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귀가하는 길에 비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습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은행 이파리들은 물기 머금은 채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었지요.
그 모습이란, 마치 누군가 노란 물감을 통째로 길 위에 쏟아부은 듯, 자연이 펼쳐 보인 한 장의 거대한 유화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밟고 간 자국마다
노란색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흐트러지고 찢긴 흔적조차 한 폭의 붓질처럼 겹겹이 쌓여
비 오는 길바닥은 어느새 ‘길거리 라이브 갤러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엊저녁의 작품 제목을 굳이 붙여보자면
‘떠나기 싫은 가을’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훅,
다른 사람이 건널 때마다 쓱
은행 이파리들의 형상과 색감은 조금씩 달라졌고
그 변화의 순간들이 모여
순간순간 조용히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내 발걸음 또한 그 그림에 한 줄의 선을 더했습니다.
나는 단지 걸었을 뿐인데
그 순간 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에
작은 흔적을 남긴 ‘참여 작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는 계속 내려 머리칼도 축축이 젖었지만
그 물기조차 이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을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하는 관람객의 표식처럼.
그러나 문득,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이 찰나의 전시, 이 노란 캔버스는
내일 아침이면 미화원의 빗자루에 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그래서 어쩌면
간 밤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는지도 모릅니다.
잠깐 머물다 스치는 계절처럼,
기억 속에만 남는 가을의 마지막 전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