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한 개의 가격이 묻는 것

by 비움과 채움


며칠 전, 강북에 사는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고 나오다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을 보았다.

무심코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 작은 노점 앞에서 오래 묻혀 있던 기억 하나가 고스란히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붕어빵, 풀빵, 국화빵.

퇴근길에 몇 개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나눠 먹던 간식.

겨울 저녁의 온기와 함께 기억되는, 값보다 정이 먼저였던 음식들이다.

그날도 붕어빵 8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 먹으며, 맛보다 기억을 씹고 있었다.

붕어빵의 가격은 4개에 2천 원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명동에서 다시 붕어빵을 마주했을 때, 그 기억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간판과 조명 아래, 닭꼬치와 회오리감자, 퓨전 디저트들 사이에서 붕어빵은 더 이상 서민 간식이 아니었다.

가격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붕어빵 1개 4,000원.”


순간 의문이 들었다.

붕어빵 속에 금가루라도 들어간 것일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붕어빵을 사 가는 모습을 보며, 더 큰 질문이 떠올랐다.

그들이 이 가격을 보고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물가는 나라마다 다르고, 상인에게도 사정은 있을 것이다.

재료비, 인건비, 자릿세, 경쟁 환경.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얼마 전 4개에 2천 원이던 붕어빵이

관광지라는 이유 하나로 1개에 4천 원이 되는 순간,

그 음식은 간식이 아니라 ‘바가지’라는 인식을 낳는다.


문제는 그 피해가 개인의 불쾌함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광객에게 씌운 바가지는 곧 국가 이미지의 가격표가 된다.

한 사람이 SNS에 올린 “한국에서 붕어빵 하나가 4천 원이었다”는 후기는

몇몇 상인의 이익을 넘어, 한국은 비싸고 불친절한 나라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내국인이라면 발길을 돌릴 가격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에게는 괜찮은가.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행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받아도 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는 바가지 상술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숙한 국가는 그것을 방치하지 않는다.

단속과 계몽, 그리고 상인의 자각이 함께 갈 때 관광은 지속 가능해진다.

한 철 장사로 남길 이익보다, 오래 기억될 신뢰가 더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붕어빵은 작은 음식이다.

하지만 그 가격표 하나에는 한 사회의 양심과 국가의 품격이 함께 적힌다.

관광객의 지갑을 털어 얻은 이익은 오래가지 않는다.

반대로, 공정한 가격과 정직한 상술은

다시 찾고 싶은 나라라는 가장 강력한 홍보가 될것이다.


붕어빵 한 개의 가격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국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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