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장비 보관 가방에서
까만 천 주머니 속에서
작고 묵직한 손난로 하나가 나왔다.
휘발유를 채우고
심지에 불을 붙이면
몸속에서 천천히 열이 돌던 물건을.
주머니 속 온기는
단순한 열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게 해 주던 안심이었다.
연료의 냄새가 있었고
손길이 필요했다.
불을 다루는 만큼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갔다.
그 시절 겨울의 준비란
장갑, 목도리,
그리고 이 손난로를 챙기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손난로는 사라졌다.
대신 핫팩이 나타났다.
봉지를 뜯는 순간
조용히 열로 변하고,
불도, 연료도 필요 없이
주머니에 넣기만 하면
몸을 데우는 핫팩이.
열은 오래가고
사용법은 단순하다.
홍보물로, 사은품으로
겨울 골목을 가볍게 떠돈다.
겨울의 필수품은
이렇게 말없이 바뀌었다.
손난로는
관리의 물건이었다.
채우고, 붙이고,
식으면 다시 살피는 일.
핫팩은
편의의 물건이다.
꺼내 쓰고
버리면 끝.
손이 덜 가는 만큼
마음이 머무를 자리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우리는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열을 얻었지만
불을 지피던 기억은
함께 사라졌다.
세상은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추위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어제는 연료였고
오늘은 화학반응이다.
내일은
배터리일까
발열 섬유일까
혹은 몸의 열을
다시 몸으로 돌려주는
지능형 소재일까.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미 그 답을
실험실에서
조용히 데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