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한 해를 시작한다

by 비움과 채움


연초가 되면 가장 먼저 달력을 펼쳐 든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한 해의 주요 행사와 가족 제사, 생일에 동그라미를 쳐 놓는다.

그다음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는 곳은 휴일이다.

‘과연 올해는 얼마나 쉴 수 있을까.’


열두 달을 모두 넘기며 휴일을 세어 보니,

365일 가운데 법정공휴일은 70일,

주 5일 근무자를 기준으로 하면 쉬는 날은 118일이다.

체감상 ‘역대급’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자료를 찾아보니 2026년은 2025년과 달리

삼일절, 광복절 등 주요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져 월요일 대체휴무로 보장되는 해다.

특히 2월 설 연휴에는 연차 이틀만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니,

해외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겐 장거리 여행도 가능한 일정이다.


하지만 휴일이 많다는 사실은

마냥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니다.

휴일은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한 휴식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회복하게 할 것이다.

쉼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다시 일할 힘을 채워 주는 중요한 자산이리라.


반면 경제의 시선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조업이나 수출 중심 기업의 경우

휴일 증가는 곧 실질적인 생산일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 운용이 유연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휴일 근무에 따른 추가 인건비,

혹은 업무 공백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은 뻔하다.


그래서 휴일을 대하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유로운 사람은 휴일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고, 경제적으로 팍팍한 사람들에게는 휴일은 오히려 고통이 수반되는 곤혹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사회는 이미 양극화된 구조 위에 서 있다.

휴일의 많고 적음 또한

그 격차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휴일 제도는

국가적으로 결정되어 시행되는 만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다만 달력을 앞에 두고 한 해를 계획하다 보니

‘얼마나 쉬는가’보다

‘어떻게 쉬고,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휴일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누군가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누군가는 가족과의 약속으로,

또 누군가는 다음을 준비하는 사색의 시간으로

휴일을 채워 갈 것이다.


2026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휴일을 잘 쓰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달력 위의 동그라미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쉼의 표식이 되기를 바라면서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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