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동장군 납시었다

by 비움과 채움

아침 창문을 여는 순간,

묵직한 냉기가 방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예보대로 기온은 영하,

바람은 그보다 한 발 더 앞서

겨울을 끌고 온 모양이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

동장군은 올해도 어김없이

은밀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습을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옷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 숨어 있던 내의와 두툼한 파커를 꺼내 들었다.

겨울을 상대할 때

내 몸은 먼저 움직인다.

본능이 먼저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겨울의 첫날은 가장 따뜻한 무기부터 꺼내 쓰는 법이다.


문을 나서자마자

동장군의 호흡이 맨살을 찔렀다.

귀를 톡톡 깨물고

볼을 얼얼하게 후려친다.

그것이 녀석의 첫 공격 방식.

그리고 그 찬 기운 속에서

문득 작년 한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추위를 피해

도망 다니듯 겨울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동장군이 다가오면

나도 제자리에서 악착같이 맞설 참이다.


추위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걸 대적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리라

누군가는 움츠러들고,

누군가는 옷깃을 더 단단히 여미리라.

올해의 나는

마치 오래된 적수를 상대하듯

겨울의 도발을 정면으로 받아보기로 했다.


겨울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떻게 나를 막아낼 거냐?”


나는 그 질문에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답을 세웠다.


첫째, 준비된 방어.

내의 한 장이 겨울의 칼바람을 둔화시키고

목도리 한 번 감는 것이

동장군의 기세를 꺾는다.

겨울 앞에서는 ‘제대로 준비한 자’만이

당당히 설 수 있다.


둘째, 마음의 온도 유지.

바람은 몸을 얼게 해도

마음까지 얼릴 수는 없다.

생각을 따뜻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겨울 전투의 절반을 이긴다는 뜻이다.


셋째, 겨울 속에서 따뜻함을 포착하는 눈.

추위만 세지 말고

따뜻함이 머무는 자리를 찾아내는 것.

동장군과 싸우면서도

겨울의 선물을 놓치지 않는 태도.

그런 시선 하나가

긴 겨울을 짧게 만든다.


오늘 나는 동장군을 피하지 않았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눈을 마주한 채 맞섰다.

녀석의 기습은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성질이 불 같은데

나는 이미 겨울을 이기는 기술을 알고 있다.


준비한 내의,

단단한 파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소 한 조각.

그 네 가지면

동장군의 칼끝은 무뎌진다.


오늘 아침, 나는 궁금했다.

이런 나를 보며

동장군이 조금 당황했을까?

올겨울의 첫 싸움,

주도권은

내가 먼저 잡았으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 내린 귀갓길의 노란 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