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 산책로를 걷다 전봇대에 달린 비상 안전벨을 보았다.
하나도 아니고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었고,
눈여겨보니 CCTV까지 함께 달려 있었다.
골목이나 공원에서 보아오던 장치였지만
산중까지 들어와 있는 모습은 낯설고도 놀라웠다.
비상 안심벨은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버튼 하나로 경찰이나 관제센터에 연결되는 방범 장치다.
경고음이 울리고, CCTV로 현장이 확인되며,
필요하면 즉각적인 출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의 불안을 덜기 위한 취지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산길에까지 설치된 방범벨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이제는 마음 놓고 산에도 오르지 못하는 세상이 된 걸까.
산책로마저 위험을 전제로 관리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가 험악해진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많은 방범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국가와 지자체는 얼마나 많은 세금을 쓰고 있을까.
정말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설치된 것일까.
아니면 ‘혹시 모를 사ㅡ고’에 대비한다는 명분 아래
과잉된 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범죄 예방은 분명 중요하다.
사고는 한 번만 일어나도 돌이킬 수 없고,
그 한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이 먼저 깔리고,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시설만 늘어나는 사회라면
그 또한 정상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안심벨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안전해지는 대신
더 불안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곳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는 무언의 경고가
골목마다, 산길마다 붙어 있는 셈이니 말이다.
산길에도 골목에도
안심벨이 없어도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나라,
서로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설이 아니라 신뢰로,
장치가 아니라 공동체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말이다.
안심벨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만큼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산중에 달린 그 작은 버튼 하나 앞에서
안심보다는 걱정을,
안도보다는 질문을 오래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