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by 비움과 채움


지하상가를 걷다 말고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때문이었다.

가사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도 정직해서

도망칠 틈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내 삶을 미리 써놓은 기록처럼

그 노래는 조용히, 그리고 정확하게

내 과거를 불러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 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노래 속에서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 대목이 흘러나오는 순간,

내 감정선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잊고 지내던 어머니가

그 순간 내 앞에 서 계셨다.


자식이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당신은 늘 뒤로 물러서고,

늘 참으시고,

늘 양보만 하셨던 분.

당신의 몫을 비워두는 것이

어머니의 삶인 줄도 모르고

나는 그저 어머니 마음만 야위게 했다.


살아 계실 때는 몰랐다.

어머니는 당연히 그런 존재인 줄만 알았다.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런 줄 알았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건 희생이었고,

끝없이 베프신 자식 사랑이었다.


어찌 안 드시고 싶으셨을까.

자장면이 정말 싫으셨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자식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가게 하려던

오직 자식을 위한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자식이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내 자식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난 자장면이 싫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내 몫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과연.


노래를 듣다 말고

나는 그제야 나를 깊이 돌아봤다.

너무 늦게 철이 들어

미안하다는 말조차

이제는 마음속으로만 삼켜야 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깊은 뉘우침으로

어머니를 다시 불러본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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