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주인장이 새해 인사라며 작은 선물을 건넨다.
손에 쥔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집은 솥밥을 짓는 식당이고, 그 솥밥의 마지막 자리에 남는 누룽지를 정성스레 모아 두었다가 단골손님에게 건네는 곳이다.
작년에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있다.
지퍼백에 담긴 누룽지를 한지로 곱게 싸고, 그 위에 주인장이 직접 쓴 짧은 편지가 얹혀 있었다.
“늘 저희 집을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신 덕에 누룽지를 많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누룽지를 많이 모을 수 있었다는 말속에는 장사가 잘되었다는 기쁨과, 그 기쁨을 손님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눌어붙은 것이 누룽지라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누룽지탕’이나 ‘숭늉’이라는 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이면 구수한 숭늉이 되고, 조금 더 오래 끓이면 부드러운 누룽지탕이 된다.
속이 편안해지는 아침 식사로도 좋고, 식사의 끝을 정리해 주는 후식으로도 그만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누룽지에 설탕을 솔솔 뿌려 과자처럼 만들어 주셨고,
기름에 튀겨 ‘누룽지 튀밥’으로 내어주시기도 했다.
그 바삭하고 달큼한 맛은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요즘 누룽지를 활용한 다양한 간식이 다시 사랑받는 것도, 어쩌면 그 시절의 기억을 닮아 있어서일 것이다.
누룽지는 단순한 탄 음식이 아니다.
쌀이 불과 시간과 정성을 만나며 당화 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숭늉은 예부터 천연 소화제라 불렸고, 누룽지의 성분은 몸속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요즘에는 집에서도 찬밥을 팬에 얇게 펴 약불로 천천히 구워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조급하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맛이라는 점에서, 누룽지는 삶의 태도와도 닮아 있다.
오늘은 가마솥에서 정성껏 눌은, 그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로 받은 누룽지로 숭늉을 끓여 먹을 생각이다.
불 위에서 다시 한번 물과 만나 풀어질 그 구수한 향을 떠올리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따뜻한 한 그릇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퇴근길은 이미 충분히 포만하다.