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에 도착한 관광차
LED 전광판에 목적지가 반짝인다
배낭은 트렁크 속으로 밀어 넣고
나는 지정된 좌석에 몸을 맡긴다
28인승 리무진
다리를 뻗어도 닿지 않고
좌석을 젖혀도
뒷사람에게 미안하지 않은 거리라
움직임 자체가
이미 휴식이다
언제부터인가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편안한 자리에 마음이 꽂혔다
45인승이 당연하던 시절
불편함도 여행의 일부라 여겼지만
이제는 아니다
누구나
걷다 보면 자전거를 떠올리고
자전거를 타면 오토바이를 꿈꾸며
오토바이를 타다 보면
차를 찾게 되는 마음
사람은 그렇게
편리함에 길들여진다
한때는
굳이 자차를 끌고 여행지로 떠났다
그때는 그것이 자유라 믿었다
하지만 계획은 곧 피로가 되었고
운전은 긴장으로 이어졌으며
도로 정체와 주차 앞에서
여행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래서 나들이의 방식이 달라졌다
여행사를 찾고
잘 짜인 일정을 고른 뒤
몸만 실으면 되는
선택은 내가 하고
책임은 그들이 진다
나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버스 안에서
한숨 자다 보면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 것이고
목적지에 닿으면
가이드는 자연스레 길을 열어줄 것이다
식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주어진 자유 시간은
온전히 나의 몫
하루가 끝나면
편히 잠들 휴식처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한 사치는 없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여행
부담 없이 누리는 이동
나들이는
떠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선물을 받기 위해
오늘도 나는
리무진에 몸을 싣고
천천히, 편안히
목적지를 향해 간다
이 짓에 중독된 나는
역마살이 더 깊어져 가는 걸 안다
행복에 제대로 감전된 채
온몸 구석구석
뜨거운 기운이 충전될 것을 안다
그래서
이 나들이가
이토록 즐겁고
이토록 신나는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
리무진에 몸을 맡긴다는 것
일행이 기다리던 관광차는
LED 전광판에 목적지를 반짝이며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배낭은 트렁크에 싣고
나는 지정된 좌석에 몸을 맡겼다.
버스는 28인승 리무진이다.
다리를 쭉 뻗어도 부담 없고
좌석을 뒤로 젖혀도
뒷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공간.
이동 자체가 휴식이 되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리무진 버스를 찾게 되었다.
한때는 45인승이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불편함을 참고 견디는 여행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사람의 욕심은
이동 수단을 바꾸며 자라난다.
걷다 보면 자전거가 편해 보이고
자전거를 타면 오토바이가 생각나며
오토바이를 타다 보면
결국 차를 찾게 된다.
편리함을 한 번 알게 되면
되돌아가기 어렵다.
나 역시 한때는
굳이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여행을 즐겼다.
그 시절엔 그것이 자유였다.
그러나 계획에 쏟는 시간,
운전의 피로,
교통체증의 신경전,
주차 앞에서의 한숨이
여행의 절반을 잠식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의 방식이 달라졌다.
여행사를 찾고
잘 짜인 상품을 고르는 일이
오히려 더 자유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만큼
주최 측은 책임을 다하고
나는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나는
버스에서 한숨 잘 것이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 것이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가이드는 친절하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식사 시간에는
차려진 밥상을 마주할 것이고
주어진 자유 시간에는
지역의 풍경과 상점을 거닐 것이다.
행사가 끝나면
편히 쉴 호텔이 기다리고 있다.
이보다 더한 호강이 있을까.
애써 애쓰지 않아도 되는 여행,
준비보다 즐거움이 앞서는 나들이.
나들이는
떠난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선물을 두 손 가득 받기 위해
오늘도 나는
리무진에 몸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