뜻하는 아고라(Agora)다.

TWELVE 입장과 함께 펼쳐지는 휴게공간과 스무디 바, 델리 키친

이곳에서는

Twelve Wonder Bar의 건강 스무디,

Twelve Kitchen의 다양한 델리 메뉴,

발효:곳간의 한식 상차림을

자유롭게 골라 즐길 수 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미 주변 직장인과 주부들에게는 하나의 ‘핫플레이스’가 된 모습이다.


아고라를 지나면
과채주스를 판매하는 Fruit Bar가 아일랜드 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상단 구조물과 함께 제철 과일과 음료의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선한 과일들을 즉석에서 갈아주거나, 과일이 들어간 비타민 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Fruit Bar


그 뒤를 잇는 Pantry 존은
트웰브가 제시한 12가지 기준에 따라 선별된 웰니스 그로서리를 마치 쇼윈도처럼 전시한다.

각 벽면과 엔드매대를 활용해 12가지 기준에 따른 상품을 소개하는 Pantry 존.

HMR 제품 역시 흔히 보던 구성이 아니라,
쉐프 협업 제품 중심으로 차별화된 구색을 갖췄다.


이후 등장하는 신선식재료 존은
썬큰 구조의 중정을 통해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되어,
계절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고 한다.

과일 매대 뒤로 보이는 중정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퀄리티와 제철 식재료에 집중한 구성이다.


즉, 이곳은
‘완벽한 장보기’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계절에 맞는 필수 식재료를 선별해 사는 곳에 가깝다.


신선식재료 존을 지나면,
소금빵으로 잘 알려진 베통이 자리하고 있다.
쇼핑을 마친 뒤 간단한 커피와 빵으로 동선을 마무리하기에 무리가 없는 구성이다.
실제로 이 공간은 ‘웰니스 그로서리’의 연장이라기보다는,
하우스오브신세계 전체 체류 경험을 정리하는 휴식 구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TWELVE에 입점한 베이커리 카페 'BETON' 과 TWELVE LIFE존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Twelve Life 존은
자주(JAJU), 까사미아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셀렉한 공간이다.
다만 앞선 팬트리와 신선식품 존에서 보여준
밀도 높은 큐레이션과 비교하면,
이 구간은 다소 구색을 맞추기 위한 존처럼 보인다.

웰니스라는 명확한 주제 아래 선별된 식품 존과 달리,
라이프스타일 제품에서는 트웰브만의 기준이
조금 흐릿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TWELVE만의 세심함이 드러난 포인트들


1. 위생 살균기에 보관된 쇼핑카트
아무렇게나 방치되지 않은 쇼핑카트는
공간 전반에 대한 관리 수준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공간에 맞게 컴팩트하게 디자인된 점도 인상적이다.

살균중인 바구니와 카트

2. TWELVE 자체 브랜드 패키지
음료, 가공식품, 신선식품까지
TWELVE 로고를 활용한 리패키징은
매장의 통일감과 ‘선별된 느낌’을 강화한다.

TWELVE 브랜드 패키징으로 나열된 제품들

3. 사이니지 시스템
행잉 사이니지가 아닌, 쉘프 옆면을 활용한 방식.
Crispy Pleasure, Boost Your Flavors, Fast & Easy 같은 짧은 문구는
깔끔하면서도 쇼핑의 재미를 만든다.

쉘프 옆면을 활용한 사이니지 시스템. 생각보다 눈에 잘 띄면서도 깔끔하다.

4. 드라이에이징 전문 장비 노출
육류뿐 아니라 수산물까지
매대 뒤편에 정돈된 드라이에이징 장비가 보인다.
작업대 역시 유리 너머로 노출되어 신뢰감을 높인다.

수산물, 육류 코너의 전문적인 드라이에이징 장비와 대면 서비스

5. 대면 서비스 강화
디지털 요소를 최소화하고,
직원이 직접 설명하고 추천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육류·수산물 코너에서는
고객이 보는 앞에서 손질과 커팅이 이뤄진다.


6. 작지만 알찬 델리 구성
푸드코트처럼 크지는 않지만,
조합형 도시락 구조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시그니처 건강 스무디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고, 사진 찍고 싶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장 내부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RTD 제품과 TWELVE KITCHEN의 선택형 도시락 메뉴



꼭 그래야만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


1. 팬트리 → 신선식품 → 델리로 이어지는 동선
웰니스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식품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신선존을 입구에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델리를 먼저 노출해 30–40대의 ‘간편식 니즈’를 공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팬트리를 입구에 둔 선택은
TWELVE의 감도와 차별성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이미지 이상의 매출 효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2. 건강기능식품, 예쁜 것만으로 충분할까
웰니스를 표방하는 만큼,
건강기능식품 섹션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성분과 효능 중심이라기보다는
패키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 위주의 소싱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Erewhon처럼
소수의 인증된 브랜드(Thorne 등)을 명확한 기준으로 제시했다면
신뢰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하우스오브신세계 안에서 트웰브의 위치
트웰브는 하우스오브신세계 안에 있지만,
상당히 독자적인 브랜드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이와 같은 식품 공간을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청담점만의 실험으로 남길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그래서, TWELVE는 어떤 웰니스를 말하고 있는가?


비록 타겟은 다르지만
그랑그로서리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트웰브에 담긴 고민과 전략의 결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랑그로서리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조↓


짧은 체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논의와 선택이 있었을지 짐작이 갔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끝까지 남는다.

이것이 한국의 문화와 신세계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
‘미래형 웰니스 그로서리’의 최선일까?


Erewhon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
세련된 수입 패키지, 영문 중심의 메시지들 사이에서
조금 더 한국적이고, 독자적인 웰니스의 언어가
더해질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는다.


트웰브는 지금,
‘예쁜 웰니스’를 넘어
‘기준이 있는 웰니스’로 가기 직전의 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 공간은 앞으로도 ‘보여주는 웰니스’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선택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웰니스’로 나아갈 것인지.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