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두둥뚜둥둥두둥’이라는 용기

by 비움과 채움


친구가 보내온 초대장을 보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초대장 한가운데 적힌 짧은 카피,

‘뚜두두둥뚜둥둥두둥’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의성어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붙잡았다.

읽는 순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한 줄이 나를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나는 음악의 잼뱅이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기타도, 하다못해 피리 하나 제대로 불 줄 모른다.

금관악기나 타악기는 더더욱 먼 세계의 이야기다.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르거나 악기 하나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움부터 앞섰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안고 나온 사람들,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처럼 보였다.


드럼 연주회에 가기 전, 호기심에 드럼을 검색해 보았다.

드럼은 인류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악기,

밴드의 중심에서 박자를 잡고 분위기를 이끄는 악기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때까지 드럼을

그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악기쯤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친구는 무대에 올라 관객을 향해 차분히 인사를 건넸다.

그가 드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재즈 드러머 최세진의 연주를 듣고

“드럼은 악단의 말채찍”이라는 말에 이끌려

어느덧 20년째 드럼을 치고 있다는 고백.

취미로 시작한 드럼이 삶의 일부가 되어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말에서

나는 재능보다 시간을 보았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초대장에 적혀 있던 그 카피처럼

그는 스틱을 휘두르며 무대를 장악했다.

‘뚜두두둥뚜둥둥두둥’

바이올린보다, 기타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2시간 동안 그의 드럼은

관객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고

발은 박자를 찾느라 바빴으며

손바닥은 박수를 치느라 얼얼해졌다.

연주를 듣는 동안

내가 음악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그의 드럼은 힘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고, 솔직히 말해 자랑스러웠다.

음악의 잼뱅이인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친구가

자신만의 리듬을 끝내 만들어

이렇게 당당히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이.


연주가 끝나고

신년에 앙코르 공연을 하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벌써 그날이 기다려졌다.

드럼을 배워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난 음악의 잼뱅이니까” 하고 웃으며 접었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천재가 아니어도

꾸준히 두드리면

언젠가는 자기 소리가 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소리를 만들어낸 친구가

참으로 멋지고,

참으로 자랑스럽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새벽을 배달하던 그 시절을 불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