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드 커피>를 통해 본 '절제된 감각'의 미학
PINCH.POINT
동네 카페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매일 3곳씩 새로운 카페가 생기고, 2곳씩 문을 닫는다는 요즘. 살아남는 카페와 사라지는 카페의 차이는 무엇일까? 옥수동의 한 골목, 화려하지 않지만 늘 사람들로 붐비는 작은 카페 하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곳을 계속 찾을까? 왜 나는 더 가까운 스타벅스 대신 여기까지 걸어올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 카페는 '하지 않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카페에 가면 자연스럽게 스캔하게 된다. 카운터의 정돈 상태, 조명과 가구의 배치, 시그니처 메뉴, 메뉴판 구성,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음악까지. 이디야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공간을 읽고, 운영 방식과 브랜딩 사이의 연결을 읽으려는 습관.
‘이 카페가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구조에서 실제 수익이 나올까?’
‘사람들이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품고 살다 보니,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도 어느새 고개가 360도 회전하고 눈알을 빠르게 굴리고 있다.
정말로 맛있는 커피와 빵, 그리고 그만큼 편안한 분위기
옥수동에 살게 된 후로 가장 좋아하는 동네 카페, 테이퍼드 커피 옥수점이다.
알고 보니 꽤 여러 곳에 지점이 있는 스몰 브랜드 카페였다.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기 시작하면서 카페 방문은 줄었지만, 가끔 정말 맛있는 ‘남이 내려준 커피’가 그리울 때, 나는 테이퍼드를 찾는다.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아이스 라떼(Yellow 원두)와 바나나브레드. 이 집 바나나브레드는, 밥을 먹었든 안 먹었든 무조건 먹게 된다. 손님이 집에 오기로 한 날이면, 미리 배달시켜두기도 한다.
“모든 제품을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굽습니다.”
이 자신감 있는 문구는 허언이 아니다.
베이커리는 웬만한 전문 디저트숍을 능가하고, 커피는 두 가지 원두(Yellow: 산미 / Blue: 바디감)로 취향 선택이 가능하다. 원두 자체도 판매하며, 커피에 대한 진정성과 전문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리고 진짜로, 정말로 맛있다. 거의 모든 메뉴가.
카페의 본질이자 핵심인 커피와 브레드가 맛있고, 이 카페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까지 잘 짜여있다.
절제된 감각이 만든 동네 감성
테이퍼드의 매력은 맛에만 있지 않다. 이 카페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공간의 감각이 묘하게 편안하다.
조명은 은은하지만 필요한 곳에는 충분히 밝다. 깔끔한 흰 벽과 콩자갈 바닥, 정제된 무채색 인테리어 위에 USM 수납장, 제네바 스피커, 취향이 느껴지는 오브제들이 툭툭 놓여 있다.
몇 가지 종류의 의자와 테이블은 제각각이지만, 조화롭다.
이곳에선 자리를 옮기거나 테이블을 붙이는 일에 눈치 보지 않는다. ‘가져다 쓰세요’ 같은 여유가 공간에 스며 있다. 의자 배치 하나, 테이블 높이 하나에도 방문자의 시간을 배려하려는 태도가 느껴진다.
가끔은 너무 정갈하게 배열된 사각 테이블과 같은 모양의 의자들 사이에서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
하지만 이곳의 꽤 넓은 원형 테이블들은 혼자여도, 둘이어도, 다섯 명이 와도 부담이 없다.
자유롭게 앉고,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자리. 세심하게 조절된 여백과 리듬이 지루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꾸미지 않은 듯 섬세하게 완성된 브랜드 경험
요즘 많은 카페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려 한다.
벽에 커피와 상관없는 그림을 걸고, ‘힙함’을 강조하는 소품을 잔뜩 채워 넣는다.
하지만 테이퍼드는 다르다.
필요한 곳에만 사용된 일러스트, 간결한 산세리프 폰트와 진한 블루 + 오렌지의 컬러 조합,
그 어떤 것도 과하지 않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이 카페는 말하지 않지만, 확신을 가지고 ‘하지 않는다’.
그 절제된 선택이 오히려 브랜드를 또렷하게 만든다.
Keep the Essence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브랜드 기획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테이퍼드의 브랜드 에센스는 'Keep the Essence'가 아닐까.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편안한 공간. 절제를 통한 본질을 강조하는 브랜드.
테이퍼드 커피가 추구하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가치는 카페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테이퍼드의 내부적인 비전이나 전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브랜드를 독특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 Core Identity를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Honest & Satisfying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커피와 디저트.
충분히 맛있어서 다시 찾게 되는 경험.
Minimal & Clear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와 명확한 메뉴 구성(시그니처 메뉴)
고객의 선택을 돕는 깔끔한 커뮤니케이션.
Relaxed Aesthetic
꾸며내지 않은 미감.
필요한 곳에만 힘을 주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두는 여유.
Respectful
고객의 시간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공간 운영.
조용한 서비스, 그리고 적절한 거리감.
테이퍼드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낸다.
그 조용한 절제가, 화려한 마케팅보다 더 오래도록 남는 인상을 만든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