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한이다.
이름만 들으면 ‘작은 추위’쯤으로 여겨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일 년 중 가장 매서운 시기로 꼽히던 절기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이 속담 하나에
소한 무렵의 기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릴 적 소한날이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내몰 듯 밖으로 보냈다.
“까치도 얼어 죽고, 꿩도 얼어 죽고,
토끼도 얼어 죽는 날이다.”
죽은 놈들 주워 오라며
미루나무 아래, 밭둑, 동네 뒷산을
쉴 새 없이 헤매게 했다.
그땐 몰랐다.
춥다고 방 안에 웅크리고 있지 말고
몸을 움직이며 추위를 이기라는
어른들의 속 깊은 꾀였다는 것을.
그 시절의 소한은
정말로 추웠다.
세수를 하고 방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 하고 달라붙던 추위,
숨을 들이마시면
콧속이 얼얼해지던 그런 추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추위는 견딜 만했다.
춥긴 해도 병을 얻지는 않았다.
감기라는 말은 있었어도
몸을 오래 앓게 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마도 공기가 맑았기 때문이리라.
차갑지만 투명한,
속까지 씻어내는 듯한 추위였다.
오늘의 소한은 다르다.
대한이 반팔을 입고 놀러 와도
땀만 흘리고 돌아갈 것 같은 날씨다.
추위는 약해졌는데
몸은 더 쉽게 지친다.
춥지 않아도 감기가 들고,
바람이 세지 않아도 숨이 답답하다.
소한의 추위는 사라졌고
대신 계절의 경계가 흐려졌다.
날씨는 누그러졌지만
그만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문득 생각해 본다.
그때의 소한 추위는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겨울은
편해졌지만
어딘가 허약해진 것은 아닐까 하고.
옛 소한의
맑고 매서웠던 그 추위가
조금은 그립다.
얼음장 같은 공기 속에서도
몸과 마음이 또렷해지던
그 겨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