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플랫폼에서의 작은 해프닝

by 비움과 채움

지하철 환승 플랫폼에 들어섰다.

전철이 아직 들어오기 전이라 한산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내 옆자리에 놓인 스마트폰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가 놓고 갔을까?”

“바로 고객센터에 맡겨야 하나?”

“아니면 혹시 벨이 울릴 때까지 기다릴까?”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냥 모른 척 지나쳐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한 두어 번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불안과 초조, 연락이 끊긴 답답함이 고스란히 떠올라

왠지 모르게 ‘이건 내가 도와줘야 할 일’이라는

쓸데없는 의무감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순간에도 갈등이 일었다. 그 순긴 한 젊은 여성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그 스마트폰을 덥석 집어 든다.

그녀의 얼굴엔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래, 그게 제일 좋은 결말이었지.’

만약 내가 친절을 발휘한다며

고객센터에 습득 신고를 해버렸다면

그 아가씨는 아마 분실신고를 하고,

새 폰을 사야 하나 고민하였을 테고

이런저런 일로 한참을 마음 졸였을 것이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내 안에서 작은 선의의 갈등이 일었다가

웃음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은 이렇게 사소한 순간에도

우리에게 선택을 묻는다.

도와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그냥 지나칠까.

그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하지 않음’이 오히려 가장 현명한 친절이었다.


지하철 플랫폼의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세상엔 굳이 나서지 않아도

저절로 풀리는 일들이 있다는 걸,

배우고 얻은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입동, 겨울의 문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