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단 여행길
물끄러미 바라보던 캐리어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공항으로 향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풍경,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묘하게 들떠 있다. 이번 여행은 다르다. 아이들이 주선해준,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 20년 넘게 여행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여행길을 동행했지만 오늘처럼 부담감 없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다.
프린트된 고객 명단도 없고, 복잡한 일정표도 없다. 늘 손님들을 안전하고 즐겁게 인도해야 했던 내 어깨 위의 책임감이 오늘은 없다. 그저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마치 날개를 단 듯 가볍다.
생각해보면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단련한다고 여겼다. 성격도, 상황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정은 때론 인내의 연속이었다. “이번 팀에는 닮고 싶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수없이 기도하곤 했다. 그 기도는 간절했다. 하지만 언제나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불편해하는 사람, 사사건건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모두를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 체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해서 참여한 사람, 스스로를 과시하려 하면서도 정작 베풀 줄 모르는 사람, 지나친 음주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까지… 그런 이들과 함께하며 나는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숱하게도 만났다.
그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부러워하곤 했다. “여행 자주 가서 좋겠다. 나랑 일 바꿀래?”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하곤 했다. “손님으로 따라가는 여행은 달라요.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 줄 알아요?” 그건 정말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여행, 그저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그런 시간.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아이들의 배려로 시작된 일주일의 여정. 나는 손님이 되었고, 여행자는 나다. 계획도, 진행도, 챙겨야 할 것도 없다. 오롯이 나의 기분과 나의 시간만 있으면 되는 여행.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더라.
고맙다. 감사하다. 이 모든 순간이.
그래서 오늘, 나는 웃는다. 진심으로. 마음껏.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