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커다란 감나무가 어느새 텅 비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팽이처럼 매달린 붉은 대봉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오늘 보니 주인이 모두 털어낸 모양이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듬성듬성 누런 잎 몇 장,
그리고 그 속에 외로이 매달린 감 하나.
아, 저건 까치밥이구나.
문득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감나무의 주인이 남겨둔 마지막 선물,
까치에게 베푸는 한 알의 마음이다.
누군가는 깜빡 잊고 놓아둔 걸로 볼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을 배려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그들에게는 모든 생명에게 몫이 있었다.
사람이 따먹을 만큼만 거두고,
하늘의 새와 들짐승에게도 조금은 남겨두었다.
그 마음이 바로 까치밥이었다.
겨울이 오면
잎이 다 떨어진 가지 끝에 달린 그 한 알의 감은
유난히도 눈에 띈다.
눈 내린 아침, 까치가 와서 쪼아 먹는 그 장면을 보면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가슴속에 번진다.
마치 누군가가 세상을 위해 작은 온기를 남겨둔 듯하다.
요즘 세상은 모든 걸 다 가져야만 만족한다.
남김은 미련이라 여기고,
비움은 손해로 생각한다.
하지만 까치밥은 남겨둠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조금 덜 가져도 좋고,
조금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풍요로울 수 있음을.
오늘도 나는 그 감나무를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끝,
겨울을 기다리는 까치밥 하나.
언제쯤 까치가 와서 그 열매를 맛볼까.
그때쯤이면 나는 또다시 마음속으로
이 따뜻한 계절의 배려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 삶에도, 내 마음에도
작은 까치밥 한 알 쯤은 남겨두는 여유를 배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