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by 비움과 채움

2025년이 저물었다.

시간은 늘 그렇듯 말없이 한 해를 데리고 떠났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이때만큼 또렷해지는 순간도 없다.


사람들은 새해를 맞기 위해

어둠이 가장 짙은 시간에 길을 나선다.

잠을 줄이고, 추위를 감수하며,

굳이 동쪽을 향해 걷는다.

그곳에 떠오르는 태양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어서가 아니라,

그 태양을 기다리는 마음이

우리를 새롭게 하기 때문이다.


신년 일출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누군가 정해 놓은 규칙도,

반드시 지켜야 할 형식도 없지만

사람들은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이 의식을 반복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 순간만큼은

지난 한 해의 무게와

다가올 시간의 부담이

잠시 내려앉는다.


일출을 맞이하는 이유는

사실 모두 비슷할 것이다.

건강하기를,

무탈하기를,

가족이 평안하기를,

그리고 한 해를 행복하게 보내기를.


각자 소망의 크기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을 것이다.

행복과 건강.

결국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그 두 단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산 위에서

어떤 이는 바다 앞에서

어떤 이는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을 것이다.

장소는 달라도

마음의 자세는 닮아 있다.


해는 어디서든 같은 해이다

그러나 그 해를 바라보는 마음은

각자의 삶만큼 다르리라.

그래서 일출은

자연의 현상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고백이 된다.


나에게 신년 일출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다짐하는

조용한 약속의 자리다.


올해 나는

금산 보리암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것이다.

나의 기도는 특별하지 않다.

다만

올 한 해도 무탈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자주 나들이를 나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신년 일출이

만사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의 근거는 마련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마다 같은 해를 보면서도

해마다 다른 다짐을 한다.


일출은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열쇠가 아니라

새로운 마음을 여는 계기다.


그 의식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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