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의 달콤한 민낯

by 비움과 채움

퇴근길, 집 앞 편의점 앞이 유난히 번쩍거렸다. 불빛 아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건 다름 아닌 빼빼로였다.

11월 11일. 숫자 1이 네 개 나란히 선 날이라 ‘빼빼로데이’라고 한다.

부산의 한 여고생이 친구에게 “날씬해지라”며 빼빼로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가 유래라지만, 이제 그 순수한 마음은 광고 속으로 사라졌다.


편의점 앞의 풍경은 이미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 ‘매출의 전쟁터’ 같았다.

포장은 더 화려해지고, 과자는 더 커지고, 가격표는 더 두꺼워졌다.

예전의 빼빼로는 작고 귀여웠다. 친구끼리 주고받으며 웃던, 그 소박한 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빼빼로는 마치 선물세트로 변신한 작은 명절 같다.

초콜릿 향보다 포장 비닐의 반짝임이 더 눈부시다.


집으로 돌아와 문득 지난해 받았던 빼빼로가 진열장에 그대로 있는 걸 발견했다.

먹기엔 유통기한이 지났고, 버리자니 아깝다. 달콤함은 사라지고, 남은 건 애매한 존재감뿐이다.

어쩌면 지금의 빼빼로데이도 그렇다. 진심보다는 상술이, 나눔보다는 소비가 앞서 있다.


같은 날, 11월 11일은 본래 ‘농업인의 날’이자 ‘가래떡데이’다.

길쭉한 가래떡을 나누며 풍년과 감사의 뜻을 전하던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달콤한 초콜릿의 마케팅에 밀려, 하얗고 담백한 가래떡의 날은 점점 잊히고 있다.


달콤함은 좋다. 하지만 그 달콤함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면, 그것이 빼빼로든 가래떡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다만 오늘 하루만큼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정말 마음을 주고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포장을 주고받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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