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필 적에 남한강변을 거닐면
참 더웠다. 에어컨 한 번을 켜지 않고 지냈던 지난 두 번의 여름과는 다르게, 도시가 아닌 이 곳에서도 에어컨을 켜야만 지낼 수 있는 날이 수두룩했으니 말이다. 인간의 몸은 감각을 느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은 할지언정 감각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그 말마따나 추위와 더위가 그토록 반복되면서도 겨울엔 추위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고 여름엔 더위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지만 그 더위도 결국은 가려나 보다.
양평 봄 파머스 가든.
10월과 11월 사이 호박등이 되기도 하고 호박죽이 되기도 하여 추위를 견디게 해 줄 호박들이 익어 간다.
탁 터진 잔디밭 앞의 식당이 여름과 가을 사이, 보내는 여름을 아쉬워하기도 오는 가을을 반기기도 참 좋은 곳이다. 살짝 비싸게 느껴지는 음식 값이 약간의 단점.
벚나무는 이제 빨갛게 물들어 올해의 마지막 인사를 할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내년엔 어떤 벚꽃을 피울지... 내년에 다시 만나요!
이포보 위 당남리섬(남쪽이지만 강으로는 상류이다)에는 메밀꽃이 한창이다. 이맘때쯤 어김없이 나타나는 하얀 눈꽃 앞으로 추석 연휴를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정겹고 한편으로는 나는 가족을 모셔오지 못함에 죄송함을 같이 느끼게 한다.
멀리 보이는 이포보가 한편으로 웅장하면서도 이 섬을 만든 물줄기가 막혀버린 데 대한 걱정도 들면서...
강 한가운데 이렇게 멋진 모습을 만들어낸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우리는 대자연을 대해야 한다.
강아지풀이 갈색빛이 되고 코스모스가 질 때가 되면 산은 노랗게 옷을 갈아입을 테다.
메밀꽃밭 건너편으로 가득했던 코스모스밭이 여긴 벌써 가을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아직 여름이 심술을 부릴지언정, 남한강에는 벌써 가을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