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니 북한의 세뇌교육과 역사왜곡, 선전선동은 학교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매주 8시간 그러니까 하루에 2시간은 무조건 정치상학이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김 씨 일가 우상화와 절대 충성을 강요하는 교육이었고 그 뒤를 이은 것이 반미, 반한 교육이었다. 북한군의 첫째가는 임무는 김 씨 일가에 대한 절대 충성이고 둘째 임무는 조국통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북한군 정신교육에서도 이 두 가지 교육비중이 가장 컸다. 우상화로 절대 충성, 절대적 반미, 반한 교육으로 증오와 복수심 배양이 북한군 정치선동의 핵심이었다.
북한군의 시각에서 6.25전쟁은 사실 미완의 전쟁이다. “조국해방전쟁”이라는 명칭 자체가 모순적이다. 6.25전쟁이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과 한국에 의한 북침전쟁이라면 “조국해방전쟁”이 아니라 “조국수호전쟁”이었어야 한다. “해방”의 의미 자체가 남한을 적화시키기 위해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의미가 되는 것 아닌가? 북침전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명명하는 모순을 저지른 것은 결국 저들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기 위해 일으킨 남침전쟁이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6.25전쟁을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 일어난 북침전쟁이라고 우기고 있다.
6.25전쟁이 휴전협정에 의해 중지된 상태이므로 미완의 전쟁이며 그런 의미에서 6.25전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부터 북한은 7월 27일을 '전승기념일'로 성대히 기념하고 있다. 김정일이 이른바 “선군정치”에 나선 이후 군을 중시하면서 휴전협정 조인일이 새로 국가적 명절로 제정됐다. 적화통일을 위해 먼저 침략전쟁을 일으켜놓고 휴전이 됐는데 전승이라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뻔뻔하면 자기 최면과 자기 합리화에 능해지는 법이다. 북한은 6.25전쟁이 미국과 한국에 의한 북침전쟁이고 세계 최강 미군이 주도하는 16개국 연합세력의 북침을 막아내고 공화국을 지켜낸 전쟁이기 때문에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며 8.15 광복에 이은 제2의 광복의 날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파렴치도 유분수고 역사왜곡도 이만저만한 왜곡이 아니다.
군에서는 6.25전쟁에 대한 역사왜곡이 사회보다 훨씬 더 심했다. 당시 북한군의 교육내용을 보면 6.25전쟁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뿌리는 바로 미국의 한반도 침탈야망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침략을 일삼아 온 철천지원수라는 것이다.
학교에도 있지만 북한군 사상교육장인 김일성 혁명사상 연구실에는 1866년 8월 평양 대동강에서 침몰된 “제네럴 셔먼”호와 셔먼호를 침몰시키는 평양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도록”이라고 불리는 유리 액자에 들어있었다. 한 세기 이전부터 미국은 태평양건너 아시아 침략의 교두보로 삼으려고 한반도 침략을 시작했다고 교육했다. 물론 이때도 김 씨 일가 우상화와 결부됐다. 셔먼호 침몰의 앞장에 섰던 사람이 김일성의 증조부인 김응우라는 것이었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분묘도굴사건도 미국의 소행이라고 교육했다. 한국에 입국 후 사실을 알아보니 미국이 아니라 1868년(고종 5) 독일의 상인 E.J.오페르트가 충청도 덕산(예산군)에 있는 흥선대원군의 생부 남연군 구(球)의 묘를 도굴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이었다. 코 큰 서양인이면 다 미국인으로 몰아가는 파렴치한 역사조작이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다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1871년(고종 8) 미국군함이 강화도에 쳐들어옴으로써 일어난 신미양요와 1905년 7월 가쯔라 태프트 조약도 미국의 한반도 침략야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물론 신미양요가 미국의 무력침공이 맞지만 군함 몇척 들어왔던 것을 대규모 침략이라도 되는 듯 침소봉대한 것이다. 그런 식이면 한반도에 대규모 무력으로 수없이 침공을 벌여왔던 중국은 북한의 철천지원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념과 6.25전쟁 때 북한의 침략을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편에 서서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철천지원수가 된 것이다. 가쯔라 태프트 조약도 필리핀과 대한제국을 놓고 벌인 미일 강대국 간의 흥정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현재의 나는 반미주의자도 친미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해야 하며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주변 4강중 한반도 영토야망이 없는 유일한 강대국이기도 하다.
1882년(고종 19) 조선과 미국 간에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도 미국을 혐오하는 북한의 역사적 증오의 근거가 됐다. 심지어 북한은 미국 선교사가 땅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주어먹는 아이를 나무에 꽁꽁 묶어놓고 개를 풀어 물어뜯게 하고 청강수로 이마에 “도둑”이라고 쓴 그림을 그려놓고 “미국 놈은 야수”이며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한반도 침략의 길잡이라고 교육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한반도 침탈야망을 갖고 있던 미국이기 때문에 1945년 조국광복 후 남한을 점령하고 군정통치를 하고 “괴뢰정부”인 대한민국을 수립해 반공의 보루로 삼고, 북한 지역까지 침공해 한반도 전체를 대륙침략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북침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